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그런 사람이 없겠지만, 우리가 군대생활을 할 때만 하여도 민간인과 군인이 길을 가다보면 “저기 사람과 군바리가 간다”고 하여 군인을 비하하는 말이 유행하였다.
조국을 선택할 자유가 없이 국민개병제를 실시하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남과 녀 중 어떤 성을 택할 자유도 없이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이가 되면 당연히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군대
인생 80이라 하여도
사람구실 제대로 하려면 30살이나 되어야 하는 현실
60이 넘으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일에서 멀어져야 하는 사회
그 나머지 인생 중 2년 또는 그 이상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상관으로 모시고
명령과 계급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이 국가에 대한 의무로 당연시되는 나라
그동안 많이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얼마나 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피끓는 젊은 세월을 거기에 바쳐왔던가?
지금의 조국과 우리들은 그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덕분이 아니던가?
얼마 전 국방부가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저해한다면서 지난 7월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종의 서적을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책”으로 지정하여 장병들이 읽지 못하도록 하자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조치가 무대뽀식 저급한 한건주의, 반시대적, 반지성적, 반문명적, 구시대 회귀 꼴통보수 행태로서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책은 왜 불온서적으로 선정하지 않았느냐면서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10. 22. 현역 군법무관 7명이 “행복을 위해, 또 사회지식을 얻고자 책을 사 읽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데 국방부가 구체적인 법률 규정도 없이 이를 제한하여 23권의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한 것이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직속상관인 국방부장관과 국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군 장병도 헌법상 보장되는 알 권리와 자기 마음대로 읽고 들을 수 있는 행복추구권이 있는데 이러한 권리를 법률이 아닌 명령이나 규칙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니 얼핏 들으면 지극히 당연한 주장인 것처럼 보인다.
국방부가 지정한 대상서적의 선정과정도 명백하지 않고, “불온서적”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으며, 일률적으로 계급과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장병에게 읽지 못하게 한 것도 적정한 조치는 아닐지 모른다.
또 법률이 아닌 명령으로 이런 제한을 한 것이 형식적으로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대한민국의 남자가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머리를 깍고 군복을 입고, 군번이라는 개목걸이를 목에 걸고 국가가 오라는대로 가라는대로 순순히 따라가서 제대 날까지 남은 라면을 세어가면서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주거,사생활의 자유, 통신,양심,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 자유라는 자유는 모두 억압당하고, 포기한 채 피같은 젊음의 세월을 바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간과 다른 법률에 의하여 법관이 아닌 군인에게 재판을 받거나 지휘관의 징계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영창이라는 감옥살이를 하여도 우리의 아버지들과 우리들과 우리들의 아들들이 그동안 아무런 불평없이 견뎌왔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바로 국가의 안전보장, 국가의 존립이 전제되지 않고는 자유고, 인권이고, 헌법이고,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 아니던가?
군 장병도 국민의 한 사람이 일반 민간인과 똑같이 모든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론은 참으로 옳은 것이지만
모든 군 장병들에게 민간인과 똑같이 집에서 출퇴근하고, 아무런 옷이나 입고, 머리도 기르고, 노동조합도 만들고, 마음대로 군 생활을 하게 하다가 불만이 있으면 파업을 할 수도 있게 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
아이들이 읽어서 좋은 책이 있고, 어른이 된 다음에 읽게 하는 것이 좋은 책도 있으며, 어른들도 바로 읽어야 좋은 책도 있고, 나이가 좀 들어서 읽는 것이 좋은 책도 있을 것이 아닐까?
대학생, 아니 대학의 교수라고 하더라도 우선 자신의 발전에 쉽게 도움이 되거나 전공과 관련이 있는 책을 먼저 읽고, 다른 책은 조금 후에 읽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
아니 집총을 거부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책을 읽은 사병이 이러한 주장과 사상에 동조하여 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참전을 거부한다면 그 군인이 과연 군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방부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서적의 선정에 상당한 절차와 합리적인 검증을 통하여 신중을 기하고, 계급과 연령에 따라 구분을 하여 대상서적을 지정하며, 그 대상도 “불온서적”이나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책”이라는 거부감을 주는 명칭보다 더 부드러운 이름을 사용하여 좀 매끄럽게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을까?
세계의 금융위기를 맞아 국가경제가 위태롭고, 북한은 김정일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누가 실권을 장악하고, 어떤 대남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군 장병 모두에게 최대한 많은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가 없을까?
가급적이면 군바리가 아닌 똑같은 국민으로서 인간다운 생활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제대 후에는 이에 상응하는 복지와 대우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과 군바리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대대 연병장)
[사람과 군바리]
요즈음에는 그런 사람이 없겠지만, 우리가 군대생활을 할 때만 하여도 민간인과 군인이 길을 가다보면 “저기 사람과 군바리가 간다”고 하여 군인을 비하하는 말이 유행하였다.
조국을 선택할 자유가 없이 국민개병제를 실시하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남과 녀 중 어떤 성을 택할 자유도 없이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이가 되면 당연히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군대
인생 80이라 하여도
사람구실 제대로 하려면 30살이나 되어야 하는 현실
60이 넘으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일에서 멀어져야 하는 사회
그 나머지 인생 중 2년 또는 그 이상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상관으로 모시고
명령과 계급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이 국가에 대한 의무로 당연시되는 나라
그동안 많이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얼마나 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피끓는 젊은 세월을 거기에 바쳐왔던가?
지금의 조국과 우리들은 그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덕분이 아니던가?
얼마 전 국방부가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저해한다면서 지난 7월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종의 서적을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책”으로 지정하여 장병들이 읽지 못하도록 하자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조치가 무대뽀식 저급한 한건주의, 반시대적, 반지성적, 반문명적, 구시대 회귀 꼴통보수 행태로서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책은 왜 불온서적으로 선정하지 않았느냐면서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10. 22. 현역 군법무관 7명이 “행복을 위해, 또 사회지식을 얻고자 책을 사 읽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데 국방부가 구체적인 법률 규정도 없이 이를 제한하여 23권의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한 것이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직속상관인 국방부장관과 국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군 장병도 헌법상 보장되는 알 권리와 자기 마음대로 읽고 들을 수 있는 행복추구권이 있는데 이러한 권리를 법률이 아닌 명령이나 규칙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니 얼핏 들으면 지극히 당연한 주장인 것처럼 보인다.
국방부가 지정한 대상서적의 선정과정도 명백하지 않고, “불온서적”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으며, 일률적으로 계급과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장병에게 읽지 못하게 한 것도 적정한 조치는 아닐지 모른다.
또 법률이 아닌 명령으로 이런 제한을 한 것이 형식적으로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대한민국의 남자가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머리를 깍고 군복을 입고, 군번이라는 개목걸이를 목에 걸고 국가가 오라는대로 가라는대로 순순히 따라가서 제대 날까지 남은 라면을 세어가면서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주거,사생활의 자유, 통신,양심,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 자유라는 자유는 모두 억압당하고, 포기한 채 피같은 젊음의 세월을 바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간과 다른 법률에 의하여 법관이 아닌 군인에게 재판을 받거나 지휘관의 징계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영창이라는 감옥살이를 하여도 우리의 아버지들과 우리들과 우리들의 아들들이 그동안 아무런 불평없이 견뎌왔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바로 국가의 안전보장, 국가의 존립이 전제되지 않고는 자유고, 인권이고, 헌법이고,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 아니던가?
군 장병도 국민의 한 사람이 일반 민간인과 똑같이 모든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론은 참으로 옳은 것이지만
모든 군 장병들에게 민간인과 똑같이 집에서 출퇴근하고, 아무런 옷이나 입고, 머리도 기르고, 노동조합도 만들고, 마음대로 군 생활을 하게 하다가 불만이 있으면 파업을 할 수도 있게 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
아이들이 읽어서 좋은 책이 있고, 어른이 된 다음에 읽게 하는 것이 좋은 책도 있으며, 어른들도 바로 읽어야 좋은 책도 있고, 나이가 좀 들어서 읽는 것이 좋은 책도 있을 것이 아닐까?
대학생, 아니 대학의 교수라고 하더라도 우선 자신의 발전에 쉽게 도움이 되거나 전공과 관련이 있는 책을 먼저 읽고, 다른 책은 조금 후에 읽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
아니 집총을 거부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책을 읽은 사병이 이러한 주장과 사상에 동조하여 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참전을 거부한다면 그 군인이 과연 군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방부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서적의 선정에 상당한 절차와 합리적인 검증을 통하여 신중을 기하고, 계급과 연령에 따라 구분을 하여 대상서적을 지정하며, 그 대상도 “불온서적”이나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책”이라는 거부감을 주는 명칭보다 더 부드러운 이름을 사용하여 좀 매끄럽게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을까?
세계의 금융위기를 맞아 국가경제가 위태롭고, 북한은 김정일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누가 실권을 장악하고, 어떤 대남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군 장병 모두에게 최대한 많은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가 없을까?
가급적이면 군바리가 아닌 똑같은 국민으로서 인간다운 생활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제대 후에는 이에 상응하는 복지와 대우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육군 상병인 우리 아들
잘 견디고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08. 10. 24.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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