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행]불멸의 음악가 무덤 '빈 중앙묘지' 윤혜영/자유기고가 2008년 09월 21일 (일) 13:47:04거제타임즈 역발상이 만든 문화명소, 음악가들의 무덤 ‘비엔나 시립 중앙묘지’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하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는 청마 유치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보기위해 ‘싸이월드’ 문화예술 클럽 회원들과 거제도를 찾았다.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 전시회를 본 감동을 나누려고 거제시 둔덕면의 청마 묘소를 참배하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의 ‘아름다운 공동묘지’가 유럽 배낭여행의 추억과 함께 회상되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구심점이자 맛있는 커피, 소시지의 이름이기도 한 영어발음으로는 비엔나(Vienna). 클래식하고 고풍스런 건축물들이 아름다운 빈은 역사에 빛나는 걸출한 악성(樂聖)들이 활동한 음악의 도시이다. 모차르트의 도시 짤츠부르크(Salzburg)와도 1시간 30분 거리로 이웃하고 있다.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 슈트라우스, 브람스 등의 쟁쟁한 음악가들이 이 도시를 사랑하여 노래하고 고뇌하며 향유하였다. 음악적 자부심이 대단히 높은 도시로써 사계절 다양한 음악축제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고 곳곳에선 우리가 사랑한 불멸의 음악가들 흔적과 조우할 수 있는 곳이다. ▲ 하늘을 가릴 듯 빽빽하게 솟은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걸으면 중앙묘지 가운데 자리한 뤼거교회(Lueger Kirche)의 앙상블은 매우 아름답다. ‘제 3의 사나이’와 베토벤의 일생을 주제로 한 ‘불멸의 연인’ 등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이 불멸의 거장들 영혼이 천국에서 영면하며 한곳에 모인 안식처가 있으니 빈 시에서 운영하는 ‘중앙묘지(Wien Zentraltriedhof)’이다. 빈에는 시내와 외곽을 통틀어 약 50여 곳의 공동묘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묘지가 시내 중심가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내외에 위치한 빈 11구의 ‘젠트랄프리드호프(Zentraltriedhof)’이며 1874년 시의회에서 조성하였다. 약 90만 평의 아파트먼트 형으로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상페테르부르크 공동묘지 다음으로 크다고 한다. 매년 200만 명의 순례자들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이 시립묘지가 오늘날처럼 유명하게 되기까지는 빈 시의회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조성되었다.
건립 초창기에는 이렇다할 특색이 없었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공동묘지에 다름 아니었다. 이 공동묘지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1881년에 발표한 ‘유명인들의 젠트랄프리드호프 명예묘지 이장 추진 법’이었다. 빈 시(市)의 주도로 각처에 흩어져 있는 예술인들의 묘지를 이장, 통합키로 하여 1881년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필두로 음악가, 학자, 정치인, 건축가 등과 역대 대통령들의 무덤을 한자리에 모았다. ▲ 독일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친분이 있었던 요한 슈트라우스의 추천을 통해 빈으로 옮겨 음악활동을 하였던 브람스. 당시 빈은 음악가들에게 좋은 조건을 많이 제시하였고 브람스도 남은 여생을 빈에서 음악활동을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였다. 무덤의 고뇌하는 조각상을 보면 운명도 그의 창작에의 열정을 꺾을 수 없음을 표현한 것 같다.빈 시민들은 유명인사들의 무덤에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의 장례식에도 참가하는 등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 자신도 죽은 후에 좋아하던 예술인들과 함께 묻히고자 묘지 구입이 쇄도하였고, 중앙묘지는 늘어나는 주문으로 몇 번에 걸쳐 묘역을 확장하고 또 확장하여야 했다. 현재는 빈 시민들의 무덤까지 통합 5개의 공동묘지까지 추가되어 무덤만 약 33만기에 달한다.
음산함을 웅대함으로 만든 빈 시의회의 ‘명예묘지 추진 법’ 제정 “장묘문화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여행 중에 들린 프랑스 건축가 브로니야르가 설계한 정원식 묘지 ‘페르 라세즈(Pere Lachaise)’와 하이델베르크의 시립묘지, 스위스 브리엔츠의 작고 아담한 마을묘지들을 둘러보며 느낀 점이다. 특히 파리의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는 유명 예술인들의 무덤이 아주 많은데 이사도라 던컨, 마리아 칼라스, 들라크루아, 앵그르, 모딜리아니, 쇠라, 알퐁스 도데, 오스카와일드, 쇼팽, 로시니, 이브 몽땅,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등의 무덤이 있다.
박물관으로 지정되어 예술가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전 세계에서 즐겨 찾아 파리 여행 필수 코스 중의 하나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산책 나온 시민들이나 책을 읽고 있는 젊은이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까지 많은 이들이 사랑해 파리의 자랑이자 쉼터이며 세계의 명소가 되었다. 대표적인 묘지 공원화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전쟁 당시 의기소침하던 시민들을 위해 흥겨운 왈츠를 작곡하였고 그 인기는 빈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춤곡이 되었다. 그의 일생의 역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역시 세계적인 명곡이다. 그의 장례 당시에는 빈 인구의 3분의 1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사랑하던 아내와 함께 영원한 동반을 하며 잠들어 있다.빈의 중앙묘지도 존경하고 흠모했던 예술가를 기리고, 아름다운 조형작품 같은 묘비예술과 공원 같은 문화휴식공간을 즐기기 위해 매년 많은 문화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중앙묘지는 이제 빈의 또 다른 관광상품이자 명품 문화명소가 되었다. 원래 왕족들의 사냥터였는데 유럽 전역의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묘지 디자인을 공모하여 독일의 건축가 ‘칼 요나스 뮐리우스’와 ‘알프레드 프리드리히 블룬트쉴리’의 작품 “음산함에서 웅대함으로(per angusta ad augusta)”가 당선되었고 이 설계를 바탕으로 건축되었다.
중앙묘지가 오늘날과 같은 장묘법을 제정한 것은 1970년. 모든 빈 시민은 사후에 시에는 관리하는 공동묘지에 묻힐 권리가 보장되며 매장의 의무와 가족묘의 사용, 매장장소와 무덤이용에 관한 규칙 및 사용할 수 있는 장식물에 관한 조항 등이 엄격히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각자의 무덤에는 주소처럼 고유번호가 있어 방문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컴퓨터로 일괄관리하고 있으며 10년 단위로 무덤 관리비도 지불해야 한다. 매장묘지와 화장장, 납골당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장묘지는 한 묘소에 4기까지 안치할 수 있으며 대부분이 가족묘이다. ▲ 서양 음악사에 가장 위대한 천재로 ‘음악의 악성’으로 불리는 베토벤은 빈에 35년간 살았다. 귓병으로 무척 신경질적이었던 그는 이웃과 마찰이 잦았으나 그가 사망했을 당시 비엔나의 모든 시민들이 비통해 하며 장례식장엔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전 세계의 음악인들이 성지 순례를 희구하는 곳, 필자도 평소 좋아하던 작곡가들의 흔적을 찾는 것을 꿈꾸다 방문한 빈 중앙묘지 제32A구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등 묘소가 안장되어 있었다. 특별 명예묘지 구역은 정문을 지나 첫 번째 교차로에서 왼편으로 ‘Musiker(음악가)’라는 조그만 팻말 하나가 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묘비 조각들은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해 사실적 기교의 섬세함, 현대미의 추상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형상화 되어 있었다. 예술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묘비들도 많아 조각공원에 들린 기분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대리석을 밀가루 주무르듯 자유자재이다. 얼마나 섬세하게 깎아놓았는지 묘비들만 종일 구경하여도 질리지가 않는다. 특히, 단순한 묘비명이 아니라 고인들의 과거와 장기(長技)를 회상할 수 있는 사실적인 묘비 조형물들에 눈이 자주 갔다. 바이올린 연주와 사냥에 뛰어났던 할아버지, 뜨개질을 잘 했던 할머니 등등 후손들은 그렇게 망자의 상징적인 대표 이미지를 조각해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 슈베르트는 빈에서 태어나 빈에서 죽었다. 생전에 베토벤을 몹시 존경하였다던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관을 운구할 때도 직접 도울 정도였다. 그의 유언은 베토벤의 곁에 묻히기를 소망하였고 뜻대로 되었다.누군가 조금 전에 다녀갔는지 채 시들지 않은 장미가 놓여진 묘비도 있고 많이 낡아 보수가 필요한 무덤도 있지만 묘지 전체를 아우르는 연초록 잔디와 색색의 꽃, 나무의 녹음에 감싸여 평온하고 장중한 기운이 괜히 센티멘탈한 감상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모든 것의 끝인 ‘죽음조차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사랑하던 인연을 잃은 애달픔과 위대한 예술가들에 대한 숭배의 경건함이 조우하는 녹지공간이었다.
기품 있는 아름다운 공원 속의 음악가 묘지들을 경배하다 가로수 길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아늑하고 평안한 기분이 감돌았다. 저 멀리서 부부가 다정하게 차양이 있는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것을 보며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환청을 느끼며 도시의 삶에 지친 타향의 여행자는 감미로운 휴식을 했었다. ▲ 가난에 시달리며 외로운 죽음을 맞았던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는 장례조차 제대로 치루지 못했고 무덤조차 돌보는 이 없이 잊혀졌다. 원래의 무덤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그를 기리는 기념비. 빈 묘 위의 조각상은 그의 아내 콘스탄체의 모습이다.그리고 중앙묘지를 참배한 후, 시내 건축투어를 위해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우연히 들린 역 앞 쓰레기 소각장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디자인을 통해 혐오시설을 관광자원으로 만든 사례로 유명한 빈의 ‘슈피텔라우 소각장’이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였던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했는데 아름다운 현대미의 예술작품 같아 요즘은 연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 공무원, 학생들이 찾는 빈의 명소가 됐었다고 한다.
거제도 청마 묘소 주변을 ‘예술인 명예묘지’나 ‘예술가 수목장’ 조성 초록산, 푸른 바다, 그 곳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 구절양장과 같은 곡선의 아름다운 길이 섬의 곳곳을 실핏줄처럼 돌고 도는 아름다운 거제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등에 업고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이며 품위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블루시티(Blue City) 거제시도 ‘역발상’으로 유명 예술인 장묘공원 조성을 추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이미 세계적인 조선산업도시이며 크루즈항, 인공섬 조성 등 해양문화관광도시를 향하여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거제도는 우리나라 현대 문학사의 거목인 청마 유치환의 고향이지 않은가? 청마 유치환의 묘소를 중심으로 둔덕면 주변을 ‘예술인 명예묘지’나 ‘예술가 수목장(樹木葬, Natural Burials)’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와 겨루는 명품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행, 문화적 파급효과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관심이 중요하다. ▲ 빈 도나우강 옆에 있는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오스트리아 최고의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 훈데르트바서가 디자인했는데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빈 시정부가 1992년 리모델링했으며 쓰레기 소각장을 한해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문화명소로 탈바꿈시켰다.꼭 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설치하는 것만은 기피하는 님비(NIMBY) 현상은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들의 숙제이다. 우리도 공원묘지나 화장터, 쓰레기 소각장이 동네에 들어온다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유럽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해 오스트리아 빈의 중앙묘지나 슈피텔라우 소각장처럼 ‘발상의 전환’과 ‘공공 디자인’으로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 선입견을 버리고 공동체를 위한 상생의 선택을 하면 '도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체험을 한 문화명소기행이었다.
윤혜영 / 경남 통영 출생. 계명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신문, 잡지 등에 문화답사기 기고 등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에서 예술과 여행을 좋아하는 1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문화예술 클럽 운영자이기도 하다.
[문화기행]불멸의 음악가 무덤 "빈 중앙묘지"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하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는 청마 유치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보기위해 ‘싸이월드’ 문화예술 클럽 회원들과 거제도를 찾았다.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 전시회를 본 감동을 나누려고 거제시 둔덕면의 청마 묘소를 참배하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의 ‘아름다운 공동묘지’가 유럽 배낭여행의 추억과 함께 회상되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구심점이자 맛있는 커피, 소시지의 이름이기도 한 영어발음으로는 비엔나(Vienna). 클래식하고 고풍스런 건축물들이 아름다운 빈은 역사에 빛나는 걸출한 악성(樂聖)들이 활동한 음악의 도시이다. 모차르트의 도시 짤츠부르크(Salzburg)와도 1시간 30분 거리로 이웃하고 있다.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 슈트라우스, 브람스 등의 쟁쟁한 음악가들이 이 도시를 사랑하여 노래하고 고뇌하며 향유하였다. 음악적 자부심이 대단히 높은 도시로써 사계절 다양한 음악축제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고 곳곳에선 우리가 사랑한 불멸의 음악가들 흔적과 조우할 수 있는 곳이다.
건립 초창기에는 이렇다할 특색이 없었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공동묘지에 다름 아니었다. 이 공동묘지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1881년에 발표한 ‘유명인들의 젠트랄프리드호프 명예묘지 이장 추진 법’이었다. 빈 시(市)의 주도로 각처에 흩어져 있는 예술인들의 묘지를 이장, 통합키로 하여 1881년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필두로 음악가, 학자, 정치인, 건축가 등과 역대 대통령들의 무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음산함을 웅대함으로 만든 빈 시의회의 ‘명예묘지 추진 법’ 제정
“장묘문화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여행 중에 들린 프랑스 건축가 브로니야르가 설계한 정원식 묘지 ‘페르 라세즈(Pere Lachaise)’와 하이델베르크의 시립묘지, 스위스 브리엔츠의 작고 아담한 마을묘지들을 둘러보며 느낀 점이다. 특히 파리의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는 유명 예술인들의 무덤이 아주 많은데 이사도라 던컨, 마리아 칼라스, 들라크루아, 앵그르, 모딜리아니, 쇠라, 알퐁스 도데, 오스카와일드, 쇼팽, 로시니, 이브 몽땅,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등의 무덤이 있다.
박물관으로 지정되어 예술가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전 세계에서 즐겨 찾아 파리 여행 필수 코스 중의 하나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산책 나온 시민들이나 책을 읽고 있는 젊은이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까지 많은 이들이 사랑해 파리의 자랑이자 쉼터이며 세계의 명소가 되었다. 대표적인 묘지 공원화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중앙묘지가 오늘날과 같은 장묘법을 제정한 것은 1970년. 모든 빈 시민은 사후에 시에는 관리하는 공동묘지에 묻힐 권리가 보장되며 매장의 의무와 가족묘의 사용, 매장장소와 무덤이용에 관한 규칙 및 사용할 수 있는 장식물에 관한 조항 등이 엄격히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각자의 무덤에는 주소처럼 고유번호가 있어 방문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컴퓨터로 일괄관리하고 있으며 10년 단위로 무덤 관리비도 지불해야 한다. 매장묘지와 화장장, 납골당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장묘지는 한 묘소에 4기까지 안치할 수 있으며 대부분이 가족묘이다.
묘비 조각들은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해 사실적 기교의 섬세함, 현대미의 추상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형상화 되어 있었다. 예술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묘비들도 많아 조각공원에 들린 기분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대리석을 밀가루 주무르듯 자유자재이다. 얼마나 섬세하게 깎아놓았는지 묘비들만 종일 구경하여도 질리지가 않는다. 특히, 단순한 묘비명이 아니라 고인들의 과거와 장기(長技)를 회상할 수 있는 사실적인 묘비 조형물들에 눈이 자주 갔다. 바이올린 연주와 사냥에 뛰어났던 할아버지, 뜨개질을 잘 했던 할머니 등등 후손들은 그렇게 망자의 상징적인 대표 이미지를 조각해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기품 있는 아름다운 공원 속의 음악가 묘지들을 경배하다 가로수 길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아늑하고 평안한 기분이 감돌았다. 저 멀리서 부부가 다정하게 차양이 있는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것을 보며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환청을 느끼며 도시의 삶에 지친 타향의 여행자는 감미로운 휴식을 했었다.
거제도 청마 묘소 주변을 ‘예술인 명예묘지’나 ‘예술가 수목장’ 조성
초록산, 푸른 바다, 그 곳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 구절양장과 같은 곡선의 아름다운 길이 섬의 곳곳을 실핏줄처럼 돌고 도는 아름다운 거제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등에 업고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이며 품위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블루시티(Blue City) 거제시도 ‘역발상’으로 유명 예술인 장묘공원 조성을 추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이미 세계적인 조선산업도시이며 크루즈항, 인공섬 조성 등 해양문화관광도시를 향하여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거제도는 우리나라 현대 문학사의 거목인 청마 유치환의 고향이지 않은가? 청마 유치환의 묘소를 중심으로 둔덕면 주변을 ‘예술인 명예묘지’나 ‘예술가 수목장(樹木葬, Natural Burials)’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와 겨루는 명품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행, 문화적 파급효과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관심이 중요하다.
윤혜영 / 경남 통영 출생. 계명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신문, 잡지 등에 문화답사기 기고 등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에서 예술과 여행을 좋아하는 1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문화예술 클럽 운영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