※ 저는 8월 15일까지 촛불 집회에서 활동했으며, 지금도 촛불 집회 지지자이며, 이명박 정부의 신 자유주의 정책에 결사 반대하는 입장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안재환이 죽었다. 사업빚이 40억이란다. 그것도 사채로. 장기매매업자에게 장기를 쓸어담아 팔아도 갚기 어려운 돈이다. 상황이 이 정도 되니까 왜 죽었을까 궁금하지도 않다. 2, 3억도 아니고 40억이라니, 누구라도 자살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혼자 남을 부인도 생각하지' 따위의 핀잔은 안온한 곳에서 고민 없이 밥 잘 먹고 사는 사람들만의 것이다. 자살할 때 모든 짐을 덜어내는 것처럼 후련하더라는 자살기도 경험자의 인터뷰 내용이 귓가에 어지럽게 감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안재환의 죽음이 촛불 탓인가 아닌가를 놓고 뜨거운 설전과 지저분한 욕설이 오가고 있다. 누군가가 '촛불들, 너희들이 죽인거'라며 분통을 터뜨리면 다른 누군가가 이어서 '일부 촛불의 잘못을 일반화시키지 말라'며 일침을 놓는다. 가만히 지켜보자니, 이 사람 말도 맞고 저 사람 말도 맞다.
촛불 집회 초기, 거리 행진도 없었고 이명박 퇴진 구호도 없었던 때, 정선희가 촛불 집회자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정선희의 발언이 단순히 자기 의견인지 폄훼인지는 듣는 이들 저마다 도덕적 잣대가 다양한 탓에 판단을 미뤄둔다고 해도, 발언의 여파가 안재환의 사업에까지 이어지지는 말았어야 했다. 실제로 과격한 일부 촛불 집회 지지자들은 안재환의 화장품 불매 운동을 벌였고, 그는 산더미같은 사업빚을 떠안고 자살했다. 일부 촛불 집회 지지자들의 과격한 집단 행동이 그의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당시 불매 운동을 벌였던 과격한 일부의 집회 지지자들을, 모두가 욕한다. 집회 반대자들은 집회 때문이라고, 불매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대다수의 집회 지지자들은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며, 공통적으로 과격한 지지자들을 욕한다. 그러나 이것은 누가 누구를 욕할만한 사안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잘못은 모두가 했다. 누가 더 직접적으로 잘못했는가의 문제일 뿐이지.
생각해보면, 나는 그 때 과격한 지지자들의 집단 행동을 분명히 목격했으나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내 편인 그들을 욕하는 것이 불편했던 걸까, 나섰다가 도리어 내가 타겟이 될까봐 두려웠던 걸까, 어쩌면 그들의 집단 행동에 나도 속으로 박수를 쳤던 건 아닐까. 이유가 무엇이든, 그 때 그들의 집단 행동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폭력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 된다. 나를 비롯하여 인터넷 여론에 대충 묻어가면서 조용히 동감이나 찍던 대부분의 지지자들, 세상 일에 원체 무관심하다가 TV에서 신문에서 자극적으로 쏟아내는 기사나 보고 혀를 차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치적 목적 없이, 단순히 열 받아서 뛰쳐나온 시민들은 자신의 철학을 맹신하고, 뜻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 집단 행동을 하게 되면 쉽게 파시즘에 빠지게 된다. 순수한 분노만으로 뭉친 시민들은 스스로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신념은 끊임없이 시험받아야 한다. 자신의 행동이 옳은가, 매순간 의심해야만 저마다의 도덕성이 바로 설 수 있는데, 이번 촛불 집회에서는 이 과정이 간과되었다.
냉철하고 체계적인 싸이코패스 정권의 폭력과는 달리,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믿는 나르시스트들의 폭력은 우직하고 감정에 충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입지에 흠집이 나는 줄도 모르고 감정에 따라 폭력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아마 이번 일은 촛불 집회 반대자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용될 공산이 크다. 안재환의 죽음으로 인해 촛불 집회 지지자들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게시판의 집회 지지자들은 반대자들이 안재환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어찌 되었거나, 확실한 것은 지지자들이 주판알이나 튕길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폭력을 방조한 우리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향한 비난보다는 스스로를 향한 따끔한 질책과 반성이다.
나르시스에게 필요한 것
※ 저는 8월 15일까지 촛불 집회에서 활동했으며, 지금도 촛불 집회 지지자이며, 이명박 정부의 신 자유주의 정책에 결사 반대하는 입장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안재환이 죽었다. 사업빚이 40억이란다. 그것도 사채로. 장기매매업자에게 장기를 쓸어담아 팔아도 갚기 어려운 돈이다. 상황이 이 정도 되니까 왜 죽었을까 궁금하지도 않다. 2, 3억도 아니고 40억이라니, 누구라도 자살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혼자 남을 부인도 생각하지' 따위의 핀잔은 안온한 곳에서 고민 없이 밥 잘 먹고 사는 사람들만의 것이다. 자살할 때 모든 짐을 덜어내는 것처럼 후련하더라는 자살기도 경험자의 인터뷰 내용이 귓가에 어지럽게 감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안재환의 죽음이 촛불 탓인가 아닌가를 놓고 뜨거운 설전과 지저분한 욕설이 오가고 있다. 누군가가 '촛불들, 너희들이 죽인거'라며 분통을 터뜨리면 다른 누군가가 이어서 '일부 촛불의 잘못을 일반화시키지 말라'며 일침을 놓는다. 가만히 지켜보자니, 이 사람 말도 맞고 저 사람 말도 맞다.
촛불 집회 초기, 거리 행진도 없었고 이명박 퇴진 구호도 없었던 때, 정선희가 촛불 집회자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정선희의 발언이 단순히 자기 의견인지 폄훼인지는 듣는 이들 저마다 도덕적 잣대가 다양한 탓에 판단을 미뤄둔다고 해도, 발언의 여파가 안재환의 사업에까지 이어지지는 말았어야 했다. 실제로 과격한 일부 촛불 집회 지지자들은 안재환의 화장품 불매 운동을 벌였고, 그는 산더미같은 사업빚을 떠안고 자살했다. 일부 촛불 집회 지지자들의 과격한 집단 행동이 그의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당시 불매 운동을 벌였던 과격한 일부의 집회 지지자들을, 모두가 욕한다. 집회 반대자들은 집회 때문이라고, 불매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대다수의 집회 지지자들은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며, 공통적으로 과격한 지지자들을 욕한다. 그러나 이것은 누가 누구를 욕할만한 사안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잘못은 모두가 했다. 누가 더 직접적으로 잘못했는가의 문제일 뿐이지.
생각해보면, 나는 그 때 과격한 지지자들의 집단 행동을 분명히 목격했으나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내 편인 그들을 욕하는 것이 불편했던 걸까, 나섰다가 도리어 내가 타겟이 될까봐 두려웠던 걸까, 어쩌면 그들의 집단 행동에 나도 속으로 박수를 쳤던 건 아닐까. 이유가 무엇이든, 그 때 그들의 집단 행동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폭력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 된다. 나를 비롯하여 인터넷 여론에 대충 묻어가면서 조용히 동감이나 찍던 대부분의 지지자들, 세상 일에 원체 무관심하다가 TV에서 신문에서 자극적으로 쏟아내는 기사나 보고 혀를 차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치적 목적 없이, 단순히 열 받아서 뛰쳐나온 시민들은 자신의 철학을 맹신하고, 뜻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 집단 행동을 하게 되면 쉽게 파시즘에 빠지게 된다. 순수한 분노만으로 뭉친 시민들은 스스로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신념은 끊임없이 시험받아야 한다. 자신의 행동이 옳은가, 매순간 의심해야만 저마다의 도덕성이 바로 설 수 있는데, 이번 촛불 집회에서는 이 과정이 간과되었다.
냉철하고 체계적인 싸이코패스 정권의 폭력과는 달리,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믿는 나르시스트들의 폭력은 우직하고 감정에 충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입지에 흠집이 나는 줄도 모르고 감정에 따라 폭력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아마 이번 일은 촛불 집회 반대자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용될 공산이 크다. 안재환의 죽음으로 인해 촛불 집회 지지자들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게시판의 집회 지지자들은 반대자들이 안재환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어찌 되었거나, 확실한 것은 지지자들이 주판알이나 튕길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폭력을 방조한 우리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향한 비난보다는 스스로를 향한 따끔한 질책과 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