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멀어버렸다.

송효섭2008.10.18
조회108

편지.

 

내 서랍에 편지를 쥐고 생각한다.

 

지난 추억에 그대를 떠올리려 하면 마치 지금 여기에 있는듯 느껴진다.

 

그 사실이 난 매우 만족스럽다.

 

예전에는 옆에 없으면 옆에 없을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하지만 이렇게 된건 다 그대의 비법 때문이였다.

 

-

 

어느날이였다.

 

레몬홍차와 따듯하고 포근한 쿠션이 있는 카페가 생각나.

 

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려보려 했다.

 

-으음..응?.. 잘 안되네.

 

그 맛을 느껴본지 너무 오래 되서였을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그림은 그려지는데. 그 맛이 향기가 그때 좋았던 그 감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었다

 

눈으로만 모든걸 보.려.고.만. 했기 때문에 기억 하지 못하는거라-

 

사람도. 장소도. 모든걸- 그렇게 눈으로 보려고만 해서 기억 못하는거라고.

 

마음 가득히 느껴야 한다고.

 

 

 

-쩝

 

입맛을 다시는 나.

 

'쇳불도 단김에 빼라' 였던가?

 

집에서 두터운 이불에 꽁꽁 쌓여서 뒹글 거리는 주말도 좋았지만.

 

덜컥 떨어진 충동감에 내 엉덩이는 들썩 일었다.

 

머리에는 가득히-

 

"레몬 홍차~ 레몬 홍차~"

 

아니, 노래를 부르는 나였다.

 

 

 

휘이잉- 휭-

 

매섭게 차가운 바람 때문에 살이 엔다.

 

귓볼과 볼이 따끔 거리고 입김이 절로 나오는 날씨.

 

무척이나 두텁게 옷을 껴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리 추워도.

 

 

눈이 내리니깐.

 

 

집에서 나와 큰 길가로 나오니 바람이 덜하다.

 

어둑어둑하니 좋은 저녁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어 비어보이는 길가에 가로등이 드문드문

 

내가 가야 할곳을 점찍듯이 비춰주고 있다.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눈꽃송이.

 

가로등빛이 눈꽃송이와 만나니 바람결에 따라 흩날리는데-

 

마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는거 같았다.

 

이. 감성. 잊지 말아야지.

 

눈을 뜨고 기억하고 눈을 감고 음미 했다.

 

30분을 걸어나와 즐겨 가던 카페에 도착했다.

 

어서어서 쿠션에 털썩 앉아서- 주문을 했다.

 

 

덩실 덩실. 포근하고 따듯한 소파가 아까까지 추웠던 날씨를 잊게 만든다.

 

은은한 조명들이 마음까지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 아. 온다. 온다!

 

레몬홍차. 그리고 쿠션과 포근한 기분까지도. 그리고 서비스로 나오는 조각 케익까지

 

만족스럽다.

 

 

한모금. 한모금.

 

한입. 한입.

 

또 한모금 한입.

 

 

눈을뜨고 레몬홍차의 빛깔을 기억하고

 

코로 홍차와 살짝 녹아들어간 레몬의 향기를 깊게 들이 마시고

 

손으로 따듯한 잔을 감싸 쥔다음.

 

눈을 감고 한모금 호르륵

 

 

- 아. 가슴이 따듯해진다.

 

 

 

집에 나올때 그렇게 느끼고 싶어 했던 감성.

 

그 포근함과 만족감과 행복함이 이 카페 전체에- 가득 퍼진거 같다.

 

왜 몰랐을까.

 

 

그 순간. 난 눈이 멀어버렸다.

 

홍차가 내 입술안으로 조륵- 흘러 들어올때

 

눈을 감고 가슴으로 감성으로 그.느.낌. 을 기억 하려 했다.

 

 

 

다시 매섭게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가 집으로 돌아가는길

 

난 눈이 멀어 버렸다.

 

눈만 감아도 멀어져 가는 카페에 가득했던 그 감성 들이 가득히 느껴졌기 때문에-

 

그래서 인지 난 집에 도착 할때까지-

 

귀는 빨개졌고 볼은 따갑고 발가락은 얼거 같았지만

 

춥지 않았다.

 

-

 

 

그때 이후로 난 내가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손가락 끝에 원하는 감촉을 생생히 기억 해낼수 있었고

 

향기와 맛 까지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난. 지금 눈이 멀어 버린다.

 

어느날.

 

덧없던 그녀와 추억.

 

그 장소와 그 시간과 그녀를 음미 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