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 없고, 인터넷도 할 수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 참 많은 소설책들을 읽었다.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부터 혼불, 임꺽정, 도쿠가와 이야에스, 삼국지, 수호지 등등... 공부가 안되는 자습시간이면 어김없이 그날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책으로 교실 안에 갖혀있던 나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쳤었다.
그런데, 도서관 서가를 거의 세 줄이나 차지하고 있었던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토지'였다. 총 세번에 걸쳐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엄청난 분량에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섰다.
신학교에 올라와서 소설에는 흥미를 잃고 전공서적만 죽어라 탐독했다. 그러다가 박경리 선생님의 타계 소리를 듣고 고등학생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설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곧바로 인터넷 서점을 통하여 토지 전집을 구입하고, 토지와의 긴 여행에 들어갔다.
토지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1-4부는 각각 4권씩, 그리고 5부는 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긴 숨을 들이쉬고 잠잘 적마다 30분에서 1시간씩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거의 3주만에 1부를 겨우 다 봤다. 1부 4권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토해냈던 한 마디.
"재밌다."
1부는 하동 평사리의 당주였던 최참판 댁의 몰락과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의 조선의 몰락이 오버랩되면서 전개된다. 그리고 내용을 이끌어 가는 인물들 가운데에는 대단한 사람이 없다. 기껏 대단해봤자, 시골 촌의 당주로 군림하고 있던 최참판 댁의 마지막 남자였던 '최치수' 정도일까.
한 장 한 장 넘기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 명을 만날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은 삶의 허무맹랑함과 끈덕지게 살아남는 생명의 열정이었다. 분명 민초들의 삶은 몹시 허무했다. 물론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간혹 그 열정이 드러나긴 했지만, 많은 등장인물들은 입에 풀칠하기 힘든 농민들이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수량화된 현대의 관점으로 봤을 땐 분명히 자살을 해도 100번은 했을텐데 농민들은 그리하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남으려 한다.
그리고 끝까지 씨를 남기려 한다.
그리고 끝까지 삶에 앵겨서 숨을 쉬려 한다.
그 생명에의 약동이 1부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리였다.
갈등 구조도 드러나고, 애정 관계도 이리 얽히고 저리 섥히지만 결국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후한 말기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또한 그 사람들은 여전히 1000년 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다.
그 시민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는 박경리 선생님의 웅장한 필체가 대단하기까지하다. 5부까지 총 578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박경리 선생님의 인격에 578명의 인물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한 명 '예수'를 묘사하기도 버거운 나로서는 그 표현력에 가히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1부에서 눈에 띄는 몇 명의 인물이 있었다.
귀녀. 최참판 댁에 대한 원한으로 똘똘 뭉친 인물. 그러나 사형집행 며칠 전 강포수의 지고한 사랑에 의해서 그 원한을 눈물로 쏟아낸다. 사랑의 힘이란 역시 대단하다.
용이. 강청댁, 임이네, 월선이와 묘연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월선이만을 집요하게 쫓는 사내. 그의 집착은 어딘가보르게 '궁극적 관심'을 찾아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고나 할까.
구천이. 1권에 등장하고, 한 참을 숨어있다가 4권에야 다시 짧게 등장하는 인물. 하지만 그의 존재는 1부를 관통하고 있다.
역병과 흉년. 인물이 아니라 사건. 한 순간에 평사리의 분위기와 관계가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 삶의 애매모호함을 그대로 드러내주던 사건. Eternal is nothing!
2부는 한 숨 고르고 재차 탑승해야겠다. 아무래도 긴 여행이 될 것 같으니 조금씩 맛보면서 여행을 즐겨보아야지.
토지 1부
2008년 5월 5일. 네이버에 뜬 한 줄의 기사.
"토지 박경리 선생 타계"
박경리 선생님. 한 동안 잊고 살았던 이름이었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할 수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 참 많은 소설책들을 읽었다.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부터 혼불, 임꺽정, 도쿠가와 이야에스, 삼국지, 수호지 등등... 공부가 안되는 자습시간이면 어김없이 그날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책으로 교실 안에 갖혀있던 나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쳤었다.
그런데, 도서관 서가를 거의 세 줄이나 차지하고 있었던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토지'였다. 총 세번에 걸쳐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엄청난 분량에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섰다.
신학교에 올라와서 소설에는 흥미를 잃고 전공서적만 죽어라 탐독했다. 그러다가 박경리 선생님의 타계 소리를 듣고 고등학생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설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곧바로 인터넷 서점을 통하여 토지 전집을 구입하고, 토지와의 긴 여행에 들어갔다.
토지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1-4부는 각각 4권씩, 그리고 5부는 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긴 숨을 들이쉬고 잠잘 적마다 30분에서 1시간씩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거의 3주만에 1부를 겨우 다 봤다. 1부 4권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토해냈던 한 마디.
"재밌다."
1부는 하동 평사리의 당주였던 최참판 댁의 몰락과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의 조선의 몰락이 오버랩되면서 전개된다. 그리고 내용을 이끌어 가는 인물들 가운데에는 대단한 사람이 없다. 기껏 대단해봤자, 시골 촌의 당주로 군림하고 있던 최참판 댁의 마지막 남자였던 '최치수' 정도일까.
한 장 한 장 넘기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 명을 만날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은 삶의 허무맹랑함과 끈덕지게 살아남는 생명의 열정이었다. 분명 민초들의 삶은 몹시 허무했다. 물론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간혹 그 열정이 드러나긴 했지만, 많은 등장인물들은 입에 풀칠하기 힘든 농민들이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수량화된 현대의 관점으로 봤을 땐 분명히 자살을 해도 100번은 했을텐데 농민들은 그리하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남으려 한다.
그리고 끝까지 씨를 남기려 한다.
그리고 끝까지 삶에 앵겨서 숨을 쉬려 한다.
그 생명에의 약동이 1부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리였다.
갈등 구조도 드러나고, 애정 관계도 이리 얽히고 저리 섥히지만 결국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후한 말기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또한 그 사람들은 여전히 1000년 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다.
그 시민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는 박경리 선생님의 웅장한 필체가 대단하기까지하다. 5부까지 총 578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박경리 선생님의 인격에 578명의 인물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한 명 '예수'를 묘사하기도 버거운 나로서는 그 표현력에 가히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1부에서 눈에 띄는 몇 명의 인물이 있었다.
귀녀. 최참판 댁에 대한 원한으로 똘똘 뭉친 인물. 그러나 사형집행 며칠 전 강포수의 지고한 사랑에 의해서 그 원한을 눈물로 쏟아낸다. 사랑의 힘이란 역시 대단하다.
용이. 강청댁, 임이네, 월선이와 묘연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월선이만을 집요하게 쫓는 사내. 그의 집착은 어딘가보르게 '궁극적 관심'을 찾아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고나 할까.
구천이. 1권에 등장하고, 한 참을 숨어있다가 4권에야 다시 짧게 등장하는 인물. 하지만 그의 존재는 1부를 관통하고 있다.
역병과 흉년. 인물이 아니라 사건. 한 순간에 평사리의 분위기와 관계가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 삶의 애매모호함을 그대로 드러내주던 사건. Eternal is nothing!
2부는 한 숨 고르고 재차 탑승해야겠다. 아무래도 긴 여행이 될 것 같으니 조금씩 맛보면서 여행을 즐겨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