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에 꿨던 개꿈이야기

채정훈20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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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오랜만에 꿈을 꿔서 적어본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땐 정말 말도 안되게 이상한 꿈을 많이 꾸었는데

요즘 들어 정말 말 그대로 '오랜만'에 이런 꿈을 꾼 것 같아 말이지.

역시 동기 녀석의 자취방은 꿈과 희망을 주는 곳인가, 으하하하

물론, 이 꿈이라는 게 전적으로 깨어있을 때 나의 기억에 의해

다시 쓰여질 수 밖에 없겠지만.

 

 

쓰레기 장,

어떠한 이유에서 나는 이 곳에 와있는지 모른다.

그저 나는 꿈을 꾸고 있고, 여긴 나의 가상현실 안이다.

 

누군가가 대화를 나누고 있고,

난 고개를 들어 이야기가 새어나오고 있는 쪽을 응시한다.

그 곳엔 누군가 새것을 구매해 벌써 질려버렸는지,

멀쩡한 책상이 분해된 채 서있고 분리된 책상 서랍장 위에

자그마한 생명체 두 마리가 올라 앉아있다.

 

고양이다.

고양이가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가 말을 한다는 사실 따위에 놀라지 않는다.

원래부터 고양이는 말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갈색 태비가 들어간 고양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요즘 참 힘들어요, 물가가 치솟기만 하니 사람들이 음식을 잘

남기지도 않고 애꿎은 저같은 고양이만 더 힘들지 뭐예요."

 

그리고는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검은 고양이가 받는다.

 

"맞아요, 거짓말 안보태고 요즘은 흔해빠진 생선 가시 하나 보기

힘들다니까. 요즘엔 생선 가시도 갈아마시나?"

 

"(그럴지도 몰라요, 언젠간 분명 먹다남은 찌꺼기로도 무언가

만들어버리는 시대가 올거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또 하나의 목소리,

소리의 근원지가 파악되지 않는다.

 

고양이들은 순서대로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렇잖아도, 자기들끼리 만들어놓고 믿고 먹지도 못하는 게

사람들 아니예요? 도대체 먹고 사는데 왜 이렇게 고민하는거야?"

 

"그나저나 먹다남은 음식도 기계에 넣어 말려서 버리는 마당에

우린 이제 뭘 먹고 사나. 고양이 스폰서라도 찾아야 하는 거 아냐?"

 

"(차라리 그런 걱정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라고 생활이 없나

남편 문제에 자식 걱정에, 정말 사는 게 힘드네요.)"

 

"그러니까 말야. 우리가 힘들다고 자살을 하는 족속도 아니고"

 

"(힘들어도 어쩌겠어요. 못미더워도 남편이고, 울어대기만 해도

내 새낀데. 희망은 없어도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도대체 어디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음.. 여긴가?

 

5층으로 되어있는 서랍장의 첫번 째 문을 열어본다.

아무것도 없다.

 

두번 째 서랍을 열었을 때, 나는 무언가 처음본 듯한 괴생물체를

보게 된다. 서랍이 조금 열리기 시작했을 뿐인데 머리를 들이밀고

나오는 저건 무엇인가! 어디서 봄직한 모양인데 영 생소하다.

꿈이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도대체...

 

꿈속에서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난 내 뇌속 고피질의

해마 부분을 자극해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을 이끌어 낸다.

이건, 어렸을 때 동물백과나 과학만화책에서 봤던 생물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바닷속에서 해초를 먹어가며 헤엄치는,

몸에 지느러미가 달려있는 포유류, 언뜻보면 인어같이 보인다고..

 

듀공.

이게 가능해?

정말 오랜만에 꾼 꿈치고는 이상하지 않아?

갑자기 꾼 꿈에서 기억 저 편에나 묻혀있었을까

생각도 해보지 않은 듀공 같은 게 나오다니..

 

어쨌거나,

현실에서 본다면 더 놀랄 일이겠지만, 역시나 꿈속이라고 놀라지

않을 수는 없다. 듀공은 머리를 들이밀고 책상 서랍 속에서 빠져

나오더니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물인지 빗물이 고인 것인지 모를

물줄기를 타고 헤엄쳐 간다. 신기하게도 머리를 들이밀 때만 해도

무척이나 크다고 생각했던(사실 서랍 안에 들어가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설정이다. 듀공의 크기는 3m에 달한다고 한다.)

녀석이 빠져나오자 2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크기로 보인다.

 

나는 그것을 잠시 지켜본 뒤 세번째 서랍을 열어보았다.

 

"누구시죠?"

 

아까 그 목소리다. 이게 내가 궁금해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구나.

목소리의 주인은 역시 고양이였고, 회색빛 인지 갈색빛인지 모를

오묘한 색을 띠고 있는 예쁜 암고양이였다.

 

새침한 표정의 그녀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네려는 듯 하더니

밖을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아가야!"

 

뭐? 아가?

 

"저 좀 도와주세요, 제 자식 좀 데려다 주세요!!"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나는 뛰기 시작한다.

'말도 안돼, 고양이의 새-끼가 듀공이라고?'

 

끝없는 물줄기를 따라 달려가던 나는 가까스로 고양이가 부르던

그 아가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분명 미꾸라지만한 것의

꼬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잡는 순간 이게 너무 크게 다가온다.

 

회색빛의 고양이는 내 뒤를 따라 뛰고 있었고, 나는 듀공에 의해

한참을 끌려간뒤 겨우 그것을 진정시키고, 나를 추스릴 수 있었다.

 

"감사해요,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하하, 이거 나, 착한 일 한건가?

애초에 서랍을 열어서 나오게 한 건 나인데 말야.

 

"뭐, 흔히 발정기에는 저러는 법이죠. 저도 고양이를 키워봐서 아는데

발정이 시작되면 사랑에 목말라 날 뛰는 거 잡아들이는게 일이거든요.

으하하하, 어쨌거나 자식 녀석이 저러니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 순간

듀공이 갑자기 날갯짓을 시작한다.

 

나.. 날개?

날개는 또 언제 있었어?

듀공에게 날개 같은 게 있을리가 없단 말이야!

 

어쨌든, 듀공의 등 위에는 잠자리의 것으로 보이는 날개가 있었고

듀공은 어느새 날아올라, 다른 잠자리를 만나 결혼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잠자리 날개 달린 듀공도 아닌, 다른 듀공처럼 생긴

고양이의 새-끼도 아닌, 바로, 잠자리.

우리가 흔히 가을에 볼 수 있는 고추잠자리 같은, 그 잠자리 말이다.

 

잠자리와 고양이의 새-끼인 날개달린 듀공이..

세.. 세...

쎄쎄쎄를 하며 날아가고 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어볼지도 모르는 미성년을 위해 자체 필터링)

도대체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하며 생각을 하면서도 또 한편은 저 둘이 교미하면 어떤 자식이

나올까 궁금해하고 있는 찰나 거대한 손 하나가 잠자리와 듀공을

낚아챈다.

 

 

내 동생 녀석이다.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전개에 말도 안되는 타이밍에 등장한

내 동생은 그 시간에 도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아마 잠을 자고 있었겠지. 뭐, 당연히 그 시간엔.

아니면 잠자리를 잡고 있었을지도 몰라.

 

어쨌든, 잠자리와 듀공 커플을 낚아챈 동생은,

해맑게 웃으며 잠자리의 날개를 뜯었다.

잠자리는 고통스러운지 혹은 본능에서인지 모르게

날개와 몸을 떨어가며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 한다.

 

하지만 쉽사리 빠져나올 수는 없다.

상대는 인간이고,

그 인간은 지금 죄책감 따위에 고민하지도 않는 상대다.

 

 

난 동생에게 이야기 했다.

"야, 그러지마.."

 

하지만 동생 녀석은 재미를 붙였는지,

이젠 몸통을 찢으며 내게 다가온다. 

 

"그러지마!!"

 

"형~ 이거봐라, 헤헤"

 

머리, 가슴, 배

나도 안다고, 곤충이 그렇게 이루어진거 말야.

이제 그만 보여줘도 된단 말야.

 

동생은 다리와 머리 몸통과 날개 꼬리 등을 마구 분리 하더니

내 눈 위에 올려놓기 시작한다.

난 몸이 굳어가며 움직일 수 없었고, 내게 보이는 건

처참히 찢겨나간 잠자리의 파편들이다. 눈꺼풀은 닫히지 않고

내 각막위에 잠자리의 시체가 분해되어 올려지고 있는데도

난 그것들을 뚜렷히 볼 수 있다.

분명 너무 가까이 있는 사물은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사람의 눈이

가지고 있는 축복이자 한계일텐데

 

내 각막과 공기층 사이에 무언가 사물을 정확한 크기로 맞추어

보여주는 특수한 유리 같은 물체라도 있는 것인지

잠자리의 눈과 잠자리의 날개, 다리가 뚜렷하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으악!! 싫어, 그만 하란말야!!!"

 

 

그리고서는 눈을 뜬 상태에서 눈을 한 번 다시 떠보니.

여긴  동기녀석의 자취방이었다.

 

 

휴,

별 지-랄같은 꿈을 다 꾸네.

 

그리고 시계를 보니, 시험 시작 시간이 40분 밖에 안남았다.

왁!

 

세수도 하지 않고 양말만 챙겨신은 나는

학교로 달려가 시험을 봤고,

어이없게 한문제를 틀리고 말았다.

 

 

그래도

A쁠은 주실거죠? 흑흑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시 월드(Sea World)에서 다이버들이

두 마리의 듀공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