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마시는 아이들 '시름시름'

재단법인 환경재단200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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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날,

   '2008 생명의 우물' 준비를 위해 캄보디아 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흙탕물 마시는 아이들 '시름시름'

9월 18일 오전 캄보디아 캄폿 주(州)의 폼 살레이 마을.


진흙길 양 옆에 야자수잎으로 지붕을 얹은 옹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집집마다 파둔 너비 10m쯤의 길쭉한 웅덩이에 황톳빛 흙 탕물이 가득했다. 벌레와 찌꺼기들이 떠다니는 웅덩이 안에 소 두 마리가 목욕을 하고 있다. 이 웅덩이 물이 1년 동안 한 가정과 가축이 함께 써야 하는 '생활용수'다.



 


또잇 마우(12,여)는 양철통 2개가 달린 물지게를 지고 집을 나섰다.


4㎞쯤 떨어진 살라이 산의 작은 샘으로 물을 길으러 가는 길이다. 잰 걸음으로도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 운이 나쁘면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샘물을 모두 퍼 가버려 낭패를 본다. 물이 다시 찰 때까지는 반 나절을 기다려야 한다.


"무거워서 물통을 다 채우지 못하고 절반 정도만 담아와요. 매일 가는 게 힘이 들긴 하지만 안 가면 흙탕물을 마셔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마우는 이날 학교에 가지 못했다.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아이들은 물을 긷느라 결석하기 일쑤다. 여기서 물 긷는 일은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다. 다섯 남매를 둔 쏙 쑤운(37,여)은 "물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물 긷는 게 먼저이고 학교는 그 다음"이라며 "아이들을 마음껏 가르칠 수도 없고 삶이 나아질 거란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4시간 이상 걸리는 이 마을에는 상수도 시설도, 우물도 없다. 18세 미만 300여명을 포함한 주민 500명은 지붕 처마 밑에 물 항아리를 두고 빗물을 받아 먹거나 10리 밖의 샘물을 길어다 먹는다.


 


그나마 빗물을 식수로 쓸 수 있는 때는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간의 우기뿐이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는 건기에는 빗물도, 샘도 마른다. 주민 프롬 꼼쯔(58)는 "건기에는 애나 어른이나 우기 내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이나 논두렁 물을 떠먹으며 버틴다"면서 "웅덩이까지 마르는 3, 4월에는 4~6㎞씩 떨어진 우물이나 샘으로 가는 물지게 행렬이 늘어서고 물 구하는 데 하루가 다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빗물을 받을 물 항아리가 적은 가난한 가정은 우기에도 웅덩이 물을 마신다. 케타 봉 마을에 사는 하우 렘(4)은 1주일째 설사를 계속하고 있다. 빈 항아리에 웅덩이 물을 떠놓고 침전시켜 마신 탓이다. 마을 주민의 60%는 만성 위장질환, 아이들 대부분은 수인성 피부병을 앓고 있다. 렘의 어머니 쏙 완(22)은 "4㎞ 밖 사찰에 있는 우물물은 너무 멀다"며 "빗물을 다 쓰면 웅덩이 물이라도 먹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우물 하나를 파는 데 드는 돈은 약 50만원 정도.


캄보디아 농가의 1년 소득(약 35만원)을 넘는 거액이다. 물 30l를 대신 길어다 주는 값도 500리엘(약 60원 상당)로 농민들에게는 큰 돈이다. 집 앞 마당의 코코넛나무 즙은 그림의 떡이다. 개당 500리엘에 프놈펜 시장으로 가는 도매상들에게 팔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6년째 캄폿 주에서 활동 중인 NGO '브리지인터내셔널'의 황종철 프놈펜 센터장(45)은 "가난하고 기력없는 노인과 아이들만 사는 가정은 결국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웅덩이물을 택하게 된다"며 "썩은 물을 마시거나 하루 4시간씩 물을 길어야 하는 상황은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뿐 아니라 교육과 희망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캄폿 주 주민 52만8000여명 중 상수도를 이용하는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43.5%인 23만여명은 우물도 없어 개울이나 강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2004년 기준으로 캄보디아의 영아 사망률(1세 미만)이 1000명 당 90명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고 밝혔다. 유아기 사망률(2~5세)은 1000명 당 124명으로 12% 수준이며 이중 70%는 설사, 기생충, 장티푸스 등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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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폿주 우물사업 2년_아이들 건강상태 호전




농작물 생산량도 늘어


2006년 8월 50가구가 모여사는 캄폿주 캉멕 마을에 국내외 NGO들의 도움으로 우물 30개가 생겼다. 2년이 지난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이들의 건강상태다. 학교 양호실마다 동이 났던 지사제를 찾는 아이가 거의 없어 약이 쌓이기 시작했다. 피부병과 기생충으로 고생하는 아이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삼남매를 둔 엄마 엉 꼬람(38)은 "첫째 아들 똘라가 흙탕물을 먹고 앓아 누웠고, 마을에서 2~3년마다 한 명씩 설사병으로 죽는 애들이 나왔다"면서 "우물이 생긴 뒤 걱정 없이 아이들에게 안전한 물을 먹일 수 있게 된 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물 긷는 시간이 줄면서 농작물 생산량도 늘어났다. 역시 2006년에 우물이 생긴 츠으띠엘 마을 주민 함 띠응(54)은 "우기에 논이 침수돼도 10리 밖까지 물 길으러 가느라 물 빼기 작업을 할 여력이 없었는데, 이젠 작업시간이 확보돼 수확량이 50% 정도 늘었다"며 "전보다 행복하게 일하면서 희망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9231748525&code=97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