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자 (나는 고난의 행군 시기 직장에 출근할 때마다 거리에 누워있는 시체들 옆을 지나곤 했다) 나는 살인자 스스로의 심판에 이미 처형당한 몸 출근할 때 눈물밖에 가진 게 없어 동냥손도 포기한 사람 앞을 악당처럼 묵묵히 지나쳤다 하여 퇴근할 땐 그 사람은 죽어 있었으니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도 얼마나 죽였는지 모른다 이 골목 저 골목 매일매일 몇 백인지 몇 천인지 셀 수 없다 오 밥이 사람을 잡아먹는 이 땅에 살아서 마주 볼 양심이 어디 있으랴 아침이여 나를 사형해 다오 밤이여 나를 묻어다오 - 장진성(탈북시인) 거지의 소원 (북한에서는 극심한 생활난으로 가정해체 현상이 증가하면서 고아들만이 아닌 부모 있는 아이들도 거리를 방황한다. 일명 꽃제비라 불리는 이러한 아이들의 수는 중앙당 내부강연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통계에 의하면 무려 2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따끈한 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싶어요 맹물에 말아서 된장 찍어 먹고 싶어요 옥수수 한 개만 있어도 하루에 한 알씩 뜯으며 엄마 찾아가고 싶어요 옥수수 두 개만 있어도엄마를 만날 것만 같아요 하얗게 내리는 눈이 모두 쌀이었으면 혹은 자꾸만 쏟아지는 땡전이었으면 오늘밤 꿈에서도 개구리 먹으면 좋겠어요 꿈만 먹고 살았으면생시에는 내가 남이었으면... 우리의 바람은 끝도 없어요 그러나 거지의 진짜 소원은 그 중에서 딱 한 번 남에게 무엇이든 주 고 싶 어 요 탈북시인 장진성 中 (조갑제닷컴 출간) p60~61 배경음악 - 정결한 여신(Casta Diva), Maria Callas2
나는 살인자/거지의 소원-장진성(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나는 살인자
(나는 고난의 행군 시기 직장에 출근할 때마다 거리에 누워있는
시체들 옆을 지나곤 했다)
나는 살인자
스스로의 심판에
이미 처형당한 몸
출근할 때
눈물밖에 가진 게 없어
동냥손도 포기한 사람 앞을
악당처럼 묵묵히 지나쳤다
하여 퇴근할 땐
그 사람은 죽어 있었으니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도 얼마나 죽였는지 모른다
이 골목 저 골목 매일매일
몇 백인지 몇 천인지 셀 수 없다
오 밥이
사람을 잡아먹는 이 땅에
살아서 마주 볼 양심이 어디 있으랴
아침이여 나를 사형해 다오
밤이여 나를 묻어다오
- 장진성(탈북시인)
거지의 소원
(북한에서는 극심한 생활난으로 가정해체 현상이 증가하면서 고아들만이 아닌 부모 있는 아이들도 거리를 방황한다. 일명 꽃제비라 불리는 이러한 아이들의 수는 중앙당 내부강연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통계에 의하면 무려 2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따끈한 밥 한 그릇
배불리 먹고 싶어요
맹물에 말아서
된장 찍어 먹고 싶어요
옥수수 한 개만 있어도
하루에 한 알씩 뜯으며
엄마 찾아가고 싶어요
옥수수 두 개만 있어도
엄마를 만날 것만 같아요
하얗게 내리는 눈이
모두 쌀이었으면
혹은 자꾸만 쏟아지는
땡전이었으면
오늘밤 꿈에서도
개구리 먹으면 좋겠어요
꿈만 먹고 살았으면
생시에는 내가 남이었으면...
우리의 바람은
끝도 없어요
그러나 거지의 진짜 소원은
그 중에서 딱 한 번
남에게 무엇이든
주
고
싶
어
요
탈북시인 장진성 中
(조갑제닷컴 출간) p60~61
배경음악 - 정결한 여신(Casta Diva), Maria Cal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