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그녀에게서 나를 찾는 여행

정우용200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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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그때 나는 소심함과 자만심이 기괴하게 뒤섞인

 

상태에서 길고 어색한 침묵과 격렬하고 제멋대로인

 

발작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내킬 때면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고...어쨌든 나의 20살은

 

어른이 됐다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다녔지만

 

실제로는 단지 더 어려지는 다른 방법을 찾았을 뿐이었다

 

 

그해 여름이였다

 

어느 날 내게 느닷없이 달려든 그녀는

 

현실적인 판단과 생각을 모두 앗아가 버렸다

 

그것은 마법이었다

 

하늘에서 바로 내려온 메시지인 것처럼

 

나의 황폐한 삶의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으로서 걸려 있었다

 

 

 

그 당시의 나의 마음은

 

사실상 나를 온전하게 결합시키고 있다는, 만일 내가

 

그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몸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질 거라는

 

상상이 들 때도 있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나의 심장

 

그녀의 심장을 통해서만 내가 살아있다는

 

그녀는 나의 생명과도 같은 매개체였다

 

 

 

그러던 어느날...

 

불안감은 날 구속시켰다

 

나의 목을 점점 죄어왔다

 

뜻하지 않게 또는 뜻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나의

 

행동이나 말들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날이 찾아왔다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뿐이였다

 

나의 정신적인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판단력과 신중함과 차분함은 희미해져서

 

그 어떤 생각을,

 

머리속이 생각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였다

 

 

 

그날 저녁 나는 친구들과 술집에 큰대자로 누워 술 냄세와

 

담배 연기가 어우러진 나른한 무감각 속에 행복하게 떠 있었고

 

서너 시간쯤 특별히 무슨 얘기랄 것도 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지만 대화가 잠시 끊긴 동안 제각기 자기만의

 

생각이라는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마지막으로 한 모금 빨아들이고 뺨 옆으로

 

말려 올라가는 연기를 곁눈질로 흘끗 쳐다본 다음

 

재떨이에 꽁초를 눌러 껐다

 

그제서야 나는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눈물을 흘리며

 

허공을 찬찬히 바라보며 술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통제할 수 없는 감정으로 많은 술들을 급하게 털어 넣었다

 

얼마 안 가서 나는 바닥에 먹은 것을 토해 냈고

 

영원할 것만 같던 그 마법은...

 

그 주술은 깨어졌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느낀 것은

 

결국 문제는 슬픔이 아니었다

 

어쩌면 슬픔이 첫번째 이유일 수는 있었겠지만

 

그 감정은 곧 다른 어떤 것 ... 뭔가 더 구체적이고

 

더 효과적이고 더 지독한 나쁜 일들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온갖 힘들이 작용하기 시작했고

 

어느 시점에서부터 나는 비틀비틀 점점 더 큰 원을 그리며

 

내 주위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나라는 인간의 존재 주위를 돌아다니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인간이 겪을수 있는 모든 감정들...

 

그 감정들은 나에게 어떤 큰 경험의 이득이라던지

 

인간으로서 어떤 깨달음에 있어서 도움이 되진 못했다

 

그대로 나를 더욱 더 멀리 보내버렸다

 

나는 날 찾는 힘든 여행을 떠난 후로

 

나의 여행의 목적지인 나를 찾는 것에 몰두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BY -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