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수 없는 것과 버려야만 하는 것

권호섭200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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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수 없는 것과 버려야만 하는 것

찢어지고.... 뜯어지고... 구멍난 것을  제2의 가죽 ,본드(^^)로 메꾼 나의 신발을 보면서 제자들이 간혹 묻거나 말하곤 했다...

 

"선생님 새 신발 하나 사세요..." 혹은 "굽높은 구두 얼마 안하는데..." 등등...

 

그럴때 마다  난 "이 신발은 나의 윌슨이야... 너희? 캐스터웨이라는 영화 봤니? 그 영화속에서 탐행크스의 유일한 친구였던

 

바람빠진 배구공 말이야..."  공 표면에 쓰여져있는 "윌슨"이라는  브랜드네임 때문에 탐행크스는 이 배구공을 "윌슨"이라고

 

불렀었다...

 

비행기의 기기고장으로 무인도에 불시착해야만 했던 불운의 주인공 톰행크스...(오래전 본 영화라 주인공 역할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한치 앞의 운명조차, 그리운이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그에겐 과분한 희망처럼 보였었던

 

그리고 "비행기를 타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되돌릴 수 없는 총탄처럼 그의 심장을 꿰뚫곤 했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고립의 섬.... 그리고 오매불망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자절의 나날들...

 

그 모든 악몽으로 부터 그를 지켜준 것이 바로 그 "윌슨"이라는 바람빠진 배구공이라면...

 

 

쉽지 않았던 "나의 2007년"으로부터 나를 지켜준 것은 다름아닌 나의 신발...

 

나의 "윌슨"이었다...

 

 

 

가족들이 집을 비운 사이, 다시금 찾아드는 자살의 충동과 공포...

 

분노... 그리고 호흡을 가누지 못할 만큼의 격정적 슬픔과 공황증....

 

 

그렇게 찢기고 너덜너덜해진 심장을 가슴에 묻고

 

해질 무렵...

 

난...

 

다시 시간당 10000원짜리 연습실로

 

거짓 당당함과 거짓의 장미빛 전망을 들고 나의 멤버들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하루를 끝내곤 했다....  

 

그리고 다시한번 무너지는 나의 자아....

 

텅빈 공연장... 불철저한 내 자신... 그리고 멤버들의 공허함...

 

그 잘하던 멘트도 자유롭지 않았고.... 자연스럽지 못했고....

 

내 자신을 자조했고... 팬들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것은...

 

공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 학대였으며....

 

섣부른...

 

운명 놀음에 불과했다....

 

 

어쨌든 그 고립과 혼돈 절망의 시기...

 

그나마 날 힘겹게 지켜준것은

 

나의 통굽 신발, 나의 윌슨이었다...

 

음악에 대한 꿈을 한껏담아...

 

가슴뿌듯이 간직했던 나의 신발....

 

신발을 사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난... 그렇게 위태로운 삶을 지킬 수 있었다...

 

 

그래서... 난 ...

 

해질대로 해진 이 미운둥이 신발을 감히 버릴 수 없다....

 

본드로 떼우고 몇번을 붙이고 붙여서 구두약과 뒤썩여 마치 소보루 빵처럼 되어버린

 

우둘투둘한  이 미운둥이 신발을 ..... 

 

지금도 난 이 녀석을 신발장에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양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난 이 소보루빵처럼 되어버린 이 못난 둥이 신발을 신고 반드시 무대에

 

다시 설 것이다....

 

해지고 떨어지면 몇번이라도 본드를 바를 것이고 구멍이 나면 다시 기워서라도 난  이 녀석과

 

함께 할 것이다... 

 

 

그래....그런가보다...

 

아마도... 이 세상엔...

 

 

결코 버릴 수 없는 것과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것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고통스러웠지만,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마음을 다한 헌신이었기에 결과는 비극적이었지만 

 

후회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작년의 기억이 결코 버릴 수 없는 것의 예라면...

 

"내가 왜 그랬을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회한... 이러한 것들이 반드시 버려야 할 것들이다...

 

 

 

인간의 일이란, 실수든 업적이든 , 그 모든 것이 일어날 것이 벌어진 것이고, 그것은 교훈을 주든 아픔을 주든,

 

그 경험 당자에게 운명적 길을 제시하리라 믿는다.

 

 

그가 진실했다면 다시 살 수 있는 환희의 빛이 어디선가 내려질 것이고....

 

 

혹 그가 부당하고 추악한 인간이었다면...

 

 

그는 반드시 파멸의 길로 이끌어질 것이다.....

 

 

 

그래.... 그런것이다...

 

 

버릴 수 없는 것과 버려야만 하는 것!

 

 

그것은 아마도, 자아와 세상과의 인연속에서 빚어진 운명이라는 결과물로 그 극명함을 보이게 될 것이다....

 

반드시...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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