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김성현200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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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10년 전만해도 꼴랑 천원 이라는 말을 곧잘 썼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꼴랑 만원 이라는 말이 우리 세상에 더 잘 어울리고 많이 내뱉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이제 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게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만원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곳이 있으니, 돈 없이 빛나는 아리따운 청춘들이여, 소시민들이여, 지금 당장 만원을 들고 '종로 광장시장'에 가자.

그곳은 '만원에 항복' 이니까.

 

 

 

광장시장 개관

광장시장

1904년 고종 즉위 41년 을사보호조약 체결 후 일본의 경제 침략 정책으로 남대문 시장 경영권이 장악 당하자 경제 국권회복의 취지에서 동대문 광장시장의 설립에 착안 김종한 외 3명의 발기인이 토지와 현금 100,000원으로 발족하였다.

 

광장이란 뜻은 광교와 장교 사이에 있다하여 명명한 것으로 1905년 당시에는 시장의 명칭은 동대문시장이었다. 이후 2000년 2월 동대문 인근의 현대적 상권 출연에 따라 '종로 광장시장'으로 개명하고 청계천 복원과 종로 청계 관광 특구 지정과 함께 토리존이란 새로운 거듭나, 현재 개장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리타분하시죠? 여기까지만 허것슴다.

 

 

광장시장

광장시장
돼지꼬리 볶음을 먹고 있던 고등학생들,
괜시리 기특하다는 느낌이 든다. 

광장시장의 남1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선다. 입구에서부터 고소한 기름내가 콧숨을 깊게 하고 입가에 군침을 맴돌게 하더니 이내 발걸음을 재촉케 한다.

 

"여기 맛있어 여기서 먹고 가~" 머릿고기집 아지매가 붙잡는다.
'킁킁' 이 냄새가 아니여. 

 

"가봐야 별거 없어 앉어~" 돼지꼬리집 아지매가 붙잡는다.
'킁킁 킁킁' 이 냄새도 아닌 거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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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어 놓은 것이 시식용이다. 허허. 감동.

20m 쯤 지났을까, 입구에서 아른아른하게 맡았던 그 꼬소한 냄새가 절정에 이르고 "시식하고 가세요~" 라며 어깨춤을 붙잡는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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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을 기준으로 10여개의 녹두전집이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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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유명한 순희네 빈대떡, 건물 내 매장과 노상매장 모두 한 집이다.

 

이곳이 그 유명한 광장시장 녹두골목이다. 입점 비율로 따지자면 녹두전집이 압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광장시장을 도심 속 명물로 만든데 일등공식 역을 한 것이 녹두전이니 눅두골목이라 부른다하여 다른 가게들이 맘 상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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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끼니를 해결하신 후 자리에서 사라진 아주머니,
물론 머리채를 잡는 일은 없음이다. 

헌데 냄새만 착한가 했더니, 그 인심이 더 착하다.

가게 앞에 시식용으로 잘라 놓은 어른 두 손가락만한 녹두전을 서너 개는 기본으로 집어 먹어도 눈치 주는 사람 하나 없다. 아예 대 놓고 대여섯 개 집어 먹고 입싹닦는 알뜰한 주부님들도 여럿 눈에 띄지만, 볼멘소리 한 마디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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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트에서 갓난아기 손톱만 하게 썰어주는 시식용 비엔나 쏘시지가 오버랩 된다. 아~ 내가 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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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가 찾은 박가네 노상 점포의 모습,
순희네와 등을 맞대고 있다. 

고로코롬 서너 군데 시식을 해보고 맘에 드는 집으로다가 들어가면 된다.
광장시장에서 녹두전집이라 하면 크게 '순희네'와 '박가네'가 있는데, 두 집의 간단한 차이를 이야기 하자면, 

 

순희네는 김치와 숙주 등이 박가네 보다 많이 들어가는 대신에 녹두의 비율이 딸린다. 그래서 녹두 특유의 퍼석거림이 없고 상대적으로 쫄깃함이 느껴진다. 반대로 박가네는 순희네 보다 김치 숙주 등이 덜 들어가지만 비교적 녹두의 비율이 높다. 결정적으로는 막걸리가 순희네 보다 1,000원 비싸다(2008년 7월 25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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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네 맷돌

 

대충 읽어보면 내용물 많고 쫄깃하며 막걸리 값이 저렴한 순희네가 땡길지 모르겠으나, 녹두전에는 녹두가 많이 들어가야 제 맛 아니겠는가. 고로 박가네로 GO.

 

알아두어야 할 것은, 광장시장의 녹두전 집들은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저녁 시간이면 주변 직장인들과 학생들로 인해를 이루기에 가급적 18:30 이전에 도착하여 자리를 잡는 민첩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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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따라 아쉬웠던 양파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면 곧장 밑반찬이 깔린다. 뭐 별거 엄따. 양파간장이 끝이다. 헌데 살짝 아쉬움이 밀려온다. 양파가 간장에 조금도 절여져 있지 않고 너무도 따로 놀기 때문이다. 달짝지근한 봄 양파라면 이러한들 상관없겠지만, 여름 양파는 상대적으로 봄 양파 보다 매운맛이 강하기에 날 것으로 먹으면 속이 아릴 염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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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리통과 비교하여 크기를 가늠해 보시길. 

그렇게 간장에 절여져 있지 않던 여름양파를 보며 상념 젖은 눈물을 흘리기까지 1분 12초, 메인메뉴인 녹두전이 고소한 냄새로 눈물을 닦아주며 등장한다. '배고픈 자여 모든 슬픔이 위안 되어라~' 라며.

 

살포시 크기를 가늠해 본다. 지름 약30cm, 두께 약1.5cm. '언빌리버블!'

서울하늘아래 손바닥만 한 밀가루지짐이도 4,000원인 곳을 찾기 어려운데, 이만한 크기의 녹두전이 4,000원이라니,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광장시장의 존재가 고맙지 아니할 수 없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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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바삭, 속은 촉촉! 

맛 역시 가격대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우선 그 식감이 아주 놀라울 따름인데, 한입 집어 무는 순간 바삭한 식감이 유쾌함을 전달하고, 두 번째 씹는 순간 녹두의 촉촉함이 아기의 살갗같이 부드럽다. 세 번째 씹는 순간에는 숙주의 아삭함이 기름의 느끼함을 잠재워 준다. 아주머니 이야기하시기를 빨리 익히려 전을 위에서 누르지 않는 것이 바삭함과 촉촉함의 비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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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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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죽음의 궁합!

다만 부침개라기보다 튀김 수준이기에 디룩디룩 살찌는 것이 염려되지만, 산해진미에 장사 없다하지 않는가(응?) 어쩔 도리 없이 그 고소한 맛에 젓가락질이 멈추지 않는다.

 

혹 부침개 테두리만 좋아하는 얌채가 있다면 다 쪼개서 부쳐주셔여~ 라고 주문해서 타인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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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여느 유명 녹두전집에 비해 녹두의 비율이 낮아 포솔포솔한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어디에 내놓아도 꿇리지 않는 맛과 식감이다. 그리고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 중 '박가네가 더 크네, 순희네가 더 크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죄다 허구다. 진실은 아주머니가 바가지로 녹두반죽을 뜰 때 팔이 반죽통으로 들어가는 깊이 그리고 손목의 스냅에 따라 임의적인 것이다.

 

 

※막간을 이용한 Tip※
'흔들린 막걸리 내용물 넘치지 않게 뚜껑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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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녹색통에 담긴 막걸리. 몇 시간만 각 잡고 서있으면 앙꼬가 밑으로 다 가라앉아 마실 때 흔들어 주어야 한다. 헌데, 흔든 후 열게 되면 지가 샴페인줄 알고 내용물을 마구 마구 토해낸다. 그럴 땐, 병뚜껑을 숟가락, 혹은 테이블의 모서리로 찌그러뜨려준다. 대여섯 번이면 터지지 않는다.

 

근데, 다 아는 거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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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에 왔다면 모둠해물 또한 빠질 수 없다.  

녹두전을 1차로 하여 적당히 배를 채운 후, 술이 설프다거나 또는 뭔가 부족함을 느낄 때 2차 삼아 찾기에 아주 적절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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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모둠 해물 집들은 '순희네, 박가네 빈대떡집의 사거리 노상 점포'가 있는 곳을 기준하여 위, 아래로 10여개가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각 식당의 규모가 1,2팀 정도 받을 수 있는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어지간히 심보 나쁜 주인장이 아니라면 수준 이상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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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모둠 해물' 단 하나다. 가격은 15,000원에서 25,000원대로 형성되어 있지만 기자와 같이 스리슬쩍 '아~ 돈 없는데 10,000원에 안 되어요?' 라고 하면, '아이~ 그려 앉아' 라며 깎아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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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회 구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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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회 구성 #1 

 

해물의 구성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제철에 나는 것으로 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취재 당시에는 대부분 참치, 돔, 문어숙회, 광어, 소라, 멍게, 키조개꼭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비록 갓 잡은 것도 아니기에 신선함도 없고 그렇게 질 좋은 것도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해물을 먹을 수 있다는 매력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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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둠 해물집이 즐거운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바로 '인심'이다. 접시는 비어 있고 잔은 채워져 있어 주섬주섬 갈길 없는 젓가락 질을 하고 있으면 '뭐 더주까?' 라는 말 불쑥 튀어 나오고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세꼬시던 문어 숙회던 후한 것은 아니지만 섭섭잖게 접시에 얹어 준다. 별것 아니지만, 별것 아니기에 더욱 부담 없는 기분 좋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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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소개한 녹두전, 모둠해물 외에도 팔뚝순대, 머릿고기, 족발, 비빔밥, 등 광장시장에서는 저렴하고 맛있는 것들이 넘치니 그저 기호에 맞는 것이 있다면 그대로 자리에 앉아 주문하기만 하면 된다. 분명 아무리 시켜봐야 어지간해서는 만원을 넘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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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그곳에는 많이 팔기 위한 덤이 아니라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한 덤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욕이 있다. 그 욕은 무례하거나 함부로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들은 곤란한 것이 있으면 뒤에서 꼼수나 궁리하는 나와 당신과는 달리 정직하게 정면으로 이겨내려는 그러한 건강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나와 당신을 부끄럽게 하고 나와 당신을 반성하게 한다.
그리고 다시 시장을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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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