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페르돈(용서) 고개에 서서

이용현2008.09.11
조회60

팜플로냐에서 오바노스까지

 

 

동건이형에 대한 걱정은 동건이 형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리는 앞으로 걸어갔다.

이 길에 있는 한 우리는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잠깐의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힐 무렵

마을 하나가 나왔다. 계속오르막이라 힘들었는데

신부님, 나, 원영 이렇게 셋은 이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Day.3) 페르돈(용서) 고개에 서서

(잠깐의 쉼이었지만 너무 좋았다. *^^*)

 

오늘은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산이라고 하기 보다는 고개이다.

페르돈 고개, 우리나라 말로 하면 ‘용서의 고개’이다.

까미노를 시작해서 몇 일 동안 몸을 적응시키기보다

계속 강행군을 했기에 몸이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꽤 높은 언덕을 넘어야 한다니...

(Day.3) 페르돈(용서) 고개에 서서 (합죽이 용현... ㅋㅋ)

헉! 소리다 못해 악! 소리가 났다.

내 머릿속에는 까미노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보다

왜!! 돈주고 이 고생을 할까? 였다.

아무리 마음을 기쁘게 가지려 해도

시차적응 중인 몸은 졸립고,

물집이 잡혀가고 있는 발가락은 욱신거렸다.

뭐 하나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현실이

왜 이렇게 답답한지...앞만 보고 걸어갔다.

고개를 향해 내 딛는 발걸음이 무겁다.

내 발이 지면에 닿으면 내 발은 땅의 흙을

꾸역꾸역 밀어내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그래도 뒤로 가지 않고 앞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 간다는 안도감이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마음이 안정되니...이 고개의 의미가 조금씩 들어왔다.

용서를 한다는 것

우리가 용서를 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 현실에 고통 받고 있는 나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 인 것 같다.

무엇인가 이 고통을 전가시킬 대상을 찾아 헤메인다.

왠지 핑계를 대야 할 것 같고,

지금의 고통과 마주하는 것 자체가 고통임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워 갈때 쯤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배낭을 땅에 내려놓고

대(大)자로 누었다.

숨을 내 쉬다 정상에 놓여있는 조형물에 시선이 갔다.

 

(Day.3) 페르돈(용서) 고개에 서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가는 순례의 행렬,

나도 그 속에 섞여 있음을

원영이를 통해 표현했다. ㅋ ㅋ

 

(Day.3) 페르돈(용서) 고개에 서서


정상의 바람을 시원하게 맞고 기운을 차린후

오바노스를 향해 다시 발을 내딪었다.

 

(Day.3) 페르돈(용서) 고개에 서서
(각자 정상에서 바람을 맞고 있다)

발아래로 오바노스가 보이니 웬지 힘이 난다.

(Day.3) 페르돈(용서) 고개에 서서

(비록 10km가 남았지만 힘이 솟는다..)

 

내 마음과 싸우느라 동건이 형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신부님은 만약의 일에 대비해서 핸드폰을 로밍해

오셨다. 하루에 한통화도 오는 일이 없기에

거의 꺼놓고 지내신다.

정상에 도착하신 신부님도 동건이 형이 걱정되셨는지

핸드폰을 키셨다. 그 때 시간 2시

연속해서 울리는 음성메시지 수신 3건...

누굴까?

 

(땅당당당 당당 당당당 당당당당당당 다다다다 다다다...

인간극장 엔딩음악.. 나름 상상으로 즐겨주세요.)

 

다음예고

동건이형 어디에 있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