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하는 소녀가 윤초시네 증손녀임을 안다. 서울서 온 이 소녀는 며칠째 물장난을 하고 있다. 어느날 건너편에서 구경하고 있는 소년에게 소녀가 "이 바보" 하고 돌을 던지고 달아난다. 그 조약돌을 간직한 소년과 소녀는 들길을 달리고 칡꽃도 따며 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난다. 며칠 만에 소녀는 핼쓱한 모습으로 나타나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녀가 이사를 가기 전날 밤, 소년은 부모의 대화를 듣고 소녀가 죽은 것을 알게 된다. 이성에 눈떠 가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아름답고 슬픈 첫사랑의 경험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2.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아버지가 난장이인 한 가족의 이야기가 큰아들 영수(1장), 작은아들 영호(2장), 딸 영희(3장)의 눈을 통해 전개된다. 행복동에서 지옥같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의 안식처였던 집에 철거계고장이 날아든다. 분노하면서도 당하고마는 우리는 어쩔수가 없다. 어머니는 세든 사람에게 내어 줄 돈을 빌린다. 평생 고생만 하던 아버지는 삼층집의 가정교사인 지섭이 준 책을 읽으며 달나라로 떠나고 싶어한다. 기력이 쇠해진 아버지를 대신하여 학교를 그만두고 우리는 모두 공장에 다녀야 한다. 공장의 환경은 엉망이지만 해고가 무서워 아무도 대항하지 못한다. 부자 사내에게 입주권이 팔리고 영희가 없어진다. 영희는 입주권을 산 사내에게 고용되어 동거를 시작하고 금고에서 입주권을 꺼내서 집으로 간신히 돌아오지만 아버지가 굴뚝에서 떨어져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3.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왼손잡이요 곰보인 허생원은 재산마저 날려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가 된다. 그 허생원이 봉평장이 서던 날 같은 장돌뱅이인 조선달을 따라 충주집으로 간다. 그는 동이라는 애송이 장돌뱅이가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에 화가 나서 뺨을 때려 쫓아버린다. 그러나 그날 밤 그들 셋은 달빛을 받으며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걷게 된다. 허생원은 젊었을 때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개울가 물레방앗간에서 어떤 처녀와 밤을 새운 이야기를 한다. 동이도 그의 어머니 얘기를 한다. 자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고생을 하다가 집을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늙은 허생원은 냇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빠지는 바람에 동이에게 업히게 되는데, 허생원은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사실과 동이가 자기와 똑같이 왼손잡이인 것을 알고는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동이 어머니가 현재 살고 있다는 제천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발길을 옮긴다. 전편에 시적(詩的) 정서가 흐르는 산뜻하고도 애틋한 명작소설이다. 작가 자신은 이 작품에서 애욕(愛慾)의 신비성을 다루려 했다고 그의 〈현대적 단편소설의 상모(相貌)〉에서 밝히고 있다.
4. 감자 - 김동인
게으르고 무능한 20년 연상의 사나이에게 시집을 간 복녀는 칠성문 밖 빈민굴에 살면서 송충이잡이 등 고된 일을 해 가며 생활을 이어가던 중, 중국인 왕서방네 채마밭에 감자를 훔치러 갔다가 들켜 몸을 팔게 된다. 그 뒤부터 왕서방은 수시로 복녀를 찾아왔다. 그러던 차에 왕서방은 어떤 처녀에게 장가를 들게 되는데, 질투심에 불탄 복녀는 칼을 품고 신방에 뛰어들었으나 왕서방 손에 죽고 만다. 사흘 후 복녀의 시체는 돈 몇 푼에 매수된 남편에 의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실려 나간다. 이 작품에 대하여 조연현(趙演鉉)은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가에서 예의 바르게 자라난 복녀라는 한 여성이 도덕적으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 것인데, 아름다운 현실보다는 추악한 현실을, 긍적적인 인간성보다는 부정적인 인간성을 폭로한 점에 있어 현실폭로의 전형적인 자연주의 수법을 적용한 작품”이라고 평하였다.
5. 김유정 - 봄봄
내 아내가 될 점순이는 16살이다. 나는 데릴사위로 작정된 채 3년 7개월이나 돈 한푼 안 받고 일을 했지만 심술 사나운 장인 영감은 점순이가 아직도 덜 자랐다고 성례를 미루기만 한다. 어느 날 점순이 말에 힘을 입은 나는 장인과 대판 싸웠다. 점순이야 내 편을 들겠지 했는데 웬걸,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아당기며 우는 게 아닌가. 결국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주며 "올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는 장인의 말을 듣게 된다.
6. 날개 - 이상
‘나’는 구조가 흡사 유곽과도 같은 33번지에서 매춘부인 아내와 함께 산다. 아내에게 손님이 있으면 나는 윗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잔다. 손님이 가면 아내는 내게 돈을 주지만 나는 돈을 쓸 줄을 모른다. 어느날 나는 바지주머니에서 돈 5원을 꺼내 아내 손에 쥐어 주고 처음으로 아내와 동침한다. 그리고 어느날 정신없이 거리를 쏘다니던 나는 미쓰코시[三越] 옥상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아무데나 주저앉아 내가 자라온 스물 여섯 해를 회고한다. 그 때 뚜우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작중에 나타난 나와 아내가 보여 주는 희화적(戱畵的)인 부부관계는 희화의 영역을 넘어 근대 지성인들의 모순된 자의식(自意識)의 해부라 할 수 있다. 한국 현대문학의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로 일컬어지고 있다.
7. 무진기행 - 김승옥
'나'는 서른 셋의 나이로 제약회사 중역이다. 4년 전, 미망인이 된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으며, 며칠 후면 그 아내와 장인의 도움으로 제약회사 전무가 될 몸이다. 그는 어머니의 묘가 있고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무진으로 내려간다. 잠시 동안의 휴가인 셈이다. 그에게 무진의 의미는 특별하다. 그곳은 참담했던 과거의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이미 돈 많은 아내를 얻어 출세 가도에 올라 있다. 그는 무진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를 존경하는 후배인 박, 중학 동창이며 고등고시에 합격해 무진의 세무서장으로 있는 조, 그리고 음악교사인 발랄한 처녀 하인숙 등이다. 문학소년이었던 박은 그를 우러러보고, 출세한 속물인 조는 갑자기 출세한 그를 동류로 취급한다. 하인숙은 그에게서 풍기는 서울 냄새를 즐기며 그를 유혹한다. 그는 하인숙의 유혹에 몸을 맡기며, 그가 폐병으로 요양했던 바닷가 옛집에서 정사를 나눈다. 무진을 탈출하고 싶어하고 그와 일주일 동안만 멋진 연애를 경험하고 싶다는 하인숙에게서, 그는 자신의 옛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을 느낀다. 그녀를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다음날 그는 상경을 요구하는 아내의 전보를 받고는 갈등한다. 서울로 가겠다고 작정한 후, 그는 하인숙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찢어버린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는 서울로 간다.
8.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동소문에서 인력거를 끄는 김첨지는 근 열흘 동안 돈벌이를 못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첫 손님으로 문안에 들어가는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태우고, 학생 손님까지 만나 1원 50전이나 받았다. 정말 운수 좋은 날이다. 집에서 나올 때 아내가 몹시 아프다는 말을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 치삼을 만나 술을 한잔 한다. 그는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가지만 아내의 기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리를 버럭 지르며 방안에 들어가 누워 있는 아내를 발로 걷어차니 아내는 이미 죽어 있다. 인력거꾼에게 다가온 작은 행운이 결국 아내의 죽음이라는 불행으로 역전되는 내용이다. 끝부분의 반전, 내용을 염두에 둔 반어적 제목 등으로 비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회적 주제를 뚜렷이 드러낸 작품이다. 김첨지라는 인물은 1920년대의 민중의 전형적 모습으로 신경향파 문학과 맥락이 통한다.
9. 장마 - 윤흥길
혈연의 끈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얽힌 집안 간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돈 관계인 김씨 집안과 권씨 집안이 전쟁으로 인해 받은 재해가 조장시킨 반목이 토착적인 무속적 사고에 의해 극복되는 과정이 어린이의 시각으로 묘사된다. 지루한 장마를 배경으로 하여 상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이념의 배타성이 토착적인 무속신앙의 융합력에 의해 소멸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쟁의 상황에서 상반된 이념을 선택함으로써 불행하게 죽은 두 아들을 가지고 있는 두 집안은 반목한다. 사상이 다른 두 아들의 행방불명과 전사는 소박하고 평범한 두 모성으로 하여금 서로를 적대시하는 관계가 되도록 한다. 삼촌과 외삼촌으로 표상되는 이념적 갈등과 할머니와 외할머니로 표상되는 혈연의 끈을 놓고 소설 속의 화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응논리에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서술자인 소년은 이념의 대치가 일으키는 무서움과 어른세계와 전쟁이 내포한 비인간성을 깨달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해의 계를 마련한 것은 장마 속에 나타난 구렁이의 출현이다. 무당이 삼촌의 귀환을 예언한 날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구렁이는 전래적인 무속의 세계관에서는 죽은자의 현신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구렁이의 출현으로 인해 두 사람의 어긋한 관계가 정감적으로 화해된다
10. 그 여자네 집 - 박완서
이 소설은 박완서가 1940년대 초 고향인 경기도 개성 근처에서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글로,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읽은 서술자가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만득이와 곱단이의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수난과 광복 이후 국토의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그려 내고 있다. 순수한 사랑을 나누던 두 남녀가 강제 징병과 정신대 징발이라는 문제로 인해 헤어지는 애틋하고도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속에 우리 민족이 겪은 비극적인 역사를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일제의 만행, 전쟁과 국토의 분단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 단편소설은? ♨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하는 소녀가 윤초시네 증손녀임을 안다. 서울서 온 이 소녀는 며칠째 물장난을 하고 있다. 어느날 건너편에서 구경하고 있는 소년에게 소녀가 "이 바보" 하고 돌을 던지고 달아난다. 그 조약돌을 간직한 소년과 소녀는 들길을 달리고 칡꽃도 따며 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난다. 며칠 만에 소녀는 핼쓱한 모습으로 나타나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녀가 이사를 가기 전날 밤, 소년은 부모의 대화를 듣고 소녀가 죽은 것을 알게 된다. 이성에 눈떠 가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아름답고 슬픈 첫사랑의 경험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2.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아버지가 난장이인 한 가족의 이야기가 큰아들 영수(1장), 작은아들 영호(2장), 딸 영희(3장)의 눈을 통해 전개된다. 행복동에서 지옥같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의 안식처였던 집에 철거계고장이 날아든다. 분노하면서도 당하고마는 우리는 어쩔수가 없다. 어머니는 세든 사람에게 내어 줄 돈을 빌린다. 평생 고생만 하던 아버지는 삼층집의 가정교사인 지섭이 준 책을 읽으며 달나라로 떠나고 싶어한다. 기력이 쇠해진 아버지를 대신하여 학교를 그만두고 우리는 모두 공장에 다녀야 한다. 공장의 환경은 엉망이지만 해고가 무서워 아무도 대항하지 못한다. 부자 사내에게 입주권이 팔리고 영희가 없어진다. 영희는 입주권을 산 사내에게 고용되어 동거를 시작하고 금고에서 입주권을 꺼내서 집으로 간신히 돌아오지만 아버지가 굴뚝에서 떨어져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
3.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왼손잡이요 곰보인 허생원은 재산마저 날려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가 된다. 그 허생원이 봉평장이 서던 날 같은 장돌뱅이인 조선달을 따라 충주집으로 간다. 그는 동이라는 애송이 장돌뱅이가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에 화가 나서 뺨을 때려 쫓아버린다. 그러나 그날 밤 그들 셋은 달빛을 받으며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걷게 된다. 허생원은 젊었을 때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개울가 물레방앗간에서 어떤 처녀와 밤을 새운 이야기를 한다. 동이도 그의 어머니 얘기를 한다. 자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의붓아버지 밑에서 고생을 하다가 집을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늙은 허생원은 냇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빠지는 바람에 동이에게 업히게 되는데, 허생원은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사실과 동이가 자기와 똑같이 왼손잡이인 것을 알고는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동이 어머니가 현재 살고 있다는 제천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발길을 옮긴다. 전편에 시적(詩的) 정서가 흐르는 산뜻하고도 애틋한 명작소설이다. 작가 자신은 이 작품에서 애욕(愛慾)의 신비성을 다루려 했다고 그의 〈현대적 단편소설의 상모(相貌)〉에서 밝히고 있다.
4. 감자 - 김동인
게으르고 무능한 20년 연상의 사나이에게 시집을 간 복녀는 칠성문 밖 빈민굴에 살면서 송충이잡이 등 고된 일을 해 가며 생활을 이어가던 중, 중국인 왕서방네 채마밭에 감자를 훔치러 갔다가 들켜 몸을 팔게 된다. 그 뒤부터 왕서방은 수시로 복녀를 찾아왔다. 그러던 차에 왕서방은 어떤 처녀에게 장가를 들게 되는데, 질투심에 불탄 복녀는 칼을 품고 신방에 뛰어들었으나 왕서방 손에 죽고 만다. 사흘 후 복녀의 시체는 돈 몇 푼에 매수된 남편에 의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실려 나간다. 이 작품에 대하여 조연현(趙演鉉)은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가에서 예의 바르게 자라난 복녀라는 한 여성이 도덕적으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 것인데, 아름다운 현실보다는 추악한 현실을, 긍적적인 인간성보다는 부정적인 인간성을 폭로한 점에 있어 현실폭로의 전형적인 자연주의 수법을 적용한 작품”이라고 평하였다.
5. 김유정 - 봄봄
내 아내가 될 점순이는 16살이다. 나는 데릴사위로 작정된 채 3년 7개월이나 돈 한푼 안 받고 일을 했지만 심술 사나운 장인 영감은 점순이가 아직도 덜 자랐다고 성례를 미루기만 한다. 어느 날 점순이 말에 힘을 입은 나는 장인과 대판 싸웠다. 점순이야 내 편을 들겠지 했는데 웬걸,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아당기며 우는 게 아닌가. 결국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주며 "올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는 장인의 말을 듣게 된다.
6. 날개 - 이상
‘나’는 구조가 흡사 유곽과도 같은 33번지에서 매춘부인 아내와 함께 산다. 아내에게 손님이 있으면 나는 윗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잔다. 손님이 가면 아내는 내게 돈을 주지만 나는 돈을 쓸 줄을 모른다. 어느날 나는 바지주머니에서 돈 5원을 꺼내 아내 손에 쥐어 주고 처음으로 아내와 동침한다. 그리고 어느날 정신없이 거리를 쏘다니던 나는 미쓰코시[三越] 옥상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아무데나 주저앉아 내가 자라온 스물 여섯 해를 회고한다. 그 때 뚜우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작중에 나타난 나와 아내가 보여 주는 희화적(戱畵的)인 부부관계는 희화의 영역을 넘어 근대 지성인들의 모순된 자의식(自意識)의 해부라 할 수 있다. 한국 현대문학의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로 일컬어지고 있다.
7. 무진기행 - 김승옥
'나'는 서른 셋의 나이로 제약회사 중역이다. 4년 전, 미망인이 된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으며, 며칠 후면 그 아내와 장인의 도움으로 제약회사 전무가 될 몸이다. 그는 어머니의 묘가 있고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무진으로 내려간다. 잠시 동안의 휴가인 셈이다. 그에게 무진의 의미는 특별하다. 그곳은 참담했던 과거의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이미 돈 많은 아내를 얻어 출세 가도에 올라 있다. 그는 무진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를 존경하는 후배인 박, 중학 동창이며 고등고시에 합격해 무진의 세무서장으로 있는 조, 그리고 음악교사인 발랄한 처녀 하인숙 등이다. 문학소년이었던 박은 그를 우러러보고, 출세한 속물인 조는 갑자기 출세한 그를 동류로 취급한다. 하인숙은 그에게서 풍기는 서울 냄새를 즐기며 그를 유혹한다. 그는 하인숙의 유혹에 몸을 맡기며, 그가 폐병으로 요양했던 바닷가 옛집에서 정사를 나눈다. 무진을 탈출하고 싶어하고 그와 일주일 동안만 멋진 연애를 경험하고 싶다는 하인숙에게서, 그는 자신의 옛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을 느낀다. 그녀를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다음날 그는 상경을 요구하는 아내의 전보를 받고는 갈등한다. 서울로 가겠다고 작정한 후, 그는 하인숙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찢어버린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는 서울로 간다.
8.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동소문에서 인력거를 끄는 김첨지는 근 열흘 동안 돈벌이를 못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첫 손님으로 문안에 들어가는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태우고, 학생 손님까지 만나 1원 50전이나 받았다. 정말 운수 좋은 날이다. 집에서 나올 때 아내가 몹시 아프다는 말을 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친구 치삼을 만나 술을 한잔 한다. 그는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가지만 아내의 기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리를 버럭 지르며 방안에 들어가 누워 있는 아내를 발로 걷어차니 아내는 이미 죽어 있다. 인력거꾼에게 다가온 작은 행운이 결국 아내의 죽음이라는 불행으로 역전되는 내용이다. 끝부분의 반전, 내용을 염두에 둔 반어적 제목 등으로 비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회적 주제를 뚜렷이 드러낸 작품이다. 김첨지라는 인물은 1920년대의 민중의 전형적 모습으로 신경향파 문학과 맥락이 통한다.
9. 장마 - 윤흥길
혈연의 끈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얽힌 집안 간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돈 관계인 김씨 집안과 권씨 집안이 전쟁으로 인해 받은 재해가 조장시킨 반목이 토착적인 무속적 사고에 의해 극복되는 과정이 어린이의 시각으로 묘사된다. 지루한 장마를 배경으로 하여 상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이념의 배타성이 토착적인 무속신앙의 융합력에 의해 소멸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쟁의 상황에서 상반된 이념을 선택함으로써 불행하게 죽은 두 아들을 가지고 있는 두 집안은 반목한다. 사상이 다른 두 아들의 행방불명과 전사는 소박하고 평범한 두 모성으로 하여금 서로를 적대시하는 관계가 되도록 한다. 삼촌과 외삼촌으로 표상되는 이념적 갈등과 할머니와 외할머니로 표상되는 혈연의 끈을 놓고 소설 속의 화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응논리에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서술자인 소년은 이념의 대치가 일으키는 무서움과 어른세계와 전쟁이 내포한 비인간성을 깨달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해의 계를 마련한 것은 장마 속에 나타난 구렁이의 출현이다. 무당이 삼촌의 귀환을 예언한 날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구렁이는 전래적인 무속의 세계관에서는 죽은자의 현신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구렁이의 출현으로 인해 두 사람의 어긋한 관계가 정감적으로 화해된다
10. 그 여자네 집 - 박완서
이 소설은 박완서가 1940년대 초 고향인 경기도 개성 근처에서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글로, 김용택의 시 <그 여자네 집>을 읽은 서술자가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만득이와 곱단이의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수난과 광복 이후 국토의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그려 내고 있다. 순수한 사랑을 나누던 두 남녀가 강제 징병과 정신대 징발이라는 문제로 인해 헤어지는 애틋하고도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속에 우리 민족이 겪은 비극적인 역사를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일제의 만행, 전쟁과 국토의 분단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 출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7년 1월 자체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