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만 야구팬의 함성이 한반도를 뒤흔들던 2008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모두 끝나고, 이제 선택받은 4팀 간의 치열한 가을 전쟁이 시작된다. 나도 꽤 오랫동안 야구를 봐왔던 매니아다. 내 나름대로 이번 포스트시즌을 전망하자면 이렇다. ★ "영남 맹주 가리자" 준플레이오프 - 롯데 우세 예상 "해묵은 영남 라이벌"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의 준플레이오프는 포스트시즌의 전체적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경기로 평가할 수 있겠다. 두 팀의 경기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투수진과 타선 모두 경기 운용 방식이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투수진은 두 팀 모두 두텁다. 그러나 어디가 두텁냐가 그 차이다. 롯데는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 등 10승대의 선발투수들에게 투수 운용의 모든 것을 맡기는 반면, 삼성은 정현욱, 오승환 등 불펜에 무게를 더 두는 편이다. 타격에서도 두 팀은 차이가 확연히 난다. 차이의 기준은 바로 빠른 발로 뛰는 발야구의 존재 여부다. 롯데는 김주찬, 조성환, 이인구, 이승화 등의 빠른 발과 이대호, 가르시아, 강민호의 장타가 조화를 이룬 반면 발야구가 실종된 삼성은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양준혁 등 중심타선의 한 방만이 공격의 해법으로 나올 뿐이다. 그렇다면 양 팀에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 있을까? 롯데의 강점은 강력한 선발진과 짜임새 있는 타선, 그리고 팬이다. 롯데 선발투수진은 무려 3명이 10승대 투수로 포진되어 있다.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은 리그 A급 투수로 손색이 없다. 포스트시즌은 똘똘한 선발투수 3명만 있으면 무적이나 다름없다. 롯데의 타선은 장타와 단타가 잘 짜여진 타선이다. 그 중심에는 조성환-이대호-가르시아-강민호가 있다. 조성환은 리그 결승타 1위의 클러치 히터다. 주장으로서 팀이 위기에 있을 때 한 방씩 쳐주는 선수다. 이대호와 가르시아는 상대의 추격의지를 말살시킬 수 있는 거대한 대포를 항상 장착하고 있다. 특히나 가르시아의 득점권 타력은 가공할만 하다. 강민호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포수를 기분 좋게 하면 상대는 경기를 말릴 수 있다. 또한 전국의 어느 야구장 관중석을 신문지의 물결로 뒤덮는 열혈 부산팬들의 열정적 응원 역시 롯데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큰 경기일수록 부산갈매기의 함성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 경기 당일 15만의 인파가 사직구장에 몰린다고 하니 이쯤하면 할 말은 다 한 셈이다. 삼성에게 강점은 두터운 마무리와 젊은 타선이다. 오승환은 올해에도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왕좌에 올랐다. 3년 연속 40세이브 기록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오승환의 마무리 실력은 리그 최강 수준이다. 오승환에 앞서서 등판하는 정현욱의 봉사 정신(?) 역시 막강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낳은 신종 유행어 중의 하나인 "노예"의 대표 모델이었던 정현욱은 삼성 불펜진의 핵심이다. 삼성의 타선은 한결 젊어졌다. 과거 이승엽-마해영-양준혁으로 이어졌던 타선은 세대교체를 거쳐 최형우-박석민-채태인으로 옮겨갔다. 이승엽이 건재하던 당시의 파워보다는 못하지만 지금의 젊은 중심타선도 파괴력만큼은 만만히 볼 수 없다. 강점도 있으면 약점도 있는 법. 롯데의 약점은 불안한 불펜과 부실한 수비, 경험 부족이다. 선발투수의 피칭 능력은 리그 최강 수준이지만 불펜투수들의 성적만 놓고 보자면 이 팀이 어떻게 4강에 올라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1점차 승부에서 거둔 4할 5푼의 저조한 승률이 말해주고 있다. 좌완 셋업맨 강영식은 금년 들어서 눈에 띄는 발전을 보였지만 큰 경기에서도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노장 최향남과 염종석은 큰 경기 경험이 있지만, 순간적인 전력피칭을 요하는 큰 경기에서는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 롯데의 내야 수비는 심각한 구멍이 존재한다. 기대보다 3루 수비가 미흡한 이대호의 부족함과 간혹 일어나는 내야수들의 실책과 강민호의 어설픈 리드... 큰 경기에서는 이런 작은 실책이 모여 화를 자초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롯데의 전체적 약점은 경험 부족이다. 롯데는 그동안 매년 가을이면 바다낚시를 떠났다. 남들은 가을잔치에서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롯데 선수들은 바닷가에서 고기를 낚느라 정신이 없었다. 8년동안 가을에 야구하는 것과는 롯데의 주축 선수들에게 8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만원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은 롯데 선수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의 약점은 느린 발과 허약한 선발진, 기복 심한 타선이다. 삼성의 팀 도루 숫자는 LG 이대형의 개인 도루 숫자보다 적다. LG 선수 1명이 혼자서 60개의 도루를 할 동안 삼성의 타자 20여명은 60개도 채 못되는 도루를 기록했다. 붙박이 1번타자 박한이의 도루 숫자는 겨우 5개, 팀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9개의 신명철이다. 발야구의 실종은 큰 경기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의 선발진은 리그 최악이다. 10승대 선발투수가 윤성환 단 한 명뿐이다. 에이스 배영수는 엄밀히 따지자면 재기에 실패했다. 기를 쓰고 데려온 용병 투수들은 하나같이 수준 미달이다. 게다가 선발투수의 책임이닝 숫자는 리그 꼴찌다. 선발이 무너지면 바로 불펜으로 돌리는 것이 삼성의 야구라지만 큰 경기에서는 불펜의 과부하가 화를 부를 수 있다. 삼성의 강점이었던 젊은 타선은 약점까지 갖고 있다. 이들의 롤러코스터식 타법은 익히 잘 알려져있다. 양준혁, 박진만, 박한이, 조동찬, 진갑용 등 많은 선수들이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많이 갖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슬럼프가 겹치게 되면 삼성으로서는 가히 명확한 대책이 서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역대 포스트시즌 전적에서 롯데만 만나면 약해졌던 수많은 사례도 삼성의 아킬레스건으로 존재한다. 1984년 한국시리즈, 1992년 준플레이오프, 1999년 플레이오프 모두 롯데의 승리였다. 삼성이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롯데를 누른 것은 1991년 준플레이오프와 2000년 준플레이오프 외에는 없다. 이러한 전력차와 강약점을 감안해볼 때에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승자는 롯데자이언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적은 3승 1패로 4차전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송승준과 배영수의 맞대결로 예상되는 부산 1차전은 롯데 승, 손민한과 윤성환의 대결로 점쳐지는 부산 2차전 역시 롯데 승, 장원준과 에니스의 대결로 예상되는 대구 3차전은 삼성 승, 그리고 다시 송승준(또는 조정훈)과 배영수의 대결로 예상되는 대구 4차전에서 롯데가 결판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야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27번째 심판의 아웃 콜이 나와야 끝나는 것이지만 조심스럽게 결과를 예측해보자자면 롯데자이언츠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는 것이다. ★ "흥행을 부르는 경부선 시리즈" 플레이오프 - 박빙 예상 플레이오프는 두산베어스가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플레이오프는 누가 올라오건 "경부선 시리즈"다. 하행선 열차의 종착역이 부산이냐 대구냐의 차이. 삼성은 최근까지도 잠실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러왔지만, 롯데가 올라올 경우, 9년만에 가을의 잠실에 입성하는 것이다. 경부선 시리즈는 그동안 흥행의 상징이었다. 롯데자이언츠가 서울의 양 팀과 잇달아 맞붙었던 1995년 플레이오프(vs LG)와 한국시리즈(vs OB)가 대표적 사례. 당시 매 경기 만원사례를 이루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삼성 역시 서울에서 가을을 여러번 맞았다. 2001년 두산과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2005년 역시 양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그러나 롯데가 진출했을 때만큼의 흥행효과는 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시들한 대구의 야구 열기 탓이다. 어쨌든, 두산은 또 다시 플레이오프로 가는 직행 열차를 탔고 서울의 맹주 자리를 다시 한 번 굳히는 해가 되었다. 지난해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게 3연승을 거두고 손쉽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초반 2연승 한 것까지 포함하면 포스트시즌에서 5연승의 기세를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는 특급 에이스(약물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가 있었다. 올해는 리오스가 없다. 리오스에 버금갈만한 에이스급 투수도 없다. 선발투수 책임이닝은 삼성보다 나은 7위다. 한마디로 선발진은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해 리오스의 뒤를 받쳐줬던 맷 랜들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두산에서 스타 용병의 반열에 올랐던 게리 레스는 중도 하차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김선우는 전반기 내내 부진했다. 리오스의 등번호를 물려받은 김명제는 활약이 미미했다. 마무리 정재훈은 역시나 불안했다. 대체 이 팀은 어떻게 4강에, 그것도 2위로 진출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막강한 불펜진과 발야구가 존재했다. 두산에서 최다승을 거둔 투수는 중간계투요원 이재우였다. 중간계투요원이 최다승 투수라는 기록은 불펜의 집중력이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증명해준다. 이외에도 두산에는 임태훈과 김상현, 이혜천이 분투해줬다. 특히 김상현과 이혜천은 선발투수로서도 간혹 활약하면서 부실한 두산 선발진에 큰 도움을 줬다. 이들이 없었다면 두산은 이미 중위권으로 전락했을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강점인 발야구. 두산은 발의 팀이다. 잠실구장 1루 외야관중석 상단에 새겨진 발야구 트리오,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의 도루 숫자에서 보듯이 두산은 발 빠른 야구로 상대를 휘젓는 작전으로 승리를 챙겨왔다. 올 시즌 민병헌의 활약이 부진한 것을 제외하면 이종욱과 고영민은 나름의 활약을 쏠쏠히 해줬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두산의 보배는 따로 있다. 바로 올 시즌 타격 3관왕의 자리에 오른 김현수와 지명타자로서 자리를 확고히 굳힌 홍성흔이다. 김현수는 올 시즌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봄만 하더라도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던 베일 속의 천재타자가 그 실력을 만개한 것이다. 그의 타격 솜씨는 두산을 2위 자리에 당당히 올려놓았다. 여기에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 자리는 옵션이었다. 홍성흔은 올 시즌 두산베어스가 아닌 엉뚱한 팀에서 뛸 뻔했다. 포수 자리에 미련을 둔 나머지,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것이다. 이미 두산에는 자신의 백업이었던 채상병이 주전을 꿰찼고, 채상병의 백업이었던 김진수도 실력이 성장했기 때문. 결국 신생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강귀태와 김동수 외에는 히어로즈의 포수 자원이 부족하고, 신생팀에 어필할만한 서울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두산의 유니폼을 고쳐입었다. 그러나 포수 미트는 그의 가방에서 사라졌다. 1루수 훈련과 외야수 훈련을 가끔 하기도 했지만, 그는 시즌 내내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그것은 홍성흔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줬다. 2할대의 주전 포수가 3할대의 중심 강타자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홍성흔은 1년 내내 불같은 방망이를 휘둘렀고, 결국 팀 후배 김현수와 타격왕 경쟁까지 오르는 등 기염을 토했다. 막판에 찾아온 부진과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는 역시나 두산의 핵심 존재였다. 그렇다. 두산은 강팀이다. 막강한 불펜진과 발 빠른 테이블세터, 힘있는 중심타선까지... 있을만한 것은 다 갖춘 두산베어스지만 이 팀에도 2% 부족한 면이 있다. 결코 구멍이 작지 않다. 두산의 약점은 허약한 선발진과 불안한 마무리에 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두산에는 에이스가 없다. 10승대의 선발투수가 단 한 명도 없는 팀이 4강에 오른 것은 불펜진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가를 증명한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는 똘똘한 에이스가 단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 게임이라도 안심하고 경기를 치를 수가 있다. 마무리는 말할 것도 없다. 어찌 보면 롯데보다 더욱 불안하다. 두산의 팀 세이브는 LG보다 조금 앞선 7위. 그만큼 경기 후반만 되면 두산팬들의 심장은 오그라드는 셈이다. 붙박이 마무리 정재훈은 선발과 중간을 왔다갔다 했다. 좋게 보면 마당발로 뛰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엄밀히 따지면 "마무리로는 쓰기 불안하니 아무데나 막고 보자" 다. 허리에서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던 불펜진도 8회가 넘어가면 여지없이 맞기 일쑤 였다. 한 가지 불가사의한 점은 이런 허술한 마무리를 가진 팀이지만 연장전 승률만큼은 8개 구단 중 1위라는 점이다. "뚝심의 두산" 이라는 오랜 닉네임 덕분이라는 평도 있지만, 올 시즌의 이런 성적이야말로 아스트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느 팀이 올라오던간에 이번 플레이오프는 박빙의 승부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이 올라올 경우 두산의 우세를 점칠 수 있겠지만 롯데가 올라올 경우 막판까지 알 수 없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SK를 응원하는 팬들로서는 이래저래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 "비룡에 대적할 자 누구냐?" 한국시리즈 - SK 절대 우세 혹자는 이런 농담을 한다. SK와이번스는 국내 최강이 아니라고... 대체 누가 이런 해괴망측한 농담을 하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SK팬들에게 기분이 좋은 농담이다. "SK는 이미 국내 최강을 넘어섰다. 아시아 최강 수준이다." SK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두번째로 강한 팀이 되었다. 2000년 현대의 91승에 이은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126경기 기준으로 범주를 낮춰보자면 2008년의 SK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강의 팀으로 군림했다. 83승 43패, 6할 5푼 9리의 역대 최고 성적으로 2년 연속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뒀다. 6할 5푼 9리의 승률은 세계 1위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 6할을 넘긴 팀은 시카고 컵스(.602)와 LA 에인절스(.617) 뿐이다. 일본에서는 아예 6할대 팀이 없다. 기록 상으로만 나타나는 얘기지만, 이미 SK는 세계 수준이다. 흔히들 우승의 조건으로 다섯가지를 꼽는다. 첫째, 15승은 거둘만한 든든한 에이스 둘째, 영리하고 리드 좋은 믿음직한 포수 셋째, 찬스의 물꼬를 터 줄 수 있는 출루율 높은 톱타자 넷째, 찬스에서 강한 중심타선, 특히 4번타자의 유무 다섯째, 경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마무리투수의 유무 SK는 4강 진출팀 중에서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유일한 팀이다. 첫째, 15승대의 에이스에는 다승왕 김광현이 버티고 있다. 김광현은 1년 내내 정상의 자리에 서 있었다. 16승으로 다승왕, 150개의 삼진으로 탈삼진왕에 올랐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을 침몰시켰다. 이런 전적이 너무도 선명한데 가타부타 할 말이 있겠는가? 김광현은 역시나 국내 최강의 에이스임이 분명하다. 둘째, 영리한 포수의 상징 박경완이 앉아있다. 박경완은 SK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영리한 포수다. 투수들의 완급을 조절하고,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에는 박경완을 따라잡을 포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에 가끔씩 터뜨려주는 일발장타와 깔끔한 작전 수행까지... 아마 박경완이 나이가 젊고, 피로도가 많지 않았다면 베이징올림픽 주전 포수의 자리 역시 박경완이었을 것이다. 셋째, 이호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꾼 박재홍이 있다. 지난해 SK의 4번타자는 이호준이었다. 20홈런과 100타점은 너끈히 넘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였지만 올 시즌에는 몇 경기 뛰어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왼무릎 부상이 그의 신들린 타점 퍼레이드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되는 집안은 어떻게든 된다고 했던가? 이호준의 공백은 '리틀 쿠바' 박재홍이 확실하게 메꿔줬다. 박재홍은 지난해 플래툰시스템의 희생양으로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화려하게 부활했고, SK의 믿음직한 4번타자로 타선의 중심축을 바로 세웠다. 그를 스타로 탄생시켰던 인천에서 그는 다시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넷째, SK 공격의 핵탄두에는 정근우가 있다. "근우가 치면 안타가 되고~" 라는 응원가처럼 정근우는 올 시즌 내내 생각대로 신나게 야구를 했다. 그는 올 시즌 최다안타 2위, 도루 3위, 타격 9위의 성적을 냈다. 출루율 부문에서는 17위의 성적을 냈지만, 결코 나쁘진 않다. 주루 센스가 약간 미흡한 점을 제외하자면 톱타자로서의 실력은 가히 리그 최강 수준이다. 의외의(?) 펀치력까지 있다는 점도 정근우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다섯째, 여왕벌 정대현 + 마당쇠 정우람 + 흑병용 얀 = SK 뒷문 SK의 투수 운용을 일컬어 벌떼 야구 또는 출첵 야구라고들 한다. 이 투수 저 투수 다 나오는 전법을 사용해서 그렇다. 이는 SK 외에도 김성근 감독이 활약하던 모든 팀에서 나온 얘기다. SK에서는 마무리 역시 벌떼 야구가 적용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마지막 위닝샷을 찔렀던 정대현이 그 중심이다. 잠수함 투수 특유의 싱커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고, 마운드 위에서의 대담성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에 당한 무릎 부상과 간혹 나타나는 팔꿈치 통증, 그리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7개의 블론세이브가 흠이긴 하다. 한화 마정길, 삼성 정현욱과 더불어 대표적 노예 투수(?)인 정우람 역시 SK 불펜의 핵심이자 또 다른 뒷문지기다. 올 시즌 85경기에 출장한 정우람은 홀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구원승으로만 9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중간계투로 출전하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여차하면 마무리로 쓸 수도 있는 다용도성이 장점이다. 다윈 쿠비얀, 케니 레이에 이은 세번째 대체용병 투수 에스테반 얀 역시 유력한 마무리 투수 중의 한 명이다. 올 시즌 부침이 많았던 SK의 용병 투수진 중 그나마 준수한 편. 그러나 최근 들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불안하지만 힘으로 윽박지르는 피칭 만큼은 언터쳐블 수준이다. 실제로 목동구장에서 보여준 그의 파워피칭은 154km였다. 그렇다면 SK의 약점은 무엇일까?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SK의 약점은 실책투성이 내야에 있다. 결정적 순간에 실책을 범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평상 시에는 실책이 꽤 많았다. 1등팀 답지 않은 성적이다. 정근우, 최정, 나주환이 유력한 실책왕이었고 이진영은 1루수 전업 초기에 실책대마왕이 되기도 했다. 정근우가 유격수나 3루수로 출장하는 날은 불안하다. 그가 위의 포지션에서 거둔 수비율은 리그 최악의 수준이다. 최정 역시 송구능력이 간혹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여러 차례 호수비를 보여준 덕에 국가대표급 3루수로 평가받지만 평소에는 그도 정근우 못지 않은 실책왕이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SK에게 유독 유리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의 경기수 증가다. 2위팀은 전보다 1게임이 늘어난 최소 4경기를 치러야 한다. 3~4위팀의 경우 한국시리즈 전까지 최소 7경기를 치러야 한다. 말이 단기전이지 이 정도 수준이면 장기전이나 다름 없다. 체력 소진은 물론이고, 부상의 위험도 역시 높아진다.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한국시리즈 우승확률은 80% 이상이다. 심리적 안정감도 있기 때문이겠지만, 주된 이유는 체력전에 있다. 피 말리는 단기전의 특성상 몇 경기만 뛰면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바닥이 나게 된다. SK는 이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우세한 것이다. SK팬으로서 SK의 우승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눈으로 봤을 때 SK의 우승을 점친다고 보고 싶다. 어느 팀이 올라와도 4전 전승으로 몰아칠 수 있는 전력이다. 그래도 상대에게 패배의 자비(?)를 어느 정도 베풀어 준다고 치면 두산에게는 1~2패 정도 내줄 수 있는 틈이 보인다. 롯데팬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롯데는 승산이 없어보인다. 어쨌든, 가을의 전설이 이제 곧 시작된다. 승자가 누가 되었건 멋진 승부로 야구팬들에게 화답하길 기원한다. 그게 바로 1년 내내 야구장을 찾아준 525만 열혈 야구매니아들을 위한 야구인의 예의일 것이다. 나도 포스트시즌 만큼은 매 경기마다 야구장에서 관전할 것이다. 주관적으로는 SK와이번스의 우승을 기원하겠지만 4강팀 모두 건승하길 기원한다. 또, 개인적으로 롯데가 멋진 경기로 좋은 추억을 남겨주길 바란다.
200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전망
525만 야구팬의 함성이 한반도를 뒤흔들던
2008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모두 끝나고,
이제 선택받은 4팀 간의 치열한 가을 전쟁이 시작된다.
나도 꽤 오랫동안 야구를 봐왔던 매니아다.
내 나름대로 이번 포스트시즌을 전망하자면 이렇다.
★ "영남 맹주 가리자" 준플레이오프 - 롯데 우세 예상
"해묵은 영남 라이벌"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의
준플레이오프는 포스트시즌의 전체적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경기로 평가할 수 있겠다.
두 팀의 경기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투수진과 타선 모두 경기 운용 방식이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투수진은 두 팀 모두 두텁다. 그러나 어디가 두텁냐가 그 차이다.
롯데는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 등 10승대의 선발투수들에게
투수 운용의 모든 것을 맡기는 반면,
삼성은 정현욱, 오승환 등 불펜에 무게를 더 두는 편이다.
타격에서도 두 팀은 차이가 확연히 난다.
차이의 기준은 바로 빠른 발로 뛰는 발야구의 존재 여부다.
롯데는 김주찬, 조성환, 이인구, 이승화 등의 빠른 발과
이대호, 가르시아, 강민호의 장타가 조화를 이룬 반면
발야구가 실종된 삼성은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양준혁 등
중심타선의 한 방만이 공격의 해법으로 나올 뿐이다.
그렇다면 양 팀에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 있을까?
롯데의 강점은 강력한 선발진과 짜임새 있는 타선, 그리고 팬이다.
롯데 선발투수진은 무려 3명이 10승대 투수로 포진되어 있다.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은 리그 A급 투수로 손색이 없다.
포스트시즌은 똘똘한 선발투수 3명만 있으면 무적이나 다름없다.
롯데의 타선은 장타와 단타가 잘 짜여진 타선이다.
그 중심에는 조성환-이대호-가르시아-강민호가 있다.
조성환은 리그 결승타 1위의 클러치 히터다.
주장으로서 팀이 위기에 있을 때 한 방씩 쳐주는 선수다.
이대호와 가르시아는 상대의 추격의지를 말살시킬 수 있는
거대한 대포를 항상 장착하고 있다.
특히나 가르시아의 득점권 타력은 가공할만 하다.
강민호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포수를 기분 좋게 하면 상대는 경기를 말릴 수 있다.
또한 전국의 어느 야구장 관중석을 신문지의 물결로 뒤덮는
열혈 부산팬들의 열정적 응원 역시 롯데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큰 경기일수록 부산갈매기의 함성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 경기 당일 15만의 인파가 사직구장에 몰린다고 하니
이쯤하면 할 말은 다 한 셈이다.
삼성에게 강점은 두터운 마무리와 젊은 타선이다.
오승환은 올해에도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왕좌에 올랐다.
3년 연속 40세이브 기록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오승환의 마무리 실력은 리그 최강 수준이다.
오승환에 앞서서 등판하는 정현욱의 봉사 정신(?) 역시 막강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낳은 신종 유행어 중의 하나인
"노예"의 대표 모델이었던 정현욱은 삼성 불펜진의 핵심이다.
삼성의 타선은 한결 젊어졌다.
과거 이승엽-마해영-양준혁으로 이어졌던 타선은
세대교체를 거쳐 최형우-박석민-채태인으로 옮겨갔다.
이승엽이 건재하던 당시의 파워보다는 못하지만
지금의 젊은 중심타선도 파괴력만큼은 만만히 볼 수 없다.
강점도 있으면 약점도 있는 법.
롯데의 약점은 불안한 불펜과 부실한 수비, 경험 부족이다.
선발투수의 피칭 능력은 리그 최강 수준이지만
불펜투수들의 성적만 놓고 보자면
이 팀이 어떻게 4강에 올라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1점차 승부에서 거둔 4할 5푼의 저조한 승률이 말해주고 있다.
좌완 셋업맨 강영식은 금년 들어서 눈에 띄는 발전을 보였지만
큰 경기에서도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노장 최향남과 염종석은 큰 경기 경험이 있지만,
순간적인 전력피칭을 요하는 큰 경기에서는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
롯데의 내야 수비는 심각한 구멍이 존재한다.
기대보다 3루 수비가 미흡한 이대호의 부족함과
간혹 일어나는 내야수들의 실책과 강민호의 어설픈 리드...
큰 경기에서는 이런 작은 실책이 모여 화를 자초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롯데의 전체적 약점은 경험 부족이다.
롯데는 그동안 매년 가을이면 바다낚시를 떠났다.
남들은 가을잔치에서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롯데 선수들은 바닷가에서 고기를 낚느라 정신이 없었다.
8년동안 가을에 야구하는 것과는 롯데의 주축 선수들에게
8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만원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은
롯데 선수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의 약점은 느린 발과 허약한 선발진, 기복 심한 타선이다.
삼성의 팀 도루 숫자는 LG 이대형의 개인 도루 숫자보다 적다.
LG 선수 1명이 혼자서 60개의 도루를 할 동안
삼성의 타자 20여명은 60개도 채 못되는 도루를 기록했다.
붙박이 1번타자 박한이의 도루 숫자는 겨우 5개,
팀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9개의 신명철이다.
발야구의 실종은 큰 경기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의 선발진은 리그 최악이다.
10승대 선발투수가 윤성환 단 한 명뿐이다.
에이스 배영수는 엄밀히 따지자면 재기에 실패했다.
기를 쓰고 데려온 용병 투수들은 하나같이 수준 미달이다.
게다가 선발투수의 책임이닝 숫자는 리그 꼴찌다.
선발이 무너지면 바로 불펜으로 돌리는 것이 삼성의 야구라지만
큰 경기에서는 불펜의 과부하가 화를 부를 수 있다.
삼성의 강점이었던 젊은 타선은 약점까지 갖고 있다.
이들의 롤러코스터식 타법은 익히 잘 알려져있다.
양준혁, 박진만, 박한이, 조동찬, 진갑용 등
많은 선수들이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많이 갖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슬럼프가 겹치게 되면
삼성으로서는 가히 명확한 대책이 서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역대 포스트시즌 전적에서 롯데만 만나면
약해졌던 수많은 사례도 삼성의 아킬레스건으로 존재한다.
1984년 한국시리즈, 1992년 준플레이오프,
1999년 플레이오프 모두 롯데의 승리였다.
삼성이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롯데를 누른 것은
1991년 준플레이오프와 2000년 준플레이오프 외에는 없다.
이러한 전력차와 강약점을 감안해볼 때에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승자는 롯데자이언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적은 3승 1패로 4차전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송승준과 배영수의 맞대결로 예상되는 부산 1차전은 롯데 승,
손민한과 윤성환의 대결로 점쳐지는 부산 2차전 역시 롯데 승,
장원준과 에니스의 대결로 예상되는 대구 3차전은 삼성 승,
그리고 다시 송승준(또는 조정훈)과 배영수의 대결로 예상되는
대구 4차전에서 롯데가 결판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야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27번째 심판의 아웃 콜이 나와야 끝나는 것이지만
조심스럽게 결과를 예측해보자자면 롯데자이언츠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는 것이다.
★ "흥행을 부르는 경부선 시리즈" 플레이오프 - 박빙 예상
플레이오프는 두산베어스가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플레이오프는 누가 올라오건 "경부선 시리즈"다.
하행선 열차의 종착역이 부산이냐 대구냐의 차이.
삼성은 최근까지도 잠실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러왔지만,
롯데가 올라올 경우, 9년만에 가을의 잠실에 입성하는 것이다.
경부선 시리즈는 그동안 흥행의 상징이었다.
롯데자이언츠가 서울의 양 팀과 잇달아 맞붙었던
1995년 플레이오프(vs LG)와 한국시리즈(vs OB)가 대표적 사례.
당시 매 경기 만원사례를 이루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삼성 역시 서울에서 가을을 여러번 맞았다.
2001년 두산과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2005년 역시 양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다.
그러나 롯데가 진출했을 때만큼의 흥행효과는 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시들한 대구의 야구 열기 탓이다.
어쨌든, 두산은 또 다시 플레이오프로 가는 직행 열차를 탔고
서울의 맹주 자리를 다시 한 번 굳히는 해가 되었다.
지난해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게 3연승을 거두고
손쉽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초반 2연승 한 것까지 포함하면
포스트시즌에서 5연승의 기세를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는 특급 에이스(약물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가 있었다.
올해는 리오스가 없다.
리오스에 버금갈만한 에이스급 투수도 없다.
선발투수 책임이닝은 삼성보다 나은 7위다.
한마디로 선발진은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해 리오스의 뒤를 받쳐줬던 맷 랜들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두산에서 스타 용병의 반열에 올랐던 게리 레스는 중도 하차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김선우는 전반기 내내 부진했다.
리오스의 등번호를 물려받은 김명제는 활약이 미미했다.
마무리 정재훈은 역시나 불안했다.
대체 이 팀은 어떻게 4강에, 그것도 2위로 진출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막강한 불펜진과 발야구가 존재했다.
두산에서 최다승을 거둔 투수는 중간계투요원 이재우였다.
중간계투요원이 최다승 투수라는 기록은
불펜의 집중력이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증명해준다.
이외에도 두산에는 임태훈과 김상현, 이혜천이 분투해줬다.
특히 김상현과 이혜천은 선발투수로서도 간혹 활약하면서
부실한 두산 선발진에 큰 도움을 줬다.
이들이 없었다면 두산은 이미 중위권으로 전락했을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강점인 발야구. 두산은 발의 팀이다.
잠실구장 1루 외야관중석 상단에 새겨진 발야구 트리오,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의 도루 숫자에서 보듯이
두산은 발 빠른 야구로 상대를 휘젓는 작전으로 승리를 챙겨왔다.
올 시즌 민병헌의 활약이 부진한 것을 제외하면
이종욱과 고영민은 나름의 활약을 쏠쏠히 해줬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두산의 보배는 따로 있다.
바로 올 시즌 타격 3관왕의 자리에 오른 김현수와
지명타자로서 자리를 확고히 굳힌 홍성흔이다.
김현수는 올 시즌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봄만 하더라도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던
베일 속의 천재타자가 그 실력을 만개한 것이다.
그의 타격 솜씨는 두산을 2위 자리에 당당히 올려놓았다.
여기에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 자리는 옵션이었다.
홍성흔은 올 시즌 두산베어스가 아닌 엉뚱한 팀에서 뛸 뻔했다.
포수 자리에 미련을 둔 나머지,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것이다.
이미 두산에는 자신의 백업이었던 채상병이 주전을 꿰찼고,
채상병의 백업이었던 김진수도 실력이 성장했기 때문.
결국 신생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강귀태와 김동수 외에는 히어로즈의 포수 자원이 부족하고,
신생팀에 어필할만한 서울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두산의 유니폼을 고쳐입었다.
그러나 포수 미트는 그의 가방에서 사라졌다.
1루수 훈련과 외야수 훈련을 가끔 하기도 했지만,
그는 시즌 내내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그것은 홍성흔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줬다.
2할대의 주전 포수가 3할대의 중심 강타자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홍성흔은 1년 내내 불같은 방망이를 휘둘렀고,
결국 팀 후배 김현수와 타격왕 경쟁까지 오르는 등 기염을 토했다.
막판에 찾아온 부진과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는 역시나 두산의 핵심 존재였다.
그렇다. 두산은 강팀이다.
막강한 불펜진과 발 빠른 테이블세터, 힘있는 중심타선까지...
있을만한 것은 다 갖춘 두산베어스지만
이 팀에도 2% 부족한 면이 있다. 결코 구멍이 작지 않다.
두산의 약점은 허약한 선발진과 불안한 마무리에 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두산에는 에이스가 없다.
10승대의 선발투수가 단 한 명도 없는 팀이 4강에 오른 것은
불펜진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가를 증명한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는 똘똘한 에이스가 단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 게임이라도 안심하고 경기를 치를 수가 있다.
마무리는 말할 것도 없다. 어찌 보면 롯데보다 더욱 불안하다.
두산의 팀 세이브는 LG보다 조금 앞선 7위.
그만큼 경기 후반만 되면 두산팬들의 심장은 오그라드는 셈이다.
붙박이 마무리 정재훈은 선발과 중간을 왔다갔다 했다.
좋게 보면 마당발로 뛰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엄밀히 따지면 "마무리로는 쓰기 불안하니 아무데나 막고 보자" 다.
허리에서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던 불펜진도
8회가 넘어가면 여지없이 맞기 일쑤 였다.
한 가지 불가사의한 점은 이런 허술한 마무리를 가진 팀이지만
연장전 승률만큼은 8개 구단 중 1위라는 점이다.
"뚝심의 두산" 이라는 오랜 닉네임 덕분이라는 평도 있지만,
올 시즌의 이런 성적이야말로 아스트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느 팀이 올라오던간에 이번 플레이오프는
박빙의 승부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이 올라올 경우 두산의 우세를 점칠 수 있겠지만
롯데가 올라올 경우 막판까지 알 수 없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SK를 응원하는 팬들로서는
이래저래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 "비룡에 대적할 자 누구냐?" 한국시리즈 - SK 절대 우세
혹자는 이런 농담을 한다. SK와이번스는 국내 최강이 아니라고...
대체 누가 이런 해괴망측한 농담을 하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SK팬들에게 기분이 좋은 농담이다.
"SK는 이미 국내 최강을 넘어섰다. 아시아 최강 수준이다."
SK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두번째로 강한 팀이 되었다.
2000년 현대의 91승에 이은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126경기 기준으로 범주를 낮춰보자면
2008년의 SK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강의 팀으로 군림했다.
83승 43패, 6할 5푼 9리의 역대 최고 성적으로
2년 연속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뒀다.
6할 5푼 9리의 승률은 세계 1위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 6할을 넘긴 팀은
시카고 컵스(.602)와 LA 에인절스(.617) 뿐이다.
일본에서는 아예 6할대 팀이 없다.
기록 상으로만 나타나는 얘기지만, 이미 SK는 세계 수준이다.
흔히들 우승의 조건으로 다섯가지를 꼽는다.
첫째, 15승은 거둘만한 든든한 에이스
둘째, 영리하고 리드 좋은 믿음직한 포수
셋째, 찬스의 물꼬를 터 줄 수 있는 출루율 높은 톱타자
넷째, 찬스에서 강한 중심타선, 특히 4번타자의 유무
다섯째, 경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마무리투수의 유무
SK는 4강 진출팀 중에서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유일한 팀이다.
첫째, 15승대의 에이스에는 다승왕 김광현이 버티고 있다.
김광현은 1년 내내 정상의 자리에 서 있었다.
16승으로 다승왕, 150개의 삼진으로 탈삼진왕에 올랐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을 침몰시켰다.
이런 전적이 너무도 선명한데 가타부타 할 말이 있겠는가?
김광현은 역시나 국내 최강의 에이스임이 분명하다.
둘째, 영리한 포수의 상징 박경완이 앉아있다.
박경완은 SK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영리한 포수다.
투수들의 완급을 조절하고,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에는
박경완을 따라잡을 포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에 가끔씩 터뜨려주는 일발장타와 깔끔한 작전 수행까지...
아마 박경완이 나이가 젊고, 피로도가 많지 않았다면
베이징올림픽 주전 포수의 자리 역시 박경완이었을 것이다.
셋째, 이호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꾼 박재홍이 있다.
지난해 SK의 4번타자는 이호준이었다.
20홈런과 100타점은 너끈히 넘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였지만
올 시즌에는 몇 경기 뛰어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왼무릎 부상이 그의 신들린 타점 퍼레이드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되는 집안은 어떻게든 된다고 했던가?
이호준의 공백은 '리틀 쿠바' 박재홍이 확실하게 메꿔줬다.
박재홍은 지난해 플래툰시스템의 희생양으로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화려하게 부활했고,
SK의 믿음직한 4번타자로 타선의 중심축을 바로 세웠다.
그를 스타로 탄생시켰던 인천에서 그는 다시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넷째, SK 공격의 핵탄두에는 정근우가 있다.
"근우가 치면 안타가 되고~" 라는 응원가처럼
정근우는 올 시즌 내내 생각대로 신나게 야구를 했다.
그는 올 시즌 최다안타 2위, 도루 3위, 타격 9위의 성적을 냈다.
출루율 부문에서는 17위의 성적을 냈지만, 결코 나쁘진 않다.
주루 센스가 약간 미흡한 점을 제외하자면
톱타자로서의 실력은 가히 리그 최강 수준이다.
의외의(?) 펀치력까지 있다는 점도 정근우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다섯째, 여왕벌 정대현 + 마당쇠 정우람 + 흑병용 얀 = SK 뒷문
SK의 투수 운용을 일컬어 벌떼 야구 또는 출첵 야구라고들 한다.
이 투수 저 투수 다 나오는 전법을 사용해서 그렇다.
이는 SK 외에도 김성근 감독이 활약하던 모든 팀에서 나온 얘기다.
SK에서는 마무리 역시 벌떼 야구가 적용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마지막 위닝샷을 찔렀던 정대현이 그 중심이다.
잠수함 투수 특유의 싱커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고,
마운드 위에서의 대담성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에 당한 무릎 부상과 간혹 나타나는 팔꿈치 통증,
그리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7개의 블론세이브가 흠이긴 하다.
한화 마정길, 삼성 정현욱과 더불어 대표적 노예 투수(?)인
정우람 역시 SK 불펜의 핵심이자 또 다른 뒷문지기다.
올 시즌 85경기에 출장한 정우람은 홀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구원승으로만 9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중간계투로 출전하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여차하면 마무리로 쓸 수도 있는 다용도성이 장점이다.
다윈 쿠비얀, 케니 레이에 이은 세번째 대체용병 투수
에스테반 얀 역시 유력한 마무리 투수 중의 한 명이다.
올 시즌 부침이 많았던 SK의 용병 투수진 중 그나마 준수한 편.
그러나 최근 들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불안하지만
힘으로 윽박지르는 피칭 만큼은 언터쳐블 수준이다.
실제로 목동구장에서 보여준 그의 파워피칭은 154km였다.
그렇다면 SK의 약점은 무엇일까?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SK의 약점은 실책투성이 내야에 있다.
결정적 순간에 실책을 범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평상 시에는 실책이 꽤 많았다. 1등팀 답지 않은 성적이다.
정근우, 최정, 나주환이 유력한 실책왕이었고
이진영은 1루수 전업 초기에 실책대마왕이 되기도 했다.
정근우가 유격수나 3루수로 출장하는 날은 불안하다.
그가 위의 포지션에서 거둔 수비율은 리그 최악의 수준이다.
최정 역시 송구능력이 간혹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여러 차례 호수비를 보여준 덕에 국가대표급 3루수로 평가받지만
평소에는 그도 정근우 못지 않은 실책왕이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SK에게 유독 유리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의 경기수 증가다.
2위팀은 전보다 1게임이 늘어난 최소 4경기를 치러야 한다.
3~4위팀의 경우 한국시리즈 전까지 최소 7경기를 치러야 한다.
말이 단기전이지 이 정도 수준이면 장기전이나 다름 없다.
체력 소진은 물론이고, 부상의 위험도 역시 높아진다.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한국시리즈 우승확률은 80% 이상이다.
심리적 안정감도 있기 때문이겠지만, 주된 이유는 체력전에 있다.
피 말리는 단기전의 특성상 몇 경기만 뛰면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바닥이 나게 된다.
SK는 이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우세한 것이다.
SK팬으로서 SK의 우승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눈으로 봤을 때 SK의 우승을 점친다고 보고 싶다.
어느 팀이 올라와도 4전 전승으로 몰아칠 수 있는 전력이다.
그래도 상대에게 패배의 자비(?)를 어느 정도 베풀어 준다고 치면
두산에게는 1~2패 정도 내줄 수 있는 틈이 보인다.
롯데팬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롯데는 승산이 없어보인다.
어쨌든, 가을의 전설이 이제 곧 시작된다.
승자가 누가 되었건 멋진 승부로 야구팬들에게 화답하길 기원한다.
그게 바로 1년 내내 야구장을 찾아준
525만 열혈 야구매니아들을 위한 야구인의 예의일 것이다.
나도 포스트시즌 만큼은 매 경기마다 야구장에서 관전할 것이다.
주관적으로는 SK와이번스의 우승을 기원하겠지만
4강팀 모두 건승하길 기원한다.
또, 개인적으로 롯데가 멋진 경기로 좋은 추억을 남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