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 제도, 정말로 찬성하십니까?

최낙현2008.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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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가산점 제도를 많은 남성분들이 찬성하고 계시고, 여기에 동의를 보여주는 여성분들이 소위 말하는 "개념인"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전 지금의 이 분위기가 썩 좋다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전 남자이고, 아직 군대는 가지 않았지만 현역 1급이고, 반드시 군대를 갔다 와야 하는 입장이며, 군가산점 제도에 반대합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고 계신게 있습니다. 군가산점 제도는 남녀 차별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무원을 뽑는데 여자에겐 키 160 이상 몸무게 55 이하 따위의, 남자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면 이는 분명히 남녀 차별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준의 차이는 없습니다. 똑같이 시험 보고 똑같은 평가 항목으로 똑같이 경쟁합니다.

 군가산점 제도가 부활한다면 그에 이어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여성 사회복무 제도는 군가산점 획득의 기회조차 남녀에게 똑같이 제공합니다.

 

 여성 사회 복무 제도란 비유하자면 이런것입니다. 1반(남자반) 학생들과 2반(여자반) 학생들이 미술 과목 시험을 봅니다. 그런데 미술 선생님이 수행평가를 냅니다. "이걸 해오면 2% 가산을 해주마."

 안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겐 그 2%가 중요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가산점을 위한 수행평가 과제가 너무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수행평가에 걸리는 시간, 노력을 포함한 지출과 2% 가산점의 무게를 각자 개개인이 신중히 저울질해보고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1반은 담임선생님이 무조건 수행평가를 하라고 지시합니다. 2반 담임선생님은 그래 너희 알아서 하려무나 인 것이구요.

 

 위 관계에서 1,2반 사이의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면 수행평가가 강제이냐 아니냐 뿐입니다. 학생들마다는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애초에 미술 선생님이 수행평가를 낸 의도부터가 "수행평가에 들어가는 시간, 노력 등의 총 지출은 시험 성적 2%의 가산점에 상응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다만 1반 학생의 자율에는 침해가 있겠지만 1,2반 학생들이 얻게 되는 시험 성적에는 의미상 조금의 불평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법 군가산점 제도는 또 다른 제도의 도움을 통해 공평한 제도가 될 수 있을듯 보입니다. 일단 앞서 말씀드렸듯이 분명 남녀 차별 문제에 있어서는 깔끔합니다. 이것이 남녀차별문제로 쉽게 호도되는 것은 인터넷에 널리고 널린 논리적이지 못한 마초이스트와 페미니스트 사이의 "우린 나라 지키는데 너넨 뭐하냐 여자년아" "우린 생리하고 애 낳잖아 남자샊이야" 식의 싸움으로 번지기가 쉽다는 데에 그 이유가 있다고 보입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옳은 논의보다는 자극적인 논의를 더 즐기게 마련이니까요.

 

 아무튼 제가 그럼에도 여전히 군가산점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것이 남녀 차별의 문제는 아닐 지언정 군 전역자 내에서의 차별의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똑같은 의무를 수행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일부만 그 혜택을 받을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전 공무원 될 생각 없습니다. 그런데 나 군대 갔다오면 나한테 군가산점이 무슨 소용입니까? 라는 것이죠.

 

 군 복무는 해당자라면 누구나 똑같이 지고 있는 의무입니다. 모두에게 고른 혜택이 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자 한다면 다른 직업적 선택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도 똑같은 혜택을 받아야 합니다. 같은 의무를 수행했으니까요.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나라가 일반 사기업 사원 선발에 손을 댄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그러니까 요는, 군 전역자 모두가 고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올바른 제도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선배 한분은 농담삼아 이런 얘기를 하셨었습니다. "차라리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영화 티켓 2000원 할인 뭐 이런 혜택이나 줬으면 좋겠다."

 한달에 한편씩 일년을 보면 12편, 10년을 보면 120편입니다. 한편에 2000원씩의 혜택이므로 한달에 한번씩 꼬박 40년을 봐도 채 100만원이 되지 않는 돈이면 저 선배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결코 큰 혜택이 아닙니다. 다만 공평한 혜택입니다.

 

 단지 남녀 성 대결 구도에 휩쓸려 군 가산점 제도를 찬성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에 상응하는 보상을 얻을 기회를 군가산점이라는 사탕발림같은 제도에 의해 잃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