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행복하길

신명곤200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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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행복하길


                                        
                                             글- 詩人 김종원




너의 이름과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힌 결혼식장 안내판을 보면서
무당이 작두를 타는 걸 지켜보듯 아슬 아슬하게 계단을 올라 식장으로 향한다
너는 모를것이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도 너는 나에게 종교와 같았다는 것을...
헤어진 후에 나의 기도에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헤어진 뒤
얼마나 아파해야 하는지,
몸이 다치는 외상보다 마음이 다치는 내상이
얼마나 더 위험한지 숨김없이 들어나 있었다


이제 나는 너의 결혼식장에 들어왔다
수 십번 주먹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
수 십번 눈을 깜박이는 사이
너의 결혼식은, 마치
지난 우리의 짧은 사랑처럼 금새 끝나 버리고
너와 그 남자는 이제 내가 숨어 지켜보고 있는
식장 입구로 걸어 나온다
나에게만 보였던 수줍은 미소
나에게만 허락한  너의 옆자리
이젠 그 모든 걸 새로운 그에게 허락한 채
너와 그 사람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생각해보면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네가 나에게 걸어오는 순간인데
그렇게 바라던 네가 드디어 나에게 걸어오는 순간인데
나는 왜 이리 눈물이 나는걸까?
비록,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나가는 길목이라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데...


네가 내 옆을 스치려는 순간
나는 비겁하게 등을 돌리고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선 채로 추억속을 걷는다
너와 함께 보냈던 세월,
너와 함께 보냈던 행복...
그리고
이제 나를 보내고 새롭게 맞이하는 너의 옆의 저 사람...
저 사람까지...
그 모든 기억들에 나는 묻힌다


그대여 잘가라...
행여 이제 영영  올수 없는 곳으로 너는 간다해도
나는 이쯤에서 웃으리라
한 사람을 사랑하며 설레이고 가슴 떨렸던 순간과
한 사람을 사랑하며 다음 세상까지도 약속했던 내 마음을
너를 사랑하며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도 몰랐던 내 마음을
이젠 너의 옆, 그 남자에게 돌려주고
나는 행복하리라
헤어질 적, 부디 행복하라며 떠난 너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
네가 행복해질수록 나는 더 행복하리라
그대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도록
그런 척이라도 하리라...



2003년 6월 김종원 作-
불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