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코미디이지만 사학의 문제점을 고발하며 그것을 해결하는데 조직폭력배의 개입이 있었던 <두사부일체>는 현실과 결부지어 보면 꽤 슬프기도 씁쓸하기도 했던 영화였다. 사학의 비리를 영화적 현실에서는 폭력으로 풀었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을 해결하기가 그렇게 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현수(권상우)는 대한민국 학교를 향해 과감히 'X까라' 를 외쳤고 강남개발이 막 일었던 시기의 학교 교육과 외부환경은 얌전한 모범생 타입의 현수를 심리적 공황상태로 내몬다. 유하 감독은 의 학창시절을 투영시키며 우리에게 70년대 말에서 80년대초의 학교 분위기를 전해주는데 지금을 돌아봐도 이런 사정은 그리 나아진 게 없어 더 씁쓸하다. 영화적 현실과 실제의 세월은 30년 간극이 있는데도 말이다. <울학교 이티> 역시 <두사부일체>처럼 코미디이다. 학원물에다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명절용 영화이지만 이런 맥락 아래 놓고 본다면 웃고나니 현실이네요 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중고등학교 학생의 자녀들과 같이 본다면 오늘날 학교의 모습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추석을 노리고 이미 개봉한 한국영화 <신기전>이나 아바의 음악을 깔고 흥겨운 웨딩파티에 관객을 초대하며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맘마미아!>도 좋지만, 추석시즌 빅3(?)-사실 <울학교 이티>는 소품에 가깝다-중 나는 <울학교 이티>가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우리나라 사학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살려 이런 것을 웃음의 코드로 잘 활용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국,영,수에 치여서 밀려난 음악,미술,체육 교사들의 애환도 엿볼 수 있다. 전교 꼴찌부터 일등까지 다 모인 체육교사 천상근(김수로)의 반 학생들. 강남의 명문사학답게 학부모의 입김도 세고 잘 사는 집 자제들 지천이지만 교육의 기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학생도 있다. 집안이 어려워 학원이나 과외는 꿈도 못꾸는 처지인 그 학생. 강남의 타워팰리스에 사는 잘 나가는 부모를 둔 학생들과 거기서 멀지않은 모 마을 사람들의 자녀들이 저절로 대비되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런 요소들도 군데군데 배치되어 담임인 천상근이 그 갈등을 무마하기도 하는데, 영화의 초점은 티처에게 모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반 학생들의 갈등들이 무시되거나 영화의 감상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이고 현실이기 때문이다.
천상근은 반 학생들에게 '열공'을 '열심히 공부하자'가 아닌 '열심히 공부하고 공차자' 라고 다시 정의해 주며 나름 전인교육(?)에 힘쓴다. 이 학교는 재단이사장과 교장이 부부요, 교장(이한위)은 천 선생의 같은 학교 체육과 선배로 그를 이 곳에서 일하게 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엄마가 학교후원회장인 학생에게 공차기를 권유하다가 고도비만(?)에 제 몸 못 가누고 쓰러진 학생 때문에 천하태평 철밥통이라 자랑하고 다니던 천 선생은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대학 시절 짝사랑하던 여학생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해 따놓았던 영어 교원 자격증을 활용 체육이 아닌 영어 교사로 환골탈태한다. 그를 은근히 무시하던 동료교사는 그에게 학생들과 함께 영어시험을 볼 것을 종용하고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하면 임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천상근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는 과연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아내가 재단 이사장이고 남편이 교장인 설정은 재밌긴 한데 현실로 돌아오면 씁쓸하다. 대부분의 사학재단이 족벌경영체제인 현실을 본다면 말이다. 천상근과 교장이 주고받는 대화도 그렇다. 어차피 누군가는 몇 년 안에 한 명 나가야 한다면 이런 처지 저런 처지 고려해서 천 선생이 나가는 게 가장 낫다는 교장의 주장. 들어올 때 내고 온 돈이 다른 이들보다 적은 천상근에게 누구누구는 얼마 내고 들어왔는데 그 값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고 말이다. 지금은 이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학에서는 돈을 내고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략 3천~5천만원을 학교에 내고 일평생 그 곳에서 교사로 일하며 그 값을 하는 것인데 공립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천상근이 영어 교원자격증을 얻은 것도 그렇다.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잠도 안 자고 공부한 결과 딴 교원자격증이나 사실 사범대학에서는 부전공 이수를 하면 평점이 어떻든 간에 그 과목 교원자격증이 나온다. 사범대학이 아닌 다른 학과에서 교사가 되려면 일단 그 과에서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어야 하며 교직과목 이수를 위해선 여러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가령 학점 잘 나오는 과목을 듣고 싶은데 교직 때문에 시간이 안 맞는다면 그것을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교직 이수하는 내내 그 과에서 상위 10% 성적을 유지해야 하니 사범대학 학생들보다는 일반학과에서 교직이수하는 학생들이 사범대 학생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임용고시로 넘어가면 말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임용고시 합격자는 공립 그 외에는 사립을 가게 된다. 영화는 이런 현실들을 웃음의 코드로 설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교육계의 현실을 안다면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천상근도 대학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학 가야 사람 된다는 걸 그도 수긍한다. 학업 포기하고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는 학생을 붙잡고 술 한 잔 기울이며 같이 맞담배도 펴가며 이런 저런 충고를 해주기도 하고 갈 길을 터주기도 하며 학부모나 그 외에서 답지(?)하는 촌지를 마다하지도 않지만 그것을 쓰는 데는 정의롭기까지 하다. '역으로 취했어도 순으로 다스리면 그게 순리' 라는 <삼국지>의 어느 대목을 떠올려지기도 한다. 반 학생들끼리의 싸움을 말리기는 커녕 오히려 대결을 조장하며 심판역할까지 자임하는 그는 지식 주입에 주력하기 보다는 그들의 생활에 끼어서 같이 고민하는 진정한 선생의 표상이라고까지 해도 될 정도다. 영어교사로 모습을 바꾼 첫 날, 그가 학생들에게 프린트를 나눠준다. 받아보더니 너무 쉽다고 자습하자고 말하는 학생들. 기초부터 다시 하자는 선생의 말을 이들은 애써 무시한다. 자신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되는 법부터 가르치겠다며 분노하는 천 선생은 이들을 운동장에 집합시키고는 뺑뺑이를 돌린다. 그를 늘 고깝게 보던 동료교사는 영어시간에 왜 나와서 뛰냐고 학생들을 멈춰 세운다. 주변에 자문을 구하니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수업은 어디까지나 교사의 재량. 타 교사가 그것에 간섭하는 건 월권행위란다. 이런 부분은 새로운 갈등의 요소를 더해 주며 학부모들은 이를 계기로 체육교사가 영어를 가르친다며 불신하기까지 하는데 천상근은 공개수업을 통해 자신의 자질을 증명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천 교사, 어쩐지 장사꾼처럼 수업을 진행한다. 이 부분에서는 그가 학원강사인지 학교선생인지조차 구분되지 않고 학원이 된 학교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 씁쓸하다. 체육교사가 영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방송까지 타지만 천상근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운다. 그는 학부모의 신임을 얻은 대신 무엇을 잃은 것일까?
교사를 하는 친구들에게 물으니 요새는 학교에서 숙제 내주면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온다고 한다. 학원 숙제 하느라 치이는데 왜 학교 숙제까지 내서 자기 자식에게 부담을 주느냐는 것이다. 성적는 전교에서 알아주는데도 수업시간에는 학원숙제하느라 여넘이 없는 학생에게 뭐라고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성적이 어중간하면 무슨 말이라도 하지 상위권이니 밉게 보여도 할 말 없다는 것이다. 영어선생으로서의 천상근의 자질을 의심하는 동료교사의 시기로 학생들과 같이 영어시험을 보게 된 천상근. 매일 독서실에 살며 반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학원 끝나고도 집에 가지 못하고 독서실에 남아서 코피를 쏟으면서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을 그는 몸소 겪교 또 본다. 거기서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퇴직을 앞둔 한 체육교사는 그런 그를 응원하며 '그래도 우리가 한때 이들의 20점을 책임진 적이 있었다'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 국,영,수에만 매달리게 되는 현실에 가슴 아팠다. 국,영,수 잘해야 인간되고 대접받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은 아닐 것이다. 전인교육, 지,덕,체 등을 내세우는 학교들 중 실제로 그런 건학이념에 충실한 학교는 얼마나 될까? <울학교 이티>의 학부모들은 오히려 국,영,수 비중을 늘려달라고까지 하는데 말이다.
'대학가야 사람된다'는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이 말의 속뜻은 대학을 나와야 사회에서 인정받고 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되는데 어폐가 있기도 한 말이다. (지독한 학업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사람도 아니라는 말도 되니까. 이 말대로 하면 그러니까 고등학생까지는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대학이 고등학교 보다 학업부담이 적다면 위의 표현은 '잘 놀아야 사람된다' 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간표. 비는 시간 무엇을 할 것인가? 당연히 놀아야지. 오히려 많이 배울수록 우리는 가리는 것이 많아진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교양있는 수사로 위장을 하며 점점 자신을 가려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의 교육은 지식주입에만 주력하다 보니 정작 사람을 키우지는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육은 백년사업이라고 했다. 백년 뒤를 바라보고 세우는 게 '잉글리쉬 프렌들리' 한 표현으로 '에듀케이션 마스터플랜' 이라는 말이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한지가 15년전인에 아직도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마 그 백 년 뒤를 바라본다는 계획이 백 년 동안 입시지옥을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보면서 천상근 같은 선생이 진짜 선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과 같이 인간적인 고민을 나누는 그. 현실에 비추어 수십년간 바뀌지 않는 성적이라는 잣대로 따져보면 그는 논외로 쳐야할 인물일지도 모른다. 까칠해도 잘 가르치기면 장땡. 요즈음 학생들이 원하는 선생의 모습이다. 아, 여기서 잘 가르친다는 건 점수 잘 나오게 해주는 선생을 뜻한다. 학교가 학원이고 학원은 학원이다. 이 말이 이해 되는가?
미국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 있고 한국에서는 <울학교 이티>의 천상근 선생이 있다.
1. 가족끼리 같이 볼 경우 : 혹시 집에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이것이 진정한 학교의 모습이니 가히 충격받지 마시길.
2. 부자 부모를 뒀으나 공부엔 관심없는 명품오토바이족 학생. 그의 뒤에 붙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여자로 초절정육감S라인을 자랑하는 모 연예인이 나온다. 전직 레이싱 모델 출신인 그녀 몇 장면 안 나오지만 포스는 강렬하다. 남자들이여 그녀를 보고 눈 돌아가지 말지어다.
[울학교 이티]선생님,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학원 코미디이지만 사학의 문제점을 고발하며 그것을 해결하는데 조직폭력배의 개입이 있었던 <두사부일체>는 현실과 결부지어 보면 꽤 슬프기도 씁쓸하기도 했던 영화였다. 사학의 비리를 영화적 현실에서는 폭력으로 풀었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을 해결하기가 그렇게 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현수(권상우)는 대한민국 학교를 향해 과감히 'X까라' 를 외쳤고 강남개발이 막 일었던 시기의 학교 교육과 외부환경은 얌전한 모범생 타입의 현수를 심리적 공황상태로 내몬다. 유하 감독은 의 학창시절을 투영시키며 우리에게 70년대 말에서 80년대초의 학교 분위기를 전해주는데 지금을 돌아봐도 이런 사정은 그리 나아진 게 없어 더 씁쓸하다. 영화적 현실과 실제의 세월은 30년 간극이 있는데도 말이다. <울학교 이티> 역시 <두사부일체>처럼 코미디이다. 학원물에다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명절용 영화이지만 이런 맥락 아래 놓고 본다면 웃고나니 현실이네요 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중고등학교 학생의 자녀들과 같이 본다면 오늘날 학교의 모습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추석을 노리고 이미 개봉한 한국영화 <신기전>이나 아바의 음악을 깔고 흥겨운 웨딩파티에 관객을 초대하며 저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맘마미아!>도 좋지만, 추석시즌 빅3(?)-사실 <울학교 이티>는 소품에 가깝다-중 나는 <울학교 이티>가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우리나라 사학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살려 이런 것을 웃음의 코드로 잘 활용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국,영,수에 치여서 밀려난 음악,미술,체육 교사들의 애환도 엿볼 수 있다. 전교 꼴찌부터 일등까지 다 모인 체육교사 천상근(김수로)의 반 학생들. 강남의 명문사학답게 학부모의 입김도 세고 잘 사는 집 자제들 지천이지만 교육의 기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학생도 있다. 집안이 어려워 학원이나 과외는 꿈도 못꾸는 처지인 그 학생. 강남의 타워팰리스에 사는 잘 나가는 부모를 둔 학생들과 거기서 멀지않은 모 마을 사람들의 자녀들이 저절로 대비되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런 요소들도 군데군데 배치되어 담임인 천상근이 그 갈등을 무마하기도 하는데, 영화의 초점은 티처에게 모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반 학생들의 갈등들이 무시되거나 영화의 감상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이고 현실이기 때문이다.
천상근은 반 학생들에게 '열공'을 '열심히 공부하자'가 아닌 '열심히 공부하고 공차자' 라고 다시 정의해 주며 나름 전인교육(?)에 힘쓴다. 이 학교는 재단이사장과 교장이 부부요, 교장(이한위)은 천 선생의 같은 학교 체육과 선배로 그를 이 곳에서 일하게 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엄마가 학교후원회장인 학생에게 공차기를 권유하다가 고도비만(?)에 제 몸 못 가누고 쓰러진 학생 때문에 천하태평 철밥통이라 자랑하고 다니던 천 선생은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대학 시절 짝사랑하던 여학생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해 따놓았던 영어 교원 자격증을 활용 체육이 아닌 영어 교사로 환골탈태한다. 그를 은근히 무시하던 동료교사는 그에게 학생들과 함께 영어시험을 볼 것을 종용하고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하면 임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천상근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는 과연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아내가 재단 이사장이고 남편이 교장인 설정은 재밌긴 한데 현실로 돌아오면 씁쓸하다. 대부분의 사학재단이 족벌경영체제인 현실을 본다면 말이다. 천상근과 교장이 주고받는 대화도 그렇다. 어차피 누군가는 몇 년 안에 한 명 나가야 한다면 이런 처지 저런 처지 고려해서 천 선생이 나가는 게 가장 낫다는 교장의 주장. 들어올 때 내고 온 돈이 다른 이들보다 적은 천상근에게 누구누구는 얼마 내고 들어왔는데 그 값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고 말이다. 지금은 이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학에서는 돈을 내고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략 3천~5천만원을 학교에 내고 일평생 그 곳에서 교사로 일하며 그 값을 하는 것인데 공립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천상근이 영어 교원자격증을 얻은 것도 그렇다.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잠도 안 자고 공부한 결과 딴 교원자격증이나 사실 사범대학에서는 부전공 이수를 하면 평점이 어떻든 간에 그 과목 교원자격증이 나온다. 사범대학이 아닌 다른 학과에서 교사가 되려면 일단 그 과에서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어야 하며 교직과목 이수를 위해선 여러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가령 학점 잘 나오는 과목을 듣고 싶은데 교직 때문에 시간이 안 맞는다면 그것을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교직 이수하는 내내 그 과에서 상위 10% 성적을 유지해야 하니 사범대학 학생들보다는 일반학과에서 교직이수하는 학생들이 사범대 학생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임용고시로 넘어가면 말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임용고시 합격자는 공립 그 외에는 사립을 가게 된다. 영화는 이런 현실들을 웃음의 코드로 설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교육계의 현실을 안다면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천상근도 대학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학 가야 사람 된다는 걸 그도 수긍한다. 학업 포기하고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는 학생을 붙잡고 술 한 잔 기울이며 같이 맞담배도 펴가며 이런 저런 충고를 해주기도 하고 갈 길을 터주기도 하며 학부모나 그 외에서 답지(?)하는 촌지를 마다하지도 않지만 그것을 쓰는 데는 정의롭기까지 하다. '역으로 취했어도 순으로 다스리면 그게 순리' 라는 <삼국지>의 어느 대목을 떠올려지기도 한다. 반 학생들끼리의 싸움을 말리기는 커녕 오히려 대결을 조장하며 심판역할까지 자임하는 그는 지식 주입에 주력하기 보다는 그들의 생활에 끼어서 같이 고민하는 진정한 선생의 표상이라고까지 해도 될 정도다. 영어교사로 모습을 바꾼 첫 날, 그가 학생들에게 프린트를 나눠준다. 받아보더니 너무 쉽다고 자습하자고 말하는 학생들. 기초부터 다시 하자는 선생의 말을 이들은 애써 무시한다. 자신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되는 법부터 가르치겠다며 분노하는 천 선생은 이들을 운동장에 집합시키고는 뺑뺑이를 돌린다. 그를 늘 고깝게 보던 동료교사는 영어시간에 왜 나와서 뛰냐고 학생들을 멈춰 세운다. 주변에 자문을 구하니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수업은 어디까지나 교사의 재량. 타 교사가 그것에 간섭하는 건 월권행위란다. 이런 부분은 새로운 갈등의 요소를 더해 주며 학부모들은 이를 계기로 체육교사가 영어를 가르친다며 불신하기까지 하는데 천상근은 공개수업을 통해 자신의 자질을 증명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천 교사, 어쩐지 장사꾼처럼 수업을 진행한다. 이 부분에서는 그가 학원강사인지 학교선생인지조차 구분되지 않고 학원이 된 학교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 씁쓸하다. 체육교사가 영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방송까지 타지만 천상근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운다. 그는 학부모의 신임을 얻은 대신 무엇을 잃은 것일까?
교사를 하는 친구들에게 물으니 요새는 학교에서 숙제 내주면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온다고 한다. 학원 숙제 하느라 치이는데 왜 학교 숙제까지 내서 자기 자식에게 부담을 주느냐는 것이다. 성적는 전교에서 알아주는데도 수업시간에는 학원숙제하느라 여넘이 없는 학생에게 뭐라고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성적이 어중간하면 무슨 말이라도 하지 상위권이니 밉게 보여도 할 말 없다는 것이다. 영어선생으로서의 천상근의 자질을 의심하는 동료교사의 시기로 학생들과 같이 영어시험을 보게 된 천상근. 매일 독서실에 살며 반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학원 끝나고도 집에 가지 못하고 독서실에 남아서 코피를 쏟으면서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을 그는 몸소 겪교 또 본다. 거기서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퇴직을 앞둔 한 체육교사는 그런 그를 응원하며 '그래도 우리가 한때 이들의 20점을 책임진 적이 있었다'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 국,영,수에만 매달리게 되는 현실에 가슴 아팠다. 국,영,수 잘해야 인간되고 대접받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은 아닐 것이다. 전인교육, 지,덕,체 등을 내세우는 학교들 중 실제로 그런 건학이념에 충실한 학교는 얼마나 될까? <울학교 이티>의 학부모들은 오히려 국,영,수 비중을 늘려달라고까지 하는데 말이다.
'대학가야 사람된다'는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이 말의 속뜻은 대학을 나와야 사회에서 인정받고 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되는데 어폐가 있기도 한 말이다. (지독한 학업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사람도 아니라는 말도 되니까. 이 말대로 하면 그러니까 고등학생까지는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대학이 고등학교 보다 학업부담이 적다면 위의 표현은 '잘 놀아야 사람된다' 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간표. 비는 시간 무엇을 할 것인가? 당연히 놀아야지. 오히려 많이 배울수록 우리는 가리는 것이 많아진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교양있는 수사로 위장을 하며 점점 자신을 가려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의 교육은 지식주입에만 주력하다 보니 정작 사람을 키우지는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육은 백년사업이라고 했다. 백년 뒤를 바라보고 세우는 게 '잉글리쉬 프렌들리' 한 표현으로 '에듀케이션 마스터플랜' 이라는 말이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한지가 15년전인에 아직도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마 그 백 년 뒤를 바라본다는 계획이 백 년 동안 입시지옥을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보면서 천상근 같은 선생이 진짜 선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과 같이 인간적인 고민을 나누는 그. 현실에 비추어 수십년간 바뀌지 않는 성적이라는 잣대로 따져보면 그는 논외로 쳐야할 인물일지도 모른다. 까칠해도 잘 가르치기면 장땡. 요즈음 학생들이 원하는 선생의 모습이다. 아, 여기서 잘 가르친다는 건 점수 잘 나오게 해주는 선생을 뜻한다. 학교가 학원이고 학원은 학원이다. 이 말이 이해 되는가?
미국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 있고 한국에서는 <울학교 이티>의 천상근 선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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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
1. 가족끼리 같이 볼 경우 : 혹시 집에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이것이 진정한 학교의 모습이니 가히 충격받지 마시길.
2. 부자 부모를 뒀으나 공부엔 관심없는 명품오토바이족 학생. 그의 뒤에 붙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여자로 초절정육감S라인을 자랑하는 모 연예인이 나온다. 전직 레이싱 모델 출신인 그녀 몇 장면 안 나오지만 포스는 강렬하다. 남자들이여 그녀를 보고 눈 돌아가지 말지어다.
위의 분이 살짜쿵 나와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