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를 맞이하면서

박종구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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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를 보내고 맞이하는 [바람의 나라]. 만화와 게임으로 상당한 인기를 끈 [바람의 나라]이기에. 방영 전부터 시청자의 관심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뜨거웠다. 그러나 필자는 만화와 게임, 모두 접해보지 못했기에. 설렘과 호기심으로 기다려왔다. 이제 역사 유일의 칭호, 신왕(神王)으로 기록된 무휼(無恤)의 삶과 사랑이야기에 빠져보고자 한다.

 

 

 

첫 회, 첫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황하석림의 웅장함을 압도하게 될 유리왕의 옷자락을 따라 흐르는 바람. 그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머리카락. 기산부족과의 전투 장면에서 일으켰던 거친 모랫바람. 그리고 고구려의 기상을 드높이듯, 힘차게 펄럭이던 삼족오(三足烏) 깃발. 들꽃을 어루만지는 유리왕의 손끝에서 느껴지던 왕의 고독.

 

 

 

들꽃은 한 곳에. 바람은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바로, 야생적이라는 것! 들꽃의 유일한 친구였을 바람은, 앞으로 자신이 닿는 곳곳마다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할 것이다. 기산부족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고구려 제2대 왕, 유리(정진영 분)의 등장으로 서막을 드러낸 드라마 [바람의 나라]. 과연, 안방극장에 신선한 가을 바람을 선사할 수 있을까?

 

 

 

걱정이 크다. 드라마 [바람의 나라]는 김진의 원작 만화 [바람의 나라]를 모티브로 기획, 제작되었다. 서두에 말했듯이 필자는 만화를 보지 못했기에. 만화 [바람의 나라]와 드라마 [바람의 나라]를 비교할 형편이 못 된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히 안다. 바로, 우리 역사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고구려 이야기라는 것을. 또한, 고구려 제3대 대무신왕(大武神王)의 이야기라는 것을. 역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우리에게 역사는 특별하고 각별하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2000년 전의 역사가 그리운 것은 징글맞게 따라다니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이 한몫하고 있음이다. 우리 선조의 용맹과 기개로 그들을 혼쭐내던 시절이 그리운 게다. 우리는 그런 선조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담아두고 우리 역사 지키기와 더불어, 우리 역사 바로 알기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만큼 역사극은 신중해야 한다. 앞서, 뜬금없이 언급한 '걱정이 크다'라는 얘기는 [바람의 나라] 1,2회를 지켜본 후에 생긴 진실한 감정이다. 무휼(송일국 분)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 때문이다. [바람의 나라]는 가상의 나라가 아니다. 무휼 역시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존했던 고구려의 왕이다. 10세의 어린 나이에 부여와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11세에 태자에 책봉되어 15세에 왕위에 오른, 지혜와 기개가 특출했던 대무신왕이다. 그런데 왜! 대천관을 내세워 무휼을 최하층 계급인 벽화공으로 만들었을까? 대천관이 받았다는 하늘의 계시를 들을 때는, 아무리 드라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역사극 더러 역사책을 대본으로 하여 만들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경계선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사극 작가는 스스로 상상의 날개를 꺾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번 [바람의 나라] 극본에는 정진옥 작가, 박진우 작가와 에이스토리(드라마 작가 중심으로 구성된 드라마 콘텐츠 전문 회사) 소속 작가들이 공동 참여했다. 날개가 너무 많아서 그랬던 걸까? 홀로 작업할 때보다는 다분히 책임이 분산될 수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무휼이라는 이름이 '업다 무(無)'에 '심장과 피로 만들어진 휼(恤)'이기에 그러한 저주받은 운명으로 태어나게 한 걸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본다. 역사극의 생명은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손상하지 않고 풀어나가느냐에 달렸다. 이것은 사극(史劇)이 사극(死劇)이 될 수도 있는 절대적 요소이다.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은 극히 부족하고 단순하다. 당연히, 작가가 살을 붙이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드려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뼈대이다. 뼈대만큼은 작가의 상상력에 지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작가가 펼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그 뼈대 위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하고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있는 눈빛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은 사극 작가의 능력이자 기본자세라고 여긴다.

 

 

 

대천관의 예언을 보자. "왕자님은 고구려를 멸망에 이르게 할 운명을 타고 태어나셨습니다. 형제를 죽이고 어미와 아비를 죽이고, 종국에는 제 자식까지 죽일 운명이라 했습니다.". 찬란했던 고구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무신왕임을 이미 아는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임이 분명하다. 이 대사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들이 있다. 왕후는 산후욕으로 죽어야 했고 고구려 백성이 신성시 여기는 까마귀는 떼죽음을 당해야 했다. 우물은 온통 피로 물들었으며 가축들은 이유없이 죽어나가야 했다. 왕후의 죽음 외에는 모두 비류부 상가(相加)의 음모였다. 이 모두가 잘못된 설정이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여기서 혼란이 온다. 나라의 국운을 점치고 백성의 정신적 지주인 대천관이 유리왕에게 고한 하늘의 계시는 틀렸다는 것!

 

 

 

무휼을 추모의 동굴 무덤 속, 벽화공으로 만들기 위한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굳이, 밑바닥 인생에서 자라나야 위대한 인물이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식상한 부분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실 그대로, 어린 무휼의 지혜와 기개를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길이 없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기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 KBS 역사극의 내일을 위해서.

 

 

 

 

걱정과 어색함은 뒤로하고, 드라마 [바람의 나라] 속으로 들어간다. 유리왕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권력을 탐하는 대가(大加)들에 맞서는 해명태자(이종원 분). 그와 혜압(오윤아 분)의 사랑이 언제부터 싹텄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애틋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해명태자의 품에서 혜압의 품에 안기게 되는 무휼. 자신의 신분도 모른 채 무덤 속에서 벽화를 그리는 무휼의 심장은 이미 바깥세상에서 뛰고 있었다.

 

 

 

음침한 동굴 속보다는 불길한 기운이 넘치는 바깥세상이 좋으니 보내달라고 하는 무휼의 모습에서 '반항'이라는 단어와 '연민'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다. [바람의 나라] 1부는 유리왕의 카리스마로 뒤덮였다면, 2부는 단연코, 혜압의 화려하면서도 부드러운 액션 연기로 장식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아무리 차가운 시선과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어도 혜압의 깊은 정은 숨길 수 없었다. 또한, 도진(박건형 분)과의 대결구도는 어떻게 전개될까?

 

 

 

어쨌든 가혹한 운명으로 말미암아 혜압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무휼이다. 앞으로 등장할 연과의 사랑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혜압과의 끈끈한 정도 두고 봐야겠다.

 

 

 

세류(정다빈 분). 만화 캐릭터 중에서 대단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안다. 아역 배우의 연기에 움찔했다. 동생을 멀리 보내면서 흘리던 눈물. 그냥 내버려두면 그 큰 눈에서 한없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훗날을 기약하며 무휼에게 선물이자 징표로 준 목걸이. 그 목걸이를 빼앗아간 추발소(김재욱 분). 언젠가는 찾겠지. 그래야 누나와의 재회가 그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되살려주면서 이루어질 테니까. 끝으로, 부여공주 연(최정원 분)의 등장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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