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열과 고독, 풍요와 박탈이 묘하게 공존

갤러리스토어200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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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까지 서울 정동 덕수궁미술관에서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을 거니노라면 300년간 서구의 식민 통치를 겪은 라틴아메리카의 작가들이 끈질기게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거듭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정체성 문제는 라틴아메리카 예술의 핵심 테마다. 수많은 천재들이 "라틴아메리카 예술은 유럽의 모방"이라고 비웃는 서구 화단에 맞서 독자적인 미술을 확립하는 데 골몰해 왔다.

라틴아메리카 미술의 또 다른 매력은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이 녹아있고, 대자연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비상한 상상력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라틴아메리카 미술작품에는 안데스산맥, 아마존강, 파타고니아고원 등 광활하고 변화무쌍 자연에서 비롯된 신비스러운 색채가 있다. 정열과 고독, 풍요와 박탈이 공존하는 묘한 맛이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작가 84명의 작품 12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보면서 라틴아메리카 미술의 특징을 속속들이 살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멕시코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인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의 작품이 고루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리베라는 이탈리아에 유학 중이던 1917년 멕시코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했다. 그는 오로스코, 시케이로스와 더불어 수많은 공공건물에 사회 정의를 테마로 한 강렬한 대작을 그려서 '벽화주의'(MuraIismo)의 초석을 놓았다. 이밖에 프리다 칼로, 오스왈도 과야사민, 루시오 폰타나 등의 작품도 쉽게 보기 힘든 걸작들이다.

우리나라의 라틴아메리카 문학 연구는 다른 어느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음악과 미술에 대한 연구는 별로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라틴아메리카는 깊이 들여다볼수록 신비롭고 흥미로운 땅이다.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선조는 우리와 같은 몽골인들이다. 몽고에 살던 일군의 사람들이 2만년 전 베링해협을 건너 북미대륙에 건너갔고, 멕시코를 거쳐 기원전 9000년쯤 라틴아메리카에 정착했다. 근대 초기에 서구인들이 라틴아메리카를 정복하고, 원주민들을 학살했다. 그러나 그전까지 이곳 원주민들은 높은 수준의 문명을 건설하고, 뛰어난 문화를 이룩했다. 라틴아메리카가 멀게만 느껴진다는 사람들에게 특히 이 전시를 권하고 싶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