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투수를 꿈꾸는 프로야구 유망주 선수에게서 나올 법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가녀린 20대 젊은 여성이 서슴없이 뱉어냈다. ‘S라인’에 집착하고 남녀 가리지 않고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요즘 세태니 “니가 여자임을 포기했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법하다.
야구를 위해 살을 찌운다는 ‘비상식적’인 말을 서슴없이 털어놓는 이경미(여.28) 씨.
마치 베이징올림픽 역도 스타 장미란이 “체중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해듯이.
이씨는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사회인 야구단 ‘버서커즈’의 유일한 여성 멤버다.
지난 10일 오후 그를 서울대 운동장에서 만났다. 붉은색 야구 유니폼에 야구 방망이, 글러브는 물론 손목 보호대에 운동화까지 모두 챙겨입은 그의 모습. 그런데 그럴듯하면서도 왠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에 체인지업을 배웠다며 한껏 투구 자세를 취했다. 자세는 제법 그럴듯했지만 그녀의 손에서 떠난 공은 힘없이 굴러갔다.
“폼은 김광현, 류현진 못지 않은데요”라고 칭찬하자 그녀는 “요즘 연습을 못했어요”라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올해는 그야말로 야구의 중흥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2년 출범이래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 관중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베이징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은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격상시켰다. 이씨는 휴가 기간을 베이징에서 보냈고 그곳에 감동의 순간을 직접 느꼈다고 한다.
“올림픽야구는 모든 사람이 말하듯, 한편의 드라마였죠. 선수들이 울 때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라던 이씨는 “특히 이번 올림픽은 뒤집는 경기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이게 야구의 또 하나의 매력아니겠어요? 예측할 수 없는…”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만큼 여성팬들도 확연히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스포츠라는 야구에서의 국민은 주로 남성에 해당된다. 더군다나 ‘여성이 야구를 한다’는 것은 아직도 예외적인 일이다. 야구장의 여성이라면 많은 이들이 치어리더를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 제패의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여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여자 야구 대표팀이 2승을 거둬 화제가 됐지만 이 역시 ‘남자 야구’의 인기에 편승한 것일 뿐이다.
“야구하면 주로 남성이 떠오른다는 사실에 불만은 없어요. 골격부터가 차이가 나기도 하고…. 사실 남성이 리듬체조를 취미로 한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요?”라며 이씨는 일단 순순히 현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여성이 야구를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도 처음에는 야구를 단지 좋아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간 잠실야구장에서 느낀 야구의 재미에 매료된 이후 수없이 야구장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야구 방망이를 쥐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불과 지난해에 일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저 한 번 그라운드에 직접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라고 해서 야구를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는 2007년 말께 지금 소속돼 있는 ‘버서커즈’에 문을 두드렸고, 비록 출장 기회는 적지만 빼놓을 수 없는 당당한 일원이 됐다.
더불어 그는 같은 해에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심판 학교를 수강했다.
“야구의 매력 중 하나는 ‘기록의 스포츠’라는 거죠. 복잡하지만 알고 보면 정말 재밌는 야구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버서커즈 멤버 중에서도 가장 야구 룰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게 됐다. 이제는 다른 남자 선수들이 알쏭달쏭한 규칙이 있으면 이씨를 찾을 정도가 됐다.
“학교를 수료하면 심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시켜주더라고요”라며 말하는 그는 아직까지도 분한 듯했다. “올림픽 남자 축구에도 한국의 여성 심판이 주심을 봤는데 야구에서는 여성 심판이 없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씨는 최초의 여성 심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아무래도 남자들에게 밀릴 뿐 아니라 기술도 어쩔 수 없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 해 전부터 국내에도 야구 동호회들이 속속 생겨났고 나름대로 활성화돼 있다. 동호회라고 해도 재학 시절 직접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이들도 상당수 포진돼 있기 때문에 그 실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그래서 일반 남성들이 동호회에 가입한다고 해서 쉽게 게임에 출장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재학시절 오래달리기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허약했던 이씨가 직접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꼬박꼬박 경기장을 찾는 이씨가 대견한 감독이 승패와 무관한 상황에서 간혹 대타로 기용할 뿐이다. 수비를 맡는 다는 것은 아예 언감생심. 그래서 자신의 글러브를 실제 경기에서는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 국내 야구선수 1호로 남자학교에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던 안향미 씨의 동호회 야구단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여성들이 하는 소프트볼을 하는 것이 어땠을까? 그는 “야구와 소프트볼은 전혀 다르다”고 단언한다. 이점 역시 소프트볼 계에서의 ‘유혹’을 한사코 외면한 안향미 씨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소프트볼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무조건 공을 아래로부터 던지는 언더핸드 자세여야 한다는 점이 저한테는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야구의 오버핸드, 스리쿼터, 사이드암 등 다양한 투구가 없잖아요.”
그러면서 이씨는 야구를 여성이 못할 운동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야구는 팀워크의 운동이잖아요? 여성들이 사회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러면에서는 오히려 여성에게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잖아요.”
사실 여성끼리 야구를 할 수 있는 동호회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도 그가 야구 동호회에서 홍일점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개인 사정 때문에 예전보다 자주 찾지 못해 팀에 매우 미안하다고 한다. 회사 일에 치이기도 하고 취미로 배운 유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씨는 이 말을 꼭 기사에 넣어달라고 했다.
“사회인 야구단 버서커즈가 회원을 모집합니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자격만 갖추면 됩니다. 물론 여성은 대환영입니다.”
내 인생의 멋진 스트라이크를 꿈꾸며…
사회인 야구단 버서커즈 홍일점 단원 이경미 씨
어릴적 아버지따라 야구장 찾던 추억…
작년부터‘야구방망이 직접 잡아보자’결심
그라운드 뛸 기회 적지만 구속 높이려 S라인도 포기
한국야구위 주관 심판학교 수강…최초 여성 야구심판 도전
팀워크 강조하는 스포츠…사회성 부족한 여성엔‘안성맞춤’
“허리와 팔, 그리고 하체의 살을 찌우려 해요. 그래야 구속이 더 나오거든요.”
특급 투수를 꿈꾸는 프로야구 유망주 선수에게서 나올 법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가녀린 20대 젊은 여성이 서슴없이 뱉어냈다. ‘S라인’에 집착하고 남녀 가리지 않고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요즘 세태니 “니가 여자임을 포기했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법하다.
야구를 위해 살을 찌운다는 ‘비상식적’인 말을 서슴없이 털어놓는 이경미(여.28) 씨.
마치 베이징올림픽 역도 스타 장미란이 “체중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해듯이.
이씨는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사회인 야구단 ‘버서커즈’의 유일한 여성 멤버다.
지난 10일 오후 그를 서울대 운동장에서 만났다. 붉은색 야구 유니폼에 야구 방망이, 글러브는 물론 손목 보호대에 운동화까지 모두 챙겨입은 그의 모습. 그런데 그럴듯하면서도 왠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에 체인지업을 배웠다며 한껏 투구 자세를 취했다. 자세는 제법 그럴듯했지만 그녀의 손에서 떠난 공은 힘없이 굴러갔다.
“폼은 김광현, 류현진 못지 않은데요”라고 칭찬하자 그녀는 “요즘 연습을 못했어요”라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올해는 그야말로 야구의 중흥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2년 출범이래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 관중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베이징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은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격상시켰다. 이씨는 휴가 기간을 베이징에서 보냈고 그곳에 감동의 순간을 직접 느꼈다고 한다.
“올림픽야구는 모든 사람이 말하듯, 한편의 드라마였죠. 선수들이 울 때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라던 이씨는 “특히 이번 올림픽은 뒤집는 경기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이게 야구의 또 하나의 매력아니겠어요? 예측할 수 없는…”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만큼 여성팬들도 확연히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스포츠라는 야구에서의 국민은 주로 남성에 해당된다. 더군다나 ‘여성이 야구를 한다’는 것은 아직도 예외적인 일이다. 야구장의 여성이라면 많은 이들이 치어리더를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 제패의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여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여자 야구 대표팀이 2승을 거둬 화제가 됐지만 이 역시 ‘남자 야구’의 인기에 편승한 것일 뿐이다.
“야구하면 주로 남성이 떠오른다는 사실에 불만은 없어요. 골격부터가 차이가 나기도 하고…. 사실 남성이 리듬체조를 취미로 한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요?”라며 이씨는 일단 순순히 현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여성이 야구를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도 처음에는 야구를 단지 좋아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간 잠실야구장에서 느낀 야구의 재미에 매료된 이후 수없이 야구장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야구 방망이를 쥐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불과 지난해에 일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저 한 번 그라운드에 직접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라고 해서 야구를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는 2007년 말께 지금 소속돼 있는 ‘버서커즈’에 문을 두드렸고, 비록 출장 기회는 적지만 빼놓을 수 없는 당당한 일원이 됐다.
더불어 그는 같은 해에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심판 학교를 수강했다.
“야구의 매력 중 하나는 ‘기록의 스포츠’라는 거죠. 복잡하지만 알고 보면 정말 재밌는 야구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버서커즈 멤버 중에서도 가장 야구 룰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게 됐다. 이제는 다른 남자 선수들이 알쏭달쏭한 규칙이 있으면 이씨를 찾을 정도가 됐다.
“학교를 수료하면 심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시켜주더라고요”라며 말하는 그는 아직까지도 분한 듯했다. “올림픽 남자 축구에도 한국의 여성 심판이 주심을 봤는데 야구에서는 여성 심판이 없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씨는 최초의 여성 심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아무래도 남자들에게 밀릴 뿐 아니라 기술도 어쩔 수 없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 해 전부터 국내에도 야구 동호회들이 속속 생겨났고 나름대로 활성화돼 있다. 동호회라고 해도 재학 시절 직접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이들도 상당수 포진돼 있기 때문에 그 실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그래서 일반 남성들이 동호회에 가입한다고 해서 쉽게 게임에 출장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재학시절 오래달리기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허약했던 이씨가 직접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꼬박꼬박 경기장을 찾는 이씨가 대견한 감독이 승패와 무관한 상황에서 간혹 대타로 기용할 뿐이다. 수비를 맡는 다는 것은 아예 언감생심. 그래서 자신의 글러브를 실제 경기에서는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 국내 야구선수 1호로 남자학교에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던 안향미 씨의 동호회 야구단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여성들이 하는 소프트볼을 하는 것이 어땠을까? 그는 “야구와 소프트볼은 전혀 다르다”고 단언한다. 이점 역시 소프트볼 계에서의 ‘유혹’을 한사코 외면한 안향미 씨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소프트볼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무조건 공을 아래로부터 던지는 언더핸드 자세여야 한다는 점이 저한테는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야구의 오버핸드, 스리쿼터, 사이드암 등 다양한 투구가 없잖아요.”
그러면서 이씨는 야구를 여성이 못할 운동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야구는 팀워크의 운동이잖아요? 여성들이 사회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러면에서는 오히려 여성에게 더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잖아요.”
사실 여성끼리 야구를 할 수 있는 동호회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도 그가 야구 동호회에서 홍일점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개인 사정 때문에 예전보다 자주 찾지 못해 팀에 매우 미안하다고 한다. 회사 일에 치이기도 하고 취미로 배운 유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씨는 이 말을 꼭 기사에 넣어달라고 했다.
“사회인 야구단 버서커즈가 회원을 모집합니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자격만 갖추면 됩니다. 물론 여성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