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신화의 나라에서 신화를 찾다

정주영200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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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신화의 나라에서 신화를 찾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스크린에 옮긴 이 동명의 영화는 한국영화 <신기전>과 맞짱을 뜨기로 되어 있다. 개봉날짜가 같다는 뜻이다. 그 동안 시사회를 참 많이도 연 것 같다. 대부분 여성관객드를 타겟으로 해서 공감대를 얻으려는 전략은 내가 영화의 홍보 담당자도 아니요 관계자도 아닌 이상 뭐라 할 말 없지만, 모두의 이상형으로 나왔던 배우가 여기서는 중년을 지향하는 아저씨가 되어 나온다던가(해리 역의 콜린 퍼스), 더 이상 섹시하고 매력 넘치는 스파이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체감한 배우(샘 역의 피어스 브로스넌)를 보는 일은 세월을 실감케 슬프기 그지 없다. 영화는 코믹한 한 편의 소동극에 아바(ABBA)의 히트곡을 더해 한층 재미를 배가시키지만 이런 면에서는 감상적이 될 수 밖에 없다.

 

20살의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제멋대로 '세이프라이드' 라고 그녀의 이름을 쓰지 말기를!-는 스카이(도미닉 쿠퍼)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리스의 한 섬에서-영화의 촬영도 대부분 그리스에서 했다- 엄마인 도나(메릴 스트립)과 호텔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소피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찾는게 꿈이다. 어느날  엄마의 일기장에서 아빠 후보 세 명을 발견한다. 결혼식 때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싶은 소피는 후보자들에게 도나 몰래 편지를 보내고 샘, 해리, 빌(스텔란 스카스가드)은 그리스로 온다.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겼으니 그 끝도 뮤지컬답게 끝맺음하는 <맘마미아!>. 그 엔딩 뒤에 보너스 엔딩이 기다리고 있지만, 어쨌거나 영화의 엔딩은 모두가 어우러지는 광란의 축제 같아 보인다.

 

[맘마미아!]신화의 나라에서 신화를 찾다

 

촬영지 중에 한 곳인 스코펠로스(Skopelos) 섬은 포도주로 이름난 곳이요, 그리스 신화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니 영화가 이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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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리아드네는 미노스 왕의 딸이다. 영웅 테세우스에게 반해 미궁에 갇혀있던 아테네의 일곱 소년과 일곱 소녀들을 자신의 지략을 이용하여 구해 낸다. 미궁에 그대로 남아 있었더라면 머리는 소요, 몸은 사람인 미노타우르스의 먹이가 되었을 터. 미노스 왕의 딸로서 아비의 뜻에 반하는 일을 저지른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와 함께 도망치는데 낙소스 섬에 홀로 버려진다. 일설에는 버려진 게 아니라 그녀가 병들어 여기서 죽었다고도 하고 테세우스에게 버림 받은 게 아니라 그의 꿈에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이 여인은 나의 아내로 내가 점찍었다고 하여 테세우스가 그녀를 놔준 것이라고도 한다. 스코펠로스는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와 낳은 세 아들 중 한 명인 스키폴루스(그의 이름은 '포도송이'라는 뜻이다)가 발견한 섬이다.

 

[맘마미아!]신화의 나라에서 신화를 찾다


     

또다른 촬영지인 스키아토스(Skiathos) 역시 디오니소스를 숭배한 곳이니 내가 <맘마미아!>의 엔딩을 보면서 에게 해 연안의 섬들과 신화의 나라의 낭만과 함께 현대판 디오니소스 축제를 그려본 것도 자연스럽다.

 

<맘마미아!>의 모든 소동은 소피의 아빠 찾기로 비롯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나를 비껴가지는 않는다. 그리스의 한 섬에 눌러앉아 홀로 딸을 키운 그녀는 에게 해의 코발트 블루와 어울리는 호텔을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다. 소원 중 하나는 이 섬에 있다고 전해지는 '비너스의 샘'을 발견하는 것. 사실은 그리스니까 '비너스' 가 아니라 '아프로디테' 라고 해야 맞겠지만.

 

[맘마미아!]신화의 나라에서 신화를 찾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전쟁의 신 아레스가 눈이 맞아 연애를 하다가 여신의 남편에게 발각된 이후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몸을 씻는다. 여신이 목욕한 물은 처녀성을 회복시켜 주는 능력이 있는데, 아마도 <맘마미아!>에서 도나가 말한 '비너스의 샘물'은 이를 가리킨 듯하다.

 

소피도 자신의 앞에 선 세 아저씨들 중 한 명을 아빠로 택해야 하고 도나도 과거의 세 남자 때문에 갈등한다. 게다가 셋 다 여전히 도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해리는 도나 때문에 결혼도 안 하고 살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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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가는 배를 놓쳐 해리와 샘은 탐험가인 빌의 요트를 얻어타고 도나를 만나러 오게 된다.  신화의 아르고스 호는 황금양털-곡식을 은유한다고도 함-을 찾으러 떠났지만, 세 남자는 한 여자를 만나러 배를 타고 간다. 영화의 또다른 촬영지인 펠리온(Pelion)의 다모카리(Damouchari)는 항구로 신화 속 아르고스 호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영화 속 세 남자 샘, 해리, 빌이 설마 이 곳에서 배를 타고 도나를 만나러 간 건 아니겠지?

 

파리스의 심판. 최고의 미녀를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약속에 파리스가 세 여신 중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 황금사과를 주었다는. 양팔없는 비너스를 우리는 기억한다. 밀로의 비너스상 말이다. 그 팔을 통해 이 상의 자세를 유추해 보면 한 손으로는 흘러 내리는 옷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황금사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맘마미아!>에서는 파리스가 아니라 도나와 소피가 심판관이고 세 남자는 그녀들의 결정을 기다린다. 세 남자는 다 소피에게 자신이 아빠인 것 같다고 말하고 소피는 흔들린다. 도나도 마찬가지. 세 남자 다 도나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20년 동안 자신의 딸일지도 모를 소피를 홀로 키운 도나에 대한 죄책감도 어느 정도 들어있다. 이제 와서 책임을 지겠다니!

 

[맘마미아!]신화의 나라에서 신화를 찾다


[이미지출처 : 그리카 탓 컴]

 

스코펠로스 섬의 이 교회는 어떻게 지어졌는지 그 유래는 분명치 않다. 이 지방에 전하는 얘기로는 한 마을 사람이 절벽 위에 무엇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으나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 날 밤 꿈에 한 여인이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이곳에 가보면 거기 상이 하나 있을 거라고 하여 그 말대로 했더니 정말로 Agios Ioannis의 조각상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알고는 절벽 꼭대기로 가는 계단을 파기 시작했는데, 이 상을 다른 곳에 보관하게 되었다. 다음날 마을 사람들은 이 상이 이곳에 되돌아 온 것을 발견하고 여기다 교회를 세우기로 했다는 얘기다. 절벽 위의 교회라....이 교회의 이름은 Chapel of Agios Ioannis 이다. 

 

<맘마미아!>의 소피가 도미닉과 결혼식을 올리는 곳이 바로 이 교회인데, 교회로 가는 계단에서 샘은 도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려 하지만, 그녀는 나름 타당한 이유(?)-아바의 노래로!- 로 샘의 마음을 일단 거절한다. 소피의 결혼식은 중요한 게 아니다. 작은 섬마을의 축제여야 할 결혼식은 도나에게도 한 번의 기회를 준다. 세 남자 중 한 명이 도나에게 정식으로 청혼하는 것. 그 순간 여인-'도나'는 여인, 혹은 숙녀라는 뜻이다-은 신부가 되고 처녀성-순결한 신부의 이미지-를 회복한다. 결국 '비너스의 샘물'은 도나를 과거의 연인과 결혼으로 재회하게 하는 셈이다.

 

해리, 빌, 샘 중 누가 도나의 짝이 되는지는 밝히면 안 될 듯하다. 다만 이름이 '듣는 자, 들음으로서 구하는 자, 구하는 자' 를 뜻하는 남자가 도나와 결합한다는 것만 밝혀둔다. 그런데 나머지 둘은 이 결합을 질투하지 않고 축하하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그들은 리바운드 가이이기 때문이다. 리바운드 가이란, 실연당한 아픔을 잊기 위해 만난 남자를 뜻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