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특파원 시절 두 차례에 걸쳐 국내 네티즌들로부터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첫 번째는 2003년 4월 홍콩 유명배우 장국영(張國榮)의 투신자살 소식을 보도한 때였다. 당시 그의 사망은 국내 팬들에게도 빅 뉴스였던지라, 자살소식을 자세히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현지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생소했었던 것 같다. 살벌한 메일들이 꽤나 많이 쏟아졌다. 그중 하나. "당신은 기자가 아니에요. 장국영 님의 명예를 더럽힌 당신은 암세포보다 더 나쁜 ××예요."
그해 11월. 이번에는 또 다른 스타 매염방(梅艶芳)의 팬들이 곤욕을 안겼다. 그는 암(癌)투병 중이었다. 사망 1개월여 전 마지막 콘서트를 혼신을 다해 마무리했고, 이 내용은 '한 중화권 스타의 마지막 콘서트'라는 감동적인 주제로 국내에 보도됐다. 하지만 반응이 의외였다. "왜 멀쩡한 우리의 매염방이 죽는다고 썼느냐? 당신은 살인자다."
오래된 일을 더듬어 보는 이유가 있다. 8일 탤런트 안재환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왜 우리 네티즌들은 연예인 스타의 사망 소식에 대해서 저렇게나 흥분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재차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8일 오후, 인터넷상에서 뉴스는 오로지 '안재환과 정선희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신문은 몇 명의 독자들이 어느 기사를 얼마나 오래 보는지 정확하게 수치로 파악할 수 있다. 안재환 기사에 대한 반응은 박태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때 이상으로 뜨거웠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혼성그룹 '거북이' 리더 터틀맨 임성훈의 돌연사에 이어 최근 미남 탤런트 이언의 오토바이 충돌 사망사건 때도 정도 차이는 있었겠지만 인터넷상 화제는 단연 연예인들에 대한 기사였다.
왜 네티즌들은 유독 연예인들의 죽음에 폭발적인 관심을 표시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연예인 말고도 정치인 경제인 등 내로라 할 만큼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왜 네티즌들은 다른 저명인사들을 외면하는 것일까?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추적해 보니 재미난 현상 한 가지를 집어낼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스타들이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낼 때 열광한다는 것이다.
안재환 사망 관련 기사 중 최대 관심을 끈 것은 '시신 빨리 발견하면 장기기증해 달라' '사랑한다 선희야' 내용이 담긴 유언장 기사였다. "정선희 '우리 남편 안 죽었다' 통곡" 기사에는 '함께 울고 싶다'는 독자도 많았다. '빈소 찾는 연예인 동료들' 기사에는 '편안한 곳으로 가서 쉬어라'는 위로성 댓글이 잇달았다. 네티즌들은 연예인들의 최후 독백을 통해 '스타도 저렇게 힘들어했는데, 나의 이 정도 고생쯤이야' 하고 위안받으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연예인의 죽음에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이 한순간이었을망정 자신들에게 실질적인 즐거움과 감동을 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삭막한 삶의 공간에서 그들 덕에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었던 기억이 죽음 이후 애틋함으로 표현됐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쌍방향, 개방적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권위에 대한 기존 허상(虛像)이 벗겨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네티즌들은 목에 힘주고, 군림하려는 기성 저명인사들의 행태를 꽤나 알아버렸고, 간혹 그들에게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기까지 하다.
주변에 이름 석 자 알리기에 혈안인 정치인·기업인·교수 등 저명인사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대중들이 감동하고, 또 공감하려는 그런 저명인사는 연예인 울타리 밖을 벗어나서는 찾기 힘들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 부르짖고 있고, 많은 기업인들이 소비자를 왕으로 모시겠다고 매일 외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연예인 죽음"과 네티즌
'연예인 죽음'과 네티즌
인간적 고뇌 함께 하는 존재
대중은 기막히게 알아봐
홍콩 특파원 시절 두 차례에 걸쳐 국내 네티즌들로부터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첫 번째는 2003년 4월 홍콩 유명배우 장국영(張國榮)의 투신자살 소식을 보도한 때였다. 당시 그의 사망은 국내 팬들에게도 빅 뉴스였던지라, 자살소식을 자세히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현지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생소했었던 것 같다. 살벌한 메일들이 꽤나 많이 쏟아졌다. 그중 하나. "당신은 기자가 아니에요. 장국영 님의 명예를 더럽힌 당신은 암세포보다 더 나쁜 ××예요."
그해 11월. 이번에는 또 다른 스타 매염방(梅艶芳)의 팬들이 곤욕을 안겼다. 그는 암(癌)투병 중이었다. 사망 1개월여 전 마지막 콘서트를 혼신을 다해 마무리했고, 이 내용은 '한 중화권 스타의 마지막 콘서트'라는 감동적인 주제로 국내에 보도됐다. 하지만 반응이 의외였다. "왜 멀쩡한 우리의 매염방이 죽는다고 썼느냐? 당신은 살인자다."
오래된 일을 더듬어 보는 이유가 있다. 8일 탤런트 안재환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왜 우리 네티즌들은 연예인 스타의 사망 소식에 대해서 저렇게나 흥분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재차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8일 오후, 인터넷상에서 뉴스는 오로지 '안재환과 정선희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신문은 몇 명의 독자들이 어느 기사를 얼마나 오래 보는지 정확하게 수치로 파악할 수 있다. 안재환 기사에 대한 반응은 박태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때 이상으로 뜨거웠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혼성그룹 '거북이' 리더 터틀맨 임성훈의 돌연사에 이어 최근 미남 탤런트 이언의 오토바이 충돌 사망사건 때도 정도 차이는 있었겠지만 인터넷상 화제는 단연 연예인들에 대한 기사였다.
왜 네티즌들은 유독 연예인들의 죽음에 폭발적인 관심을 표시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연예인 말고도 정치인 경제인 등 내로라 할 만큼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왜 네티즌들은 다른 저명인사들을 외면하는 것일까?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추적해 보니 재미난 현상 한 가지를 집어낼 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스타들이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낼 때 열광한다는 것이다.
안재환 사망 관련 기사 중 최대 관심을 끈 것은 '시신 빨리 발견하면 장기기증해 달라' '사랑한다 선희야' 내용이 담긴 유언장 기사였다. "정선희 '우리 남편 안 죽었다' 통곡" 기사에는 '함께 울고 싶다'는 독자도 많았다. '빈소 찾는 연예인 동료들' 기사에는 '편안한 곳으로 가서 쉬어라'는 위로성 댓글이 잇달았다. 네티즌들은 연예인들의 최후 독백을 통해 '스타도 저렇게 힘들어했는데, 나의 이 정도 고생쯤이야' 하고 위안받으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연예인의 죽음에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이 한순간이었을망정 자신들에게 실질적인 즐거움과 감동을 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삭막한 삶의 공간에서 그들 덕에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었던 기억이 죽음 이후 애틋함으로 표현됐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쌍방향, 개방적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권위에 대한 기존 허상(虛像)이 벗겨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네티즌들은 목에 힘주고, 군림하려는 기성 저명인사들의 행태를 꽤나 알아버렸고, 간혹 그들에게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기까지 하다.
주변에 이름 석 자 알리기에 혈안인 정치인·기업인·교수 등 저명인사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대중들이 감동하고, 또 공감하려는 그런 저명인사는 연예인 울타리 밖을 벗어나서는 찾기 힘들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 부르짖고 있고, 많은 기업인들이 소비자를 왕으로 모시겠다고 매일 외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광회·인터넷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