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뭔가 기력이 빠졌다 느낄 때면 거울을 본다. 눈동자, 뱃살, 어깨, 다리 등 모든 신체부분에서힘을 빼는 거다.그러면 늘어질 부분은 보기 좋~게 늘어지겠지.그 다음에 시작되는 건,<있는 그대로의 나와 마주보기> 그게 쉽지 않지만, 그게 모든 치유의 시작이라는 걸 그 때는 미처 몰랐었다. 나는 심각한 외모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거울을 볼 때면 있는대로 온 몸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뜨고 셀카표정으로 나를 본다.힘을 빼는 순간, 뱃살이 보이고 눈이 작아지고 화장이 지워지는 그 순간,내 영혼이 부서져 버릴까봐.실은 최근까지도, 내가 인정할 수 없다고 느껴버리면그건 모두 내 외모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엉엉 울었었다. 조금만 더 하얬더라면, 날씬했더라면,얼굴이 더 계란형이었다면,덩치가 더 작았더라면,상커풀이 있었더라면 아마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20년이 넘도록 말이다.그 상처는 나만 가지고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까지 보너스로 하면서. 그러던 어느날, 나도 <삼봉 이발소>를 만났다.어떻게 이 만화를 알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생각해 보니 정말 모르겠다)한 편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눈물을 닦고 다시 검색창에 "삼봉 이발소"를 쳐서 만화를 찾아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는 내내 소리내어 울면서 봤다. 이 만화에는 수많은 <진상>들이 등장한다.나와 비슷한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못난이들.사랑받지 못해 슬픈 사람들취업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그게 후줄근하고 못난 자기 외모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외모바이러스에 걸려 눈에서 피를 쏟고 이빨에서는 가시를 내뿜으며상대방을 공격하고, 삼봉이는 이 사람들의 심장을 향해큰 가위를 꽂아버린다.그리고 환자 내면의 자아와 대화를 한다. 너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소중한 너의 꿈을 잃지 말라고진짜 사랑은 서로에게 솔직해 지는 데에서 시작되는 거라고타인이 규정해 놓은 모습에 스스로 갇혀서는 안된다고 너의 삐뚤어진 생각 때문에 내면의 좋은 점이 밖으로 나올 수 없지 않느냐고 그리고 나서 (정말이지 나도 받아보고 싶을정도로) 멋지게 이발을 한다.내면의 좋은 점을 형상화 시켜 표현한 머리.. 그 머리가 치료의 끝이다.그 사람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치료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그저 나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포근한 마음이 전부이지만그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간다.이 에피소드가 몇 장으로 나누어져 나를 몇 번이고 울게 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난 이 만화를 읽으면서 두려웠었다.그 때 생각이 났다.그 때 일이 나에게 다시 일어난다면나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아니, 나도 눈에서 피를 쏟으며 "결국에는 내 외모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거잖아! 다 됐어, 그래 끝났어."라며 산산조각이 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나는 조심조심 나를 포장하면서 살았었다.안 그런 척... 모르는 척... 밝은 척...내가 진짜로는 어떤 사람일까, 바라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진짜 내 모습은 너무나도 형편없을까봐 너무너무 두려워서. 나도 예쁘다는 소릴 들으며 미인의 특권이라는 걸 누리면서 마음껏 사랑받고 싶었었다.예쁘면 똑같은 일을 해도 더 성과있어 보일거라 생각했고예쁘면 가슴 앓이 없이 사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무언가를, 내 마음에서 잃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예쁘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물었었다.<뭐가 된다는 거지?>그 질문 앞에서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정말이지 뭐가 된다는건지 잘 모르겠어서.그래서 목욕탕에 들어가 온 몸의 힘을 빼고 나를 바라보았다.한참을 울다가 처음으로 울고 있는 내 모습을 제대로 봤다.저 모습을 다독거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싶었다.목욕탕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그 때 생각했다.한심한 저게 내 모습이 맞아...그렇지만, 지금 저 모습보다는 분명 좋은 모습으로 살 수 있을거야, 라고.그 좋은 모습이 뭔지도 모르는 채, 샤워를 마치고 나와 냉장고에 있는 모든 먹을 것을 버리고운동화를 신고 뛰기 시작했었다. 그게 첫 날이었다.그 뒤로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을 살고 있다. 그게 몇 년 전의 일이다.나는 뛰어난 미인이 되지도 않았고 어디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지도 않았고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나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바뀌지는 않았다.그러나,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는 <신념>이 하나 생겼다.여전히 상처받고 오갈데 없이 방황하기도 하지만오늘 보다는 내일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것을각종 시행착오와 눈물을 거쳐 깨달았다.결국,삼봉이발소에서 말하려고 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가꾸고 노력해서 사랑하려는 마음가짐>자체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치유의 조건이라는 걸알게 되었다. 물론 난 지금도 예뻐지고 싶다.얼굴도 좀 작았으면 좋겠고미백도 좀; 그러면 아이들이 나를 더 좋아할 것 같고똑같은 뭔가를 해도 <아 역시 뭔가 달라>소리를 들을거 같은 생각은여전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예뻐서 인기가 많은 사람이 예전엔 그렇게 부럽더니지금은 별로 부럽지 않다는 것 정도.나는 좋아하는 것도 있고 잘 하는 게 있으니까 외모 뿐만 아니라 다른 거에도 행복할 수 있겠다..라는 것 정도. 조금씩 조금씩사람이많은 시간을 들여서스스로를 치유하고, 용서하고,그렇게 변해가는가보다. * 인간들은 내가 사용하는 힘을 '마법' 이라고 하지.커다란 가위를 휘두르며 심장을 찌르고분무기를 성수처럼 사용하기도 하고환자 내면의 자아와 대화도 하고...그런데...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있던 사람들이결국에는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일어나잖아.인간들이 행복해지려고 스스로 조금씩 변화해가는 것그런게 진짜 마법이 아닐까? -삼봉이발소 엔딩 중에서- *당신도, 나도, 스스로를 치유하고, 용서하고, 행복해 질 권리가 있어. 우리, 행복하게 살자* 081003
삼봉이발소 : 치유
요즘 내가 뭔가 기력이 빠졌다 느낄 때면
거울을 본다.
눈동자, 뱃살, 어깨, 다리 등 모든 신체부분에서
힘을 빼는 거다.
그러면 늘어질 부분은 보기 좋~게 늘어지겠지.
그 다음에 시작되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마주보기>
그게 쉽지 않지만,
그게 모든 치유의 시작이라는 걸 그 때는 미처 몰랐었다.
나는 심각한 외모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거울을 볼 때면 있는대로 온 몸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뜨고 셀카표정으로 나를 본다.
힘을 빼는 순간, 뱃살이 보이고 눈이 작아지고 화장이 지워지는 그 순간,
내 영혼이 부서져 버릴까봐.
실은 최근까지도, 내가 인정할 수 없다고 느껴버리면
그건 모두 내 외모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엉엉 울었었다.
조금만 더 하얬더라면,
날씬했더라면,
얼굴이 더 계란형이었다면,
덩치가 더 작았더라면,
상커풀이 있었더라면
아마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20년이 넘도록 말이다.
그 상처는 나만 가지고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까지 보너스로 하면서.
그러던 어느날, 나도 <삼봉 이발소>를 만났다.
어떻게 이 만화를 알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정말 모르겠다)
한 편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눈물을 닦고 다시 검색창에 "삼봉 이발소"를 쳐서
만화를 찾아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는 내내 소리내어 울면서 봤다.
이 만화에는 수많은 <진상>들이 등장한다.
나와 비슷한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못난이들.
사랑받지 못해 슬픈 사람들
취업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게 후줄근하고 못난 자기 외모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외모바이러스에 걸려 눈에서 피를 쏟고 이빨에서는 가시를 내뿜으며
상대방을 공격하고, 삼봉이는 이 사람들의 심장을 향해
큰 가위를 꽂아버린다.
그리고 환자 내면의 자아와 대화를 한다.
너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소중한 너의 꿈을 잃지 말라고
진짜 사랑은 서로에게 솔직해 지는 데에서 시작되는 거라고
타인이 규정해 놓은 모습에 스스로 갇혀서는 안된다고
너의 삐뚤어진 생각 때문에 내면의 좋은 점이 밖으로 나올 수 없지 않느냐고
그리고 나서 (정말이지 나도 받아보고 싶을정도로) 멋지게 이발을 한다.
내면의 좋은 점을 형상화 시켜 표현한 머리.. 그 머리가 치료의 끝이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치료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나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포근한 마음이 전부이지만
그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간다.
이 에피소드가 몇 장으로 나누어져 나를 몇 번이고 울게 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난 이 만화를 읽으면서 두려웠었다.
그 때 생각이 났다.
그 때 일이 나에게 다시 일어난다면
나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나도 눈에서 피를 쏟으며
"결국에는 내 외모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거잖아! 다 됐어, 그래 끝났어."
라며 산산조각이 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조심조심 나를 포장하면서 살았었다.
안 그런 척... 모르는 척... 밝은 척...
내가 진짜로는 어떤 사람일까,
바라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진짜 내 모습은 너무나도 형편없을까봐 너무너무 두려워서.
나도 예쁘다는 소릴 들으며 미인의 특권이라는 걸 누리면서
마음껏 사랑받고 싶었었다.
예쁘면 똑같은 일을 해도 더 성과있어 보일거라 생각했고
예쁘면 가슴 앓이 없이 사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무언가를, 내 마음에서 잃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예쁘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물었었다.
<뭐가 된다는 거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정말이지 뭐가 된다는건지 잘 모르겠어서.
그래서 목욕탕에 들어가 온 몸의 힘을 빼고 나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울다가 처음으로 울고 있는 내 모습을 제대로 봤다.
저 모습을 다독거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싶었다.
목욕탕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그 때 생각했다.
한심한 저게 내 모습이 맞아...
그렇지만, 지금 저 모습보다는 분명 좋은 모습으로 살 수 있을거야, 라고.
그 좋은 모습이 뭔지도 모르는 채,
샤워를 마치고 나와 냉장고에 있는 모든 먹을 것을 버리고
운동화를 신고 뛰기 시작했었다.
그게 첫 날이었다.
그 뒤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을 살고 있다.
그게 몇 년 전의 일이다.
나는 뛰어난 미인이 되지도 않았고 어디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지도 않았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나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는 <신념>이 하나 생겼다.
여전히 상처받고 오갈데 없이 방황하기도 하지만
오늘 보다는 내일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각종 시행착오와 눈물을 거쳐 깨달았다.
결국,
삼봉이발소에서 말하려고 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가꾸고 노력해서 사랑하려는 마음가짐>
자체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치유의 조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난 지금도 예뻐지고 싶다.
얼굴도 좀 작았으면 좋겠고
미백도 좀;
그러면 아이들이 나를 더 좋아할 것 같고
똑같은 뭔가를 해도 <아 역시 뭔가 달라>소리를 들을거 같은 생각은
여전히 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예뻐서 인기가 많은 사람이 예전엔 그렇게 부럽더니
지금은 별로 부럽지 않다는 것 정도.
나는 좋아하는 것도 있고 잘 하는 게 있으니까
외모 뿐만 아니라 다른 거에도 행복할 수 있겠다..
라는 것 정도.
조금씩 조금씩
사람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용서하고,
그렇게 변해가는가보다.
*
인간들은 내가 사용하는 힘을 '마법' 이라고 하지.
커다란 가위를 휘두르며 심장을 찌르고
분무기를 성수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환자 내면의 자아와 대화도 하고...
그런데...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일어나잖아.
인간들이 행복해지려고 스스로 조금씩 변화해가는 것
그런게 진짜 마법이 아닐까?
-삼봉이발소 엔딩 중에서-
*당신도, 나도, 스스로를 치유하고, 용서하고, 행복해 질 권리가 있어. 우리,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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