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 테러, KBS 9시뉴스엔 없었다

두익환2008.09.10
조회280
2008/09/10 03:31 촛불시민 테러, KBS 9시뉴스엔 없었다 카테고리 : 언론 이야기
 

9일 새벽 조계사 앞에서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 3명이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중 1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말다툼이 화를 불렀다고 한다. 카폐 회원들과 박모씨는 말다툼을 벌였고, 그 와중에 박모씨가 식당에서 흉기 2개를 들고와 회원들에게 휘두른 것이다. 충격이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이 섬뜩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오로지 '촛불 수배자'를 잡기 위해 밤새도록 조계사 앞을 순찰하고 차량 검문검색을 한 것일까. 우발적인 사고라고는 하지만, 조계사 주변에 배치된 사복경찰만 해도 수십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경찰이 흉기 2개를 휘두르는 가해자 한 사람을 막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저녁뉴스 시간에 36초짜리 단신으로 처리

촛불시민 테러, KBS 9시뉴스엔 없었다

9일자 KBS 뉴스9에서 빠진 '촛불시민 테러' 보도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촛불시민 테러' 관련, KBS의 보도 태도다. KBS 앞 촛불집회를 취재하고 집에 돌아와 방송사의 메인 뉴스를 체크해보니 MBC, SBS는 한 꼭지씩 보도한 반면, KBS 9시뉴스에는 이 사건이 보도되지 않았다. 혹시 단신으로 처리되었나 하고 살펴본 단신 동영상에도 이 내용이 없었다.

9시뉴스에서 찾을 수 없었던 이 뉴스는 저녁뉴스 시간에 36초짜리 단신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KBS는 이 사건을 단순한 강력 범죄로 보고 단신으로 처리한 걸까. 그만큼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일까. KBS는 타사에서 다룬 사건 보도를 뺄 만큼 의미 없는 사건으로 치부한 셈이다.

보통 사건이 일어나면 시의성, 근접성, 저명성, 이상성, 흥미, 영향력 등을 따져 뉴스의 가치를 매긴다. 새벽에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촛불 수배자'를 지키기 위해 모여 있던 사람들이 흉기에 찔린 것은 이상성, 흥미, 영향력 등을 모두 만족한다. 비중 있게 보도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특히 지상파 메인 뉴스는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9시만 되면 꼭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많다. 물론 KBS 9시 뉴스를 통해서만 뉴스를 듣는 사람은 없지만, 편하게 만약 TV뉴스인 9시 뉴스만 보는 사람은 조계사 앞에서 흉기에 찔린 사람들의 소식을 제때 듣지 못했을 것이다.


촛불시민 테러, KBS 9시뉴스엔 없었다

9일 새벽 '촛불시민'들이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머리를 다친 뒤 치료를 받고 나온 김모씨와 목격자들이 사건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누리꾼들도 뿔났다. KBS 뉴스 게시판에는 이번 보도를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있다.


보도 똑바로 해라!!!! 사장 바뀌었다고 벌써부터 꼬랑질이냐? 주구라고 아냐? 검색해봐라!!그리고 분명 현장목격자는 만취상태가 아니고 술한방울 않먹었다고 하는데 술먹고 난동으로 몰아가냐? 그리고 현장에 수배자 검거를 위해서 사복경찰3명과 전경부태 100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은 분명 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말은 왜 없냐? 직무유기에 살인방조 아니냐? KBS보고 똑바로 해라 이따위 정권의 개노릇 할꺼면 뉴스내보지 말고 개콘같은 코미디프로나 방송해라!!!!
-이상열(einmc2)-

KBS도 이제 못 믿겠네.
안티mb회원들 테러에 뉴스가 믿을수 없는 말만하는데
kbs도 이젠 mb입이 되었나.
시청료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겄네.
-허수범(bstomato)-


단순한 사건 보도를 넘어 '촛불시민 테러'는 의문점이 많다. 진상규명 촛불연대가 발표한 -경찰의 부실한 대응 -피해자 진술 없는 수사 발표 등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스트레이트 보도를 넘어 공권력의 이중잣대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경중은 다르지만, 전날 안재환씨의 사망 소식을 비교적 자세히 전했던 KBS가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방송이라고 자부하는 KBS. 과연 앞으로 떳떳할 수 있을까. 이병순 신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 뉴스 보도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촛불시민 테러, KBS 9시뉴스엔 없었다

끔찍한 사건 현장.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