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하는 [태양의 여자]

박종구200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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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 대한 관점이 '사랑'에서 '복수'로 바뀌는 순간이다. 태양의 강렬함을, 처음에는 [사랑]에 비유했던 필자는 사월의 마지막 눈빛을 바라보며 태양의 맹렬한 뜨거움을, [복수]에 비유하고자 한다.

 

 

엄마, 최정희(정애리 분)와 잃어버린 친딸, 윤사월(이하나 분)의 전화통화 장면은 많은 시청자의 눈물을 빼앗았다. 눈물이 멈추고. 그렇다면, 이제 신도영의 운명은 어찌 되는가! 사월의 분노를 넘어설, 최 교수의 분노를 신도영은 어떻게 견디어 낼 것인가! 회색연필의 걱정은 저멀리 사라졌다. 고의가 아닌, 도영의 뿌리침으로 최 교수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다. '쿵'하는 소리가 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기억의 혼란이다. 잃어버린 친딸에 대한 연민의 정이 이 사고로 말미암아 엉뚱하면서도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입양해 온 도영에게 쏠리고 만다. 여기서 잠깐, 회색연필은 [딴생각]을 한다. 기억상실, 착란증상 등은 이제껏 많은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사고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태양의 여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것을 식상하다 할 수만은 없다. 더욱 강렬한 사월의 '복수의 빛'을 위한 필연적인 사고이다. 진부한 사건, 진부한 전개 등은 창작가들에게는 고민의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안 된다. 극 전체를 봐야 한다. 지극히 가벼운 예를 들자면, 사랑하는 연인들의 특별한 데이트 장면이나 그들의 특별한 사랑 고백과 그 고백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는 다양하지만 결국, 같은 맥을 타고 흐른다. 최 교수의 기억착란 증상 역시 도영과 사월, 두 태양 간의 전면전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그러니, '왜 하필, 그때 머리를 다쳐?'  '머리 부딪친다고 금방 확인한 친딸을 몰라볼 수 있어?'  '어떻게, 도영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질 수 있지?'라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들은 앞으로 등장할 많은 드라마를 보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단순해지자. 최 교수의 사고와 기억착란 증상은 사월의 맹렬한 복수를 위한, 그리고 도영에게는 '엄마의 정'이라는 것을 느낄 기회를 주기 위한, 작가의 [음모]와 [배려]임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극 전개를 지켜보자. 다시 돌아가서,

 

 

"동우씨, 나 그때 너무 무섭고 외로웠어..."

"사월씨, 할 얘기가 있어요. 사월씨... 그동안 내가..."

 

도영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20년 만에 찾은 엄마의 급작스런 사고로 엄청난 고통을 겪는 사월을 바라보던 도영은 드디어 입을 연다. 언뜻 보면, 도영의 마지막 남은 양심의 조각이 도영의 입술을 여는 듯하다. 그러나 곧 그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도영은 끝까지 자신의 은신처를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또한, 본능이 이끄는 또다른 모습이 아닐까? 최 교수가 깨어난다면, 도영 스스로 고백하기 전에 모든 것이 밝히 드러나게 될 테니까. 어쩌면, 최 교수가 깨어나기 전, 사월에게 고백함으로 최소한의 '용서의 빛'을 바랐던 것은 아닐까? 고백의 순간에! 최 교수의 의식이 돌아옴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도영의 고백 기회는 훨훨~~ 날아가 버리고 만다. 이 역시 진부하지만 [필연]이라고 받아들이자.

 

 

엇갈린, 자매의 발걸음

 

병실로 향하는 '사월의 동물적인 반응의 걸음'과 '도영의 꿈속에서 빠져나와 뛰는 듯한 걸음'이 교차하는 장면은 필자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에 휩싸이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신도영의 독백. '나, 그때 너무 무섭고 외로웠어...' 그때의 무서움과 외로움의 걸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마음이 아파졌다. 신도영! "당신은 언제쯤, 그 무서움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사월에게 고백하는 장회장

 

자살하려던 자신을 구한 사월에게 지난날의 죄를 고백하는 장회장. 장회장이 누명을 씌웠다는 운전기사는 신도영의 친아버지인 것 같다. 운전기사의 돌이 갓 지난 딸이 고아원에 맡겨졌다는 장회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또 하나의 이야기 고리가 연결되는 순간이다. 아니면 어쩌지? 회색연필의 [별걱정]이다.

 

 

절망하는 신지영

안도하는 김한숙

 

의식을 회복한 최 교수의 이상한 행동으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사월을 알아보지 못하는 최 교수를 바라보며 안도하는 신도영. 사월에게 하려던 고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금 차가운 태양이 되어 사월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고야 만다. 도영은 이 아픔이 곧, 자신에게 돌아갈 것임을 알고는 있을까? 은섭을 통해 모든 사실을 낱낱이 알아버린 사월은 마지막으로 도영을 찾아간다. 하지만, 변함없는 도영의 태도에, 품고 있던 '복수의 빛'을 내뿜고야 만다. 신도영의 옷을 입고서 '복수의 태양'으로의 변신을 알리는 윤사월! 그리고 한여름밤,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윤사월의 소름끼치는 대사와 필자를 얼어붙게 만든 '四月'의 마지막 눈빛! 윤사월의 복수는 기정사실로 되었다. 이제는 그 복수의 [방법]과 [강도]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 처절하고 잔인한 윤사월의 복수! 그 후에, 과연 우리는 '용서의 빛'도 볼 수 있을까? 김인영 작가의 멋진 대사와 함께 필자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 자, 이제 우리는 내일의 태양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내 옷이었을 수도 있잖아."

"언니, 그동안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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