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덩, 어~ 리!’라는 한 마디로 수요일과 목요일 밤을 장악한 남자가 있다.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에 사로잡혀 세상과 불화를 겪고 있는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강건우’가 그 남자다. 이른바 ‘강마에’로 불리는 그는 그저 음악이 좋아 모인 비주류 음악 인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까지 집중시키고 있다. 승자 독식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하고 낙오된 사람들이 음악에 향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다루면서 인생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연주한 드라마 MBC 수목미니시리즈 (홍진아·홍자람 극본, 이재규 연출) 이야기이다.
자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휘를 중단할 정도로 최고의 소리에 대한 집착이 강한 ‘강건우(김명민 분)’는 ‘음악도시’ 이미지로 시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기획된 ‘석란시’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초빙되어 한국에 돌아온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모여 있는 단원들은 강건우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비주류 음악 인생들이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공연 프로듀서가 사기를 치고 어떻게든 공연을 성사시켜야만 했던 시청 문화예술과 공무원 ‘두루미(이지아 분)’가 억지로 모집한 단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강건우는 두루미에게 당장 돌아가겠다고 소리치지만, 한밤중에 안정제를 먹고 쓰러진 애견 토벤이를 살려줄 테니 지휘를 맡아달라는 트럼펫 연주자 ‘강건우(장근석 분)’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는다.
▲ MBC 수목드라마 . ⓒMBC
이렇게 시작된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이른바 ‘강마에’와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만남은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어렵게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비주류 음악 인생들을 대하는 강마에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다. 비록 세상과 불화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실력만큼은 절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강마에의 눈에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단원들의 사연은 최고의 연주를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사연을 보면 강마에의 까칠함이 이해될 만도 하다. 서울시향에서 오보에 주자로 활동하다가 정년퇴직한 뒤 무력감에 빠져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김갑용(이순재 분)’,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했으면서도 결혼 이후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 때문에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정희연(송옥숙 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콘트라베이스를 뒷전으로 밀어둬야 했던 ‘박혁권(정석용 분)’, 비록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카바레에서 색소폰 연주자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하이든의 트럼펫 콘체르토 3악장을 연주하는 ‘배용기(박철민 분)’, 뛰어난 재능으로 예고에 합격하여 플롯을 전공했지만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방황하는 ‘하이든(쥬니 분)’, 음대를 졸업하고 취직이 되지 않아 어머니의 강권 때문에 수의대를 다시 들어가 수의사가 됐지만 여전히 클라리넷을 포기하지 못하는 ‘홍준기(김익 분)’ 등은 모두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보는 것이 꿈인 비주류 음악 인생들이다.
여기에 그나마 실력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두루미와 강건우도 비주류 음악 인생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두루미는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졸업 이후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못해 결국 시청 9급 공무원으로 취직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두루미는 서서히 귀가 멀어가는 청신경종양을 앓고 있어서 음악을 하기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강건우는 고교 시절 연주회장에서 강마에에게 클래식의 정의를 물었다가 상처받은 뒤 클래식을 혐오하면서도 트럼펫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지만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경찰공무원 출신이다. 하지만 베토벤에 필적할 만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그래서 강마에로부터 ‘백치’ 소리를 듣는 인물이다. 이처럼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마에스트로와 비주류 음악 인생의 만남은 각자 원하는 것을 서로에게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극적 설정은 음악적인 면에서 극과 극으로 갈리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불협화음이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화음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강마에는 연습 초반부터 ‘아줌마’라는 보통명사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20여 년 만에 다시 첼로를 잡은 정연희에게 리듬감 넘치는 소리로 ‘똥~ 덩, 어~ 리!’라고 모멸감을 주면서 본격적으로 단원들과 대립한다. 더 이상 상처 받을 일이 뭐가 있을까 싶었던 비주류 인생들은 ‘강마에’의 폭언에 아연실색하지만, 그래도 인생의 아름다움을 한 번쯤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독기를 머금고 연습에 몰두한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멋지게 성공시키고 기쁨을 만끽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강마에’는 음악도시를 만들기 위해 창설하는 시립 교향악단 오디션에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비주류 인생들을 다시 한 번 몰아부친다.
강마에와 비주류 음악 인생들의 대립과 갈등은 마치 ‘꼴찌에게 박수를!’ 보내기 위한 상투적인 설정처럼 보인다. 두루미가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를 기획했다가 사기당하고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좌충우돌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강건우가 기거하는 집을 무턱대고 강마에에게 사용하라고 내주는 상황, 하이든이 김갑용을 찾아가 무조건 돈을 빌려달라고 떼를 쓰는 상황 등이 대표적이다. 각기 다른 사연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비주류 음악 인생’으로 귀결되는, 별로 변별력이 없는 상황들 때문에 극적 긴장감이 유발되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참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는 의 이야기들이 획일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차별화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는 의 승부수는 지금까지 어느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 ‘강마에’의 매력에 있다. 강마에는 독설과 비아냥거림으로 무장한 듯하지만 고교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세계 정상급 지휘자 ‘정명환(김영민 분)’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난, 오케스트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거고 니들은 그 부속품이야. 늙은 악기, 젊은 악기, 울며 뛰쳐나간 똥 덩어리 악기, 카바레 악기, 회사 다니는 악기, 대드는 악기! 아니, 니들은 그냥 개야! 난 주인이고! 그러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나 짖으란 말이야!”라고 독설을 퍼부을 정도로 냉정하다.
▲ MBC 수목드라마 . ⓒMBC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제자가 되어 지휘를 배우고 싶어 하는 강건우의 천재성에 전율을 느끼면서 제자로 받아들이면 자기처럼 될까 두려워 기꺼이 정명환에게 보낼 정도로 세심한 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청신경종양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없게 될까 두려워하는 두루미의 청력 상태를 시험하던 강마에는 뜬금없이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풍선껌을 건네면서 유통기한 지난 사탕이라고 장난까지 친다. 또한 자신의 애견 토벤이와 산책을 하다가 두루미와 강건우가 키스하려는 것을 보고 귀머거리와 백치 커플이라 놀리기도 한다. 이 같은 강마에의 화법과 행동은 독설이라기보다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는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강마에의 솔직하면서도 엉뚱한, 그래서 귀엽기까지 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일반적인 극작 원리에 따르면, 강마에는 자신의 욕망이 없다는 점에서 다소 함량 미달의 인물이다. 하지만 정명환의 표현대로 강마에를 빼닮은 강건우가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 행복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을 욕망한다는 점에서 강마에의 욕망은 강건우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둘의 이름이 우연치고는 너무 작위적일 정도로 같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처럼 복잡 미묘한 성격이면서도 다소 함량 미량인 강마에는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없었으면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가 상투적인 설정과 개연성이 떨어지는 구성, 변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다양한 인물들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강마에’ 역할을 맡은 배우 김명민의 뛰어난 연기력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드라마이다. 첫째, 뛰어난 실력의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가 비주류 음악 인생들과 함께 펼쳐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휴먼음악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 둘째,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독설과 직접 화법을 구사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의 ‘강마에’라는 새로운 인물의 창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드라마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강마에-두루미-강건우’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휴먼음악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와 ‘강마에’라는 새로운 캐릭터만으로도 의 드라마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 애정의 삼각관계는 자칫 의 매력을 삭감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인생은 자신이 지휘자가 되어 완성해야 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이다. 앞만 보고 뛰어가라고 강요하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비주류 음악 인생들이 빚어내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찬란한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과정의 소중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성과 위주의 사회 분위기가 대한민국이라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대부분을 비주류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개개인의 아픔을 감싸 안는 지휘자의 섬세한 지휘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최고의 소리를 추구하는 강마에와 즐겁고 행복한 연주를 지향하는 강건우 가운데 어느 쪽이 자신의 인생을 지휘하는 스타일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베토벤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똥~ 덩, 어~ 리!’라는 한 마디로 수요일과 목요일 밤을 장악한 남자가 있다.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에 사로잡혀 세상과 불화를 겪고 있는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강건우’가 그 남자다. 이른바 ‘강마에’로 불리는 그는 그저 음악이 좋아 모인 비주류 음악 인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까지 집중시키고 있다. 승자 독식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하고 낙오된 사람들이 음악에 향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다루면서 인생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연주한 드라마 MBC 수목미니시리즈 (홍진아·홍자람 극본, 이재규 연출) 이야기이다.
자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휘를 중단할 정도로 최고의 소리에 대한 집착이 강한 ‘강건우(김명민 분)’는 ‘음악도시’ 이미지로 시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기획된 ‘석란시’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초빙되어 한국에 돌아온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모여 있는 단원들은 강건우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비주류 음악 인생들이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공연 프로듀서가 사기를 치고 어떻게든 공연을 성사시켜야만 했던 시청 문화예술과 공무원 ‘두루미(이지아 분)’가 억지로 모집한 단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강건우는 두루미에게 당장 돌아가겠다고 소리치지만, 한밤중에 안정제를 먹고 쓰러진 애견 토벤이를 살려줄 테니 지휘를 맡아달라는 트럼펫 연주자 ‘강건우(장근석 분)’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는다.
▲ MBC 수목드라마 . ⓒMBC
이렇게 시작된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 이른바 ‘강마에’와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만남은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어렵게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비주류 음악 인생들을 대하는 강마에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이다. 비록 세상과 불화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실력만큼은 절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강마에의 눈에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에 들어온 단원들의 사연은 최고의 연주를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사연을 보면 강마에의 까칠함이 이해될 만도 하다. 서울시향에서 오보에 주자로 활동하다가 정년퇴직한 뒤 무력감에 빠져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김갑용(이순재 분)’,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했으면서도 결혼 이후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 때문에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정희연(송옥숙 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콘트라베이스를 뒷전으로 밀어둬야 했던 ‘박혁권(정석용 분)’, 비록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카바레에서 색소폰 연주자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하이든의 트럼펫 콘체르토 3악장을 연주하는 ‘배용기(박철민 분)’, 뛰어난 재능으로 예고에 합격하여 플롯을 전공했지만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방황하는 ‘하이든(쥬니 분)’, 음대를 졸업하고 취직이 되지 않아 어머니의 강권 때문에 수의대를 다시 들어가 수의사가 됐지만 여전히 클라리넷을 포기하지 못하는 ‘홍준기(김익 분)’ 등은 모두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보는 것이 꿈인 비주류 음악 인생들이다.
여기에 그나마 실력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두루미와 강건우도 비주류 음악 인생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두루미는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졸업 이후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못해 결국 시청 9급 공무원으로 취직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두루미는 서서히 귀가 멀어가는 청신경종양을 앓고 있어서 음악을 하기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강건우는 고교 시절 연주회장에서 강마에에게 클래식의 정의를 물었다가 상처받은 뒤 클래식을 혐오하면서도 트럼펫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지만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경찰공무원 출신이다. 하지만 베토벤에 필적할 만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그래서 강마에로부터 ‘백치’ 소리를 듣는 인물이다. 이처럼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마에스트로와 비주류 음악 인생의 만남은 각자 원하는 것을 서로에게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극적 설정은 음악적인 면에서 극과 극으로 갈리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불협화음이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화음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강마에는 연습 초반부터 ‘아줌마’라는 보통명사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20여 년 만에 다시 첼로를 잡은 정연희에게 리듬감 넘치는 소리로 ‘똥~ 덩, 어~ 리!’라고 모멸감을 주면서 본격적으로 단원들과 대립한다. 더 이상 상처 받을 일이 뭐가 있을까 싶었던 비주류 인생들은 ‘강마에’의 폭언에 아연실색하지만, 그래도 인생의 아름다움을 한 번쯤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독기를 머금고 연습에 몰두한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멋지게 성공시키고 기쁨을 만끽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강마에’는 음악도시를 만들기 위해 창설하는 시립 교향악단 오디션에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비주류 인생들을 다시 한 번 몰아부친다.
강마에와 비주류 음악 인생들의 대립과 갈등은 마치 ‘꼴찌에게 박수를!’ 보내기 위한 상투적인 설정처럼 보인다. 두루미가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를 기획했다가 사기당하고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좌충우돌하거나 잘 알지도 못하는 강건우가 기거하는 집을 무턱대고 강마에에게 사용하라고 내주는 상황, 하이든이 김갑용을 찾아가 무조건 돈을 빌려달라고 떼를 쓰는 상황 등이 대표적이다. 각기 다른 사연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비주류 음악 인생’으로 귀결되는, 별로 변별력이 없는 상황들 때문에 극적 긴장감이 유발되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참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는 의 이야기들이 획일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차별화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는 의 승부수는 지금까지 어느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 ‘강마에’의 매력에 있다. 강마에는 독설과 비아냥거림으로 무장한 듯하지만 고교시절부터 라이벌이었던 세계 정상급 지휘자 ‘정명환(김영민 분)’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난, 오케스트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거고 니들은 그 부속품이야. 늙은 악기, 젊은 악기, 울며 뛰쳐나간 똥 덩어리 악기, 카바레 악기, 회사 다니는 악기, 대드는 악기! 아니, 니들은 그냥 개야! 난 주인이고! 그러니까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나 짖으란 말이야!”라고 독설을 퍼부을 정도로 냉정하다.
▲ MBC 수목드라마 . ⓒMBC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제자가 되어 지휘를 배우고 싶어 하는 강건우의 천재성에 전율을 느끼면서 제자로 받아들이면 자기처럼 될까 두려워 기꺼이 정명환에게 보낼 정도로 세심한 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청신경종양 때문에 음악을 할 수 없게 될까 두려워하는 두루미의 청력 상태를 시험하던 강마에는 뜬금없이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풍선껌을 건네면서 유통기한 지난 사탕이라고 장난까지 친다. 또한 자신의 애견 토벤이와 산책을 하다가 두루미와 강건우가 키스하려는 것을 보고 귀머거리와 백치 커플이라 놀리기도 한다. 이 같은 강마에의 화법과 행동은 독설이라기보다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는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강마에의 솔직하면서도 엉뚱한, 그래서 귀엽기까지 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일반적인 극작 원리에 따르면, 강마에는 자신의 욕망이 없다는 점에서 다소 함량 미달의 인물이다. 하지만 정명환의 표현대로 강마에를 빼닮은 강건우가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 행복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을 욕망한다는 점에서 강마에의 욕망은 강건우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둘의 이름이 우연치고는 너무 작위적일 정도로 같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처럼 복잡 미묘한 성격이면서도 다소 함량 미량인 강마에는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없었으면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가 상투적인 설정과 개연성이 떨어지는 구성, 변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다양한 인물들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강마에’ 역할을 맡은 배우 김명민의 뛰어난 연기력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드라마이다. 첫째, 뛰어난 실력의 오케스트라 마에스트로가 비주류 음악 인생들과 함께 펼쳐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휴먼음악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 둘째,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독설과 직접 화법을 구사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의 ‘강마에’라는 새로운 인물의 창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드라마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강마에-두루미-강건우’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휴먼음악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와 ‘강마에’라는 새로운 캐릭터만으로도 의 드라마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 애정의 삼각관계는 자칫 의 매력을 삭감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인생은 자신이 지휘자가 되어 완성해야 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이다. 앞만 보고 뛰어가라고 강요하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비주류 음악 인생들이 빚어내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찬란한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과정의 소중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성과 위주의 사회 분위기가 대한민국이라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대부분을 비주류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개개인의 아픔을 감싸 안는 지휘자의 섬세한 지휘 실력이 뒷받침된다면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최고의 소리를 추구하는 강마에와 즐겁고 행복한 연주를 지향하는 강건우 가운데 어느 쪽이 자신의 인생을 지휘하는 스타일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