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처럼 통하는 광둥(廣東)성 선전시에서 북서쪽으로 70㎞가량을 거슬러 올라가면 둥관(東莞)이라는 낯선 도시를 만난다. 홍콩에서는 80㎞가량 떨어져 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둥관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광둥성에서도 경공업 제품 생산이 가장 많은 제조업 기지이다. 중국 국내외 자본을 합쳐 4만6000개가량의 기업이 밀집해 있는 이 도시의 주요 생산품은 전자부품과 신발, 의류, 완구 같은 제품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신발과 옷, 장난감의 태반은 둥관에서 생산된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원래는 인근에 있는 후이저우(惠州)시 소속의 작은 현에 불과했던 이 도시가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개혁·개방 이후 대만·홍콩의 임가공업체들이 싼 임금을 찾아 몰려들었다. 지금도 전체 기업의 90% 이상이 임가공업체로 분류된다. 임가공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돈벌이를 위해 외지에서 몰려오는 인력도 급증했다. 전 도시 인구의 80% 이상이 외지 출신의 노동 인력이다.
이 도시가 올 들어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유럽 시장의 수요가 격감하면서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 지역 생산제품이 주로 수출되는 선전 옌톈(鹽田)항의 올 상반기 물동량이 1994년 개항 이래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다.
올해 도산한 기업만 해도 1600개나 된다. 도산하지는 않았지만 감산하거나 생산 중단에 들어간 기업, 싼 임금을 찾아 내륙으로 떠난 기업을 합치면 전체 기업의 10%가량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도시 주변의 공단을 둘러보니 빈 공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경기의 침체는 둥관이 겪고 있는 위기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둥관의 노동집약형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문을 닫아 돈줄을 죄고, 강력한 환경 규제로 환경 오염 기업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올 연초 노동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신노동법이 발효된 것도 이곳 중소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 그동안 사회보험 지급 의무를 적당히 회피하고, 잔업수당도 월 고정 급여에 포함시켜 줄여 지급하던 중소기업들은 갑자기 늘어난 부담에 허덕이고 있었다. 게다가 내륙 개발로 값싼 농촌 인구 유입까지 중단돼 구인난이 극심했다.
한마디로 에너지 소모가 많고 자원을 낭비하는 기업, 환경 오염 물질 배출이 많은 중소기업, 싼 임금에 기대 출혈 수출을 해오던 저부가가치 기업은 모두 나가라는 게 중국 정부의 메시지였다.
중국 정부는 대신 기술력 있는 기업,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춘 기업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파격적인 혜택을 줘가며 유치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한국과 대만에 전문가를 보내, 1970~1980년대 한국·대만이 단순 임가공 수출에서 벗어난 과정을 살펴보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내에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개혁개방 1번지' 광둥에서 벌어지는 이런 산업 개혁 과정을 놓친 채 표면적인 위기 현상에만 집착한다면 반쪽짜리 위기론이 되기 십상이다. 자칫 삼성·LG에 추월당한 소니·도시바의 전철을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반쪽짜리 "중국경제 위기론"
반쪽짜리 '중국경제 위기론'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처럼 통하는 광둥(廣東)성 선전시에서 북서쪽으로 70㎞가량을 거슬러 올라가면 둥관(東莞)이라는 낯선 도시를 만난다. 홍콩에서는 80㎞가량 떨어져 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둥관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광둥성에서도 경공업 제품 생산이 가장 많은 제조업 기지이다. 중국 국내외 자본을 합쳐 4만6000개가량의 기업이 밀집해 있는 이 도시의 주요 생산품은 전자부품과 신발, 의류, 완구 같은 제품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신발과 옷, 장난감의 태반은 둥관에서 생산된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원래는 인근에 있는 후이저우(惠州)시 소속의 작은 현에 불과했던 이 도시가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개혁·개방 이후 대만·홍콩의 임가공업체들이 싼 임금을 찾아 몰려들었다. 지금도 전체 기업의 90% 이상이 임가공업체로 분류된다. 임가공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돈벌이를 위해 외지에서 몰려오는 인력도 급증했다. 전 도시 인구의 80% 이상이 외지 출신의 노동 인력이다.
이 도시가 올 들어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유럽 시장의 수요가 격감하면서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 지역 생산제품이 주로 수출되는 선전 옌톈(鹽田)항의 올 상반기 물동량이 1994년 개항 이래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다.
올해 도산한 기업만 해도 1600개나 된다. 도산하지는 않았지만 감산하거나 생산 중단에 들어간 기업, 싼 임금을 찾아 내륙으로 떠난 기업을 합치면 전체 기업의 10%가량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도시 주변의 공단을 둘러보니 빈 공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경기의 침체는 둥관이 겪고 있는 위기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둥관의 노동집약형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문을 닫아 돈줄을 죄고, 강력한 환경 규제로 환경 오염 기업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올 연초 노동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신노동법이 발효된 것도 이곳 중소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 그동안 사회보험 지급 의무를 적당히 회피하고, 잔업수당도 월 고정 급여에 포함시켜 줄여 지급하던 중소기업들은 갑자기 늘어난 부담에 허덕이고 있었다. 게다가 내륙 개발로 값싼 농촌 인구 유입까지 중단돼 구인난이 극심했다.
한마디로 에너지 소모가 많고 자원을 낭비하는 기업, 환경 오염 물질 배출이 많은 중소기업, 싼 임금에 기대 출혈 수출을 해오던 저부가가치 기업은 모두 나가라는 게 중국 정부의 메시지였다.
중국 정부는 대신 기술력 있는 기업,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춘 기업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파격적인 혜택을 줘가며 유치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한국과 대만에 전문가를 보내, 1970~1980년대 한국·대만이 단순 임가공 수출에서 벗어난 과정을 살펴보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내에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개혁개방 1번지' 광둥에서 벌어지는 이런 산업 개혁 과정을 놓친 채 표면적인 위기 현상에만 집착한다면 반쪽짜리 위기론이 되기 십상이다. 자칫 삼성·LG에 추월당한 소니·도시바의 전철을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유식 산업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