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서 그들은 왜 락을 불렀나?

정주영200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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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세지 감독이 주도하여 제작된 TV 시리즈 <더 블루스>는 블루스의 뿌리만이 아니라 그것에 영향받은 뮤지션들과 블루스 가수들을 조망하는 음악 다큐멘터리다. 국내에서는 서울아트시네마가 아트선재센터 내에 있던 시절에 이 시리즈를 스크린에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틴 스코세지, 마이크 피기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빔 벤더스 등. 음악에 조예가 깊은 감독들이 한 편씩 도맡아 제작한 이 시리즈는 진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데 블루스의 영향력을 랩뮤직에까지 확장시키는 관점에 조금 의외였던 기억이 난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서 다음 번에 열릴 런던 올림픽을 홍보하는 공연이 있었다. 런던의 명물 이층버스와 웨스트엔드에서 왔을 법한 퍼포머들이 선보인 런더너들의 일상, 그리고 2층 버스가 변하여 무대가 되고.....

등장한 명사들은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전설의 락커 지미 페이지, 그리고 떠오르는 신성 리오나 루이스 이렇게 세 명이었다. 지미 페이지와 리오나 루이스는 락 레전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히트곡 Whole Lotta Love 를 열창 및 연주했는데 페이지가 1944년생,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의 뒤를 잇는다는 차세대 디바 리오나 루이스가 1985년생이니 40년 차이를 두고 무대에 선 셈이다.

 

 

 

레드 제플린의 이름을 알리게 된 히트곡을 연주한 까닭은 무엇이며, 왜 이들이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 런던을 알리려 무대에 섰을까를 따져보니 답은 간단했다. 두 명 다 런더너였던 것. 레드 제플린하면 대학교 락그룹들이 한번쯤 연주해봤을 곡들-예를 들어 '락큰롤'- 과 팝 좀 듣는다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거쳐야 할 락의 만신전에 올라있는 이름 중 하나다. 우리가 기억하는 건 로버트 플랜트의 원조 샤우팅하면서도 블루지한 보컬인데,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을 보니 R&B 가수 리오나도 이에 못지 않은 것 같다. 이들이 부른 Whole Lotta Love는  레드 제플린의 히트곡으로 1969년에 빌보드 차트 4위에까지 오른 바 있는데,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그들의 곡이라고 한다. 레드 제플린이 발매한 두 번째 앨범에 실렸으며 락은 락인데 매우 블루스적인 느낌이 강한 곡이다. 게다가 로버트 플랜트의 그 창법까지 더해서 말이다.

 

핑크 플로이드라든가 폴리스 출신의 스팅, 딥 퍼플, 주다스 프리스트, 엘튼 존, 퀸, 롤링 스톤스, 데이비드 보위, 탐 존스 등. 쟁쟁한 영국의 락 그룹 및 가수들과 그들의 영향력은 결코 섬나라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마도 런던 출신을 찾다보니 지미 페이지가 선정되었고 그래서 이번 무대에 오른 것 같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아직도 블루스적인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고 피력하는 것 같다.

 

 

 

[지미 페이지의 현 모습과 과거의 모습] 

 

 

 

 

영국 블루스의 아버지 존 메이올. 실제로 그의 나이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어쨌거나 블루스가 흑인노예들의 음악에서 연원하였고 미국 내에서 발달한 장르이긴 하나 언제부터 영국으로 건너왔는지는 모르겠다. 미국 내 뮤지션들 중 알만한 사람들이 영국 블루스에 영향을 줬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가수로는 재니스 조플린이 있다. 이식받은 음악인데 독자적으로 그 영역을 개척했다고나 할까. 사실 모든 대중음악의 뿌리는 블루스지만, 락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헤비메탈하면 레드 제플린, 딥 퍼플 등 우리가 알만한 전설적인 그룹들의 이름이 거명되기도 하였으나 이들을 락으로 분류하는 게 요즈음의 추세인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메탈 갓(Metal God) 주다스 프리스트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샤우팅 하면 뒤지지 않는 롭 헬포드 옹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 주다스 프리스트는 아주 오래된 그룹인데,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건 1970년이다. 주다스 프리스트를 메탈 갓으로 일컫게 된 건 이들이 잉글리쉬 락 밴드 전통에서 블루스적인 요소를 거세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본격적인 헤비 메탈의 시대는 이로 인해 열렸다고 보는 것 같다. 이들의 초창기 음악을 들어보지 않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블루스적인 요소를 버리지는 않았을 거다.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헤비메탈 사운드를 이들을 통해 접한 것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고 그 때가 1990년 이전이었으니 나의 경험으로 유추하건대 적어도 1985년 이전에는 본격적인 메탈음악을 추구하고 있지 않았을까?

 

 

 

<아메리칸 아이돌>의 까칠한 독설가요 심사위원인 사이먼 코웰은 발도 넓다. 벌여놓은 프로그램만 한 두개가 아니다. 유튜브를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폴 포츠도 그가 심사위원으로 있는 <브리티쉬 갓 탈랜트> 출신이요, 이 리오나 루이스도 역시 이 독설가께서 자리하고 있는 <엑스 펙터> 출신이다. 동영상을 찾아보니 한 미모+가창력 했던 덕에 이렇게 앨범도 나오고 영국에서는 각종 음악상을 휩쓸었다. 신구세대의 조화를 이룬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 공연에 이만한 가수도 없을 거다. 영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라면 노장 중에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도 있을 것이고, 폴리스 출신의 스팅, 퀸의 브라이언 메이 등도 거론할 수 있겠다. 젊다는 가수 중에는 2비트 R&B 크레이그 데이비드 그리고 테이크 댓(Take That) 출신의 악동 로비 윌리엄스도 있겠지만 단지 런던 출신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발탁된 그녀의 등장은 조금은 어이없어 보이기도 하나 그녀의 이름 리오나는 은 '암사자'라는 뜻 아닌가. 영국의 국가 문장에 그려진 사자와 그녀의 이름이 맞아떨어져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

 

 

그런데 혹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때는 롤링 스톤즈 옹들께서는 공연 안 하시나요? 벌써부터 개막식 라인업이 궁금하다. 얼마전 보도된 기사에는 런던 올림픽에 할당된 예산이 베이징의 40% 수준이란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인적 자원의 질적 수준이 높았으면 한다. 참 이번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 때 런던올림픽 홍보에 들어간 돈이 39억이란다. 런던출신인 베컴과 페이지, 루이스 등의 몸값은 이 중에 얼마를 차지할까?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공연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영국 출신 뮤지션들의 무대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뭐 실질적으로 따지자면 돈이야 엄청 들겠지만 이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계기는 이런 국가적인 이벤트 밖에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