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김준형200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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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내가 미술에 대해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댈걸?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볼까? 그에 대해 잘 알 거야

그의 걸작품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 성적 본능까지도 알 거야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의 내음이 어떤지는 모를걸?

한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정화를 본 적 없을 테니까

또 여자에 관해 물으면 네 타입의 여자들에 관해 장황하게 늘어놓겠지

벌써 여자와 여러번 잠자리를 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여인 옆에서 눈뜨며 느끼는 행복이 뭔진 모를걸?

전쟁에 관해 묻는다면 셰익스피어의 명언을 인용할 수도 있겠지

다시 한번 돌진하세 친구들이여 하며!

하지만 넌 상상도 못해

전우가 도움의 눈빛으로 널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걸 지켜보는 게 어떤 건지!

사랑에 관해 물으면 한 수 시까지 읊겠지만

한 여인에게 완전한 포로가 되어 본 적은 없을걸

눈빛에 완전히 매료되어 신께서 너만을 위해 보내주신 천사로 착각하게 되지

절망의 늪에서 널 구하라고 보내신 천사!

또한 한 여인의 천사가 되어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어떤 건지 넌 몰라

그 사랑은 어떤 역경도, 암조차 이겨내지

죽어 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상을 지킬 땐

더 이상 환자 면회 시간 따윈 의미가 없어져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건지 넌 몰라

타인을 네 자신보다 더 사랑할 때 느끼는 거니까

누굴 그렇게 사랑한 적 없을걸?

내 눈엔 네가 지적이고 자신감 있기 보다

오만에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만 보여

하지만 넌 천재야, 그건 누구도 부정 못해

그 누구도 네 지적 능력의 한계를 측정하지도 못해

근데 그림 한 장 달랑 보곤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

내 아픈 삶을 잔인하게 난도질했어

너 고아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고 네가 뭘 느끼고 어떤 앤지

올리버 트위스트만 읽어보면 다 알 수 있을까?

그게 널 설명할 수 있어?

솔직히 그따위 난 알 바 없어, 어차피 너한테 들은 게 없으니까

책 따위에서 뭐라든 필요 없어, 우선 네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자신이 누군지 말야

그렇다면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주마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

자신이 어떤 말을 할까 겁내고 있으니까

네가 선택해, 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