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고수는 급락장을 두려워 않는다

정오균200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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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에서 꽤 명성이 높은 한 펀드매니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최근 3년간 펀드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는데 도대체 숨겨 놓은 비법이 뭐요?" 무협영화에서 철부지 주인공이 사부에게 '당장 비기(秘技)를 내놓으라'고 조르듯 좀 당돌하게 캐물었다.

그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싸게 사서 비쌀 때 파는 거지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기자에게 그는 이런 부연 설명을 했다.

"가야 할 길은 일반인도 우리 같은 전문가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매일매일 급변하는 시세판에 현혹되지 않고 꾸준히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죠. 누구나 쉽게 말하는 이 원칙을 얼마나 실천에 옮기느냐가 결국 고수와 하수를 가른다고 봅니다."

그가 말하는 원칙이라는 것도 그다지 새로운 게 없다. 수익성이나 보유자산 등 본질 가치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두눈 딱 감고 주식을 사모았다가 나중에 적정 수준까지 올랐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팔아치운다는 게 첫 번째 전략이다.

업황이나 경기에 따라 가끔씩 종목을 갈아치우기도 하지만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는 게 두 번째 원칙쯤 된다. 그가 구사하는 전략이 소위 말하는 '가치투자'다.

최근 주가 시세판이 매일 시퍼렇게 물들면서 밤잠을 못 이루는 투자자가 많다.

날고 긴다는 고수들마저 "도대체 바닥이 지하 몇 층까지 있는지 요즘은 종잡을 길이 없다"며 하소연한다.

반토막 난 중국 펀드를 들고 도대체 언제쯤을 환매 타이밍으로 잡을지 가슴 졸이는 개미투자자도 부지기수다.

증권기자들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이런 비슷한 질문을 받지만 딱히 뭐라고 꼬집어 조언해 주기가 쉽지 않다.

현존하는 전 세계 최고 주식 고수로 꼽히는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마저 정반대 투자 견해를 내놓고 있으니 개미투자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가치투자파' 지존격인 버핏은 "요즘처럼 대중이 공포에 떨 때 탐욕스러워지는 게 바로 나의 투자 전략"이라며 주식을 대거 사모으기 시작했다. '투자은행(IB) 시대의 종말'이라며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골드만삭스나 이미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GE 주식 등을 130억달러어치나 매집했다.

반면 주식 채권 달러 원유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당대 최고의 투자상품을 발빠르게 쫓아다니기로 유명한 소로스는 아직 주식에는 손댈 때가 아니라는 쪽이다. "1929년 대공황 이래 세계 금융시장에 최대 위기가 오고 있다"며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두 고수의 명승부에서 누가 승자로 기록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의 주요 격전지인 월가에 비해 한국에 저평가된 주식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미국(13.8배) 일본(12.7배) 등 주요국 주가수익비율(PER)이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호들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평균 PER는 9배 안팎에 불과하다.

보유 중인 현금이나 땅값만 합쳐도 주식 시가총액을 웃도는 중소형주도 널려 있다. 본질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확신만 있다면 급변기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대신 열심히 공부하고 발이 부르트도록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이런 종목이나 펀드를 발굴하는 것은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출처] 매일경제 200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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