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기다리며(2)

하만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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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신체에 대한 수분 항상성을 자극 시킨것은 뜨거운 태양 빛이었다.

 

몸의 약66%를 구성하고 있는 수분 중 2% 이상이 M에게서 탈출을 가맹하였다. 갈증이 났다.

 

M은 주무리고 있던 발에서 손을 떼고 구두를 주섬주섬 챙겨 신고 있었다. 도서관 건물 2층으로

 

자동판매기의 음료수를 마시러 가려고 일어났다. 이때 엉덩이 부근에서 끈적한 자극이 왔다.

 

땀과 속옷이 밀착되어 신체의 일부가 된 줄 알고 신체에서 분리시키려고 손을 엉덩이 부근에

 

가져갔다.

 

휴대전화의 진동이 둔감한 엉덩이 살의 진피에 있는 촉점을 자극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M의 아버지였다. 갈증으로 인해 식도가 말라붙어 입에서 음식물의 화학적 소화에 대한 물리적

 

소화인 연동운동조차 못할정도로 목구멍이 가뭄이었다.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

 

 

 

 

M의 아버지.

 

그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가부장적인 가정의 대표적인 아버지의 표상이었다. 항상 외아들인

 

M을 경제, 사회, 종교적인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단련시키며 아버지들이 원하는 대로  아들의

 

인생을 진행시키려 하는 분이었다.

 

학창시절 M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단 한번도 하지못하고 아버지의 말씀만 충성하며 살았다.

 

아버지를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맞는게 싫어서였다. M의 아버지는 조금이라도 말대꾸를 한다

 

싶으면 메론을 한 손에 잡을듯한 큰 손을 둥그런 모양으로 만들어 M의 얼굴에 작렬하는 것이

 

었다. 공부를 못한다거나 반항을 하는 학생이 아니었지만, 단지 말대꾸에 대한 결과가 주먹이

 

었던 것이었다. 친구와 싸움을 하고 귀가를 했을 때도 맞고 들어오면 오히려 맞고 다닌다고 더

 

많이 얻어터진다. 결국 나중엔 그 친구들과 이길 때 까지 몇 번이고 싸워야 했다.

 

어느 새 M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주먹에 길들여진 아버지에 대해 충성되고 충직한 한마리의

 

개와 같았다. 이런 아버지 덕택에 M은 주위에선 카리스마와 원칙주의자 그리고 철두철미한 계

 

획하여 모든 일을 진행하는 인물로 비춰져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M은 인생의 절반이

 

상을 혼자서 살아온 결과 매사 남들에게는 말은 안하지만 하루하루가 견디기가 힘들고, 조그만

 

일에도 상처를 많이 받는 감성적이고 약하디 약한 여린 마음과 남들 특히나 아직까지 결혼을

 

못해 결혼한 친구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한 전형적인 노총각의 표상이었다.

 

모든 잘못은 무조건 자기 탓이요, 자기 때문이라는 쓸데없는 책임감이 그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다.

 

도서관으로 걸어가면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는다.

 

'네, 아버지'

 

'받아 적어라'

 

'네? 뭘요?'

 

'부를테니까 빨리 받아 적으라고'

 

어디서 펜이 나타났는지는 모르나, 어느새 M의 오른손에는 볼펜이 들려져 있었다.

 

'전화번호 같은데요?'

 

'전화해서 약속 잡아라. 오늘 중으로 안하면 알아서 해라'

 

선을 보라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M은 받아 적었던 번호를 보며 휴대폰의 번호를 억지로 손

 

가락과 밀착시켰다 뗐다를 여러번 반복한 후 귀에다 전화기를 가져다 댄다.

 

신호가 간다. 제발 받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고 있다.

 

'여보세요? 아~ 제가 잘 못 건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중후한 목소리의 중년의 신사분이 전화를 받았다. M은 다행이다 싶어 다급히 전화를 끊으려고

 

한다.

 

 

 

 

 

'너 누구야?'  'M이라고 합니다.'

 

'어디사는 놈이야?' '청량리에 삽니다.'

 

중년의 신사는 M이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들을 심문하듯 다그치며 재

 

빠른 속도로 연신 질문을 해 댄다.

 

'왜 전화했어?'

 

'아~ H집 아닌가요? 혹시 H있으면 바꿔주지 않겠습니까?

 

'뭐하게?'  '네?......'

 

M은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순간 전화기는 M의 얼굴에서 나오는 땀으로 물들여져 수화

 

음이 더욱 더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너 학교는 어디다녀?'  'C중학교 다닙니다.'

 

'몇 등해?' '20등합니다.'

 

또 다른 독립운동가의 이름, 위치 등 신상을 밝히라는 일본 순사의 취조가 계속 행해지고 있다.

 

'공부도 못하는 놈이 왜 전화질이야, 다음부터 전화하지마. 성적 오르면 전화해!'

 

M은 아무말도 못하고, 경직된 자세로 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반복되는 짦은 음파만 듣고

 

있다.

 

'젠장, 한 학년에 1000명 이상되는 인원 중에서 전교 20등이면 못하는게 아닌데 얼마나 더 잘하

 

라는 거야'

 

 M은 정신을 차리고 혼잣말로 궁시렁 거리고 있다.

 

'자기 딸은 얼마나 잘하길래, 공부도 지지리도 못하는 주제에 날 무시해? 언젠가 그대로 갚아

 

준다' 라고 M은 철부지 같은 복수를 다짐한다.

 

 

 

'야! 너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하냐?' 

 

L이 M에게 말한다. 자기 여자 친구를 보여 준단다.

 

'그런데 왜 우리 집으로 가냐?'  '너랑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거길로 가는거야 임마'

 

여자 친구가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기다리고 있다. H였다. H는 M과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

 

는 학생이었다. 첫눈에 M은 순수한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멀리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H가 L의 여자 친구라니 M은 서울로 이사와서 처음으로 욕이란 것을 해보았다.

 

"병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H도 M을 좋아했단다. 그런데 M에게 다가갈 수 없어서 L에게 접근을 했

 

단다. 세명은 아주 친하게 지냈다.

 

C중학교는 항상 모의고사, 중간 기말고사 시험마다 전교 1등에서 100등까지 결과와 점수를 운

 

동장 게시판에 게시하고 있었다.

 

'젠장, 왜 내 이름이 맨 앞도 아니고 앞에 어정쩡하게 있는거야' M은 자신의 이름이 맨 앞에 있

 

는것이 아닌걸 확인하고 챙피해 했다.

 

그런데, L과 H의 이름이 없는 것이다. L의 이름이 없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H의 이름이 없

 

는 것에 대해 의아해 했다. 매번 시험을 볼 때 마다 H의 이름은 없는 것이었다.

 

1987년 M의 생일날, 점심시간 M은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H가 엄마와 함께 교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오늘 학교에 지각인가?라고 생각했

 

는데 이네 점심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나에게 멀리서 손을 흔들고 엄마와 교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간 것이었다. H에 대한 3차원적 영상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L과의 관계도 끝났기 때문에 연락처도 몰랐었다. 친구들의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알고 H에게

 

전화를 했다.

 

 

 

 

 

'M 인가요?'  '네...'

 

'내가 J아버지입니다. 전화번호를 잘 못 가르쳐 주었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전화번호를 가르쳐 줄께요.' '네'

 

M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조건반사를 시행 중이었다. 대뇌의 명령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말초

 

신경계가 열심히 M의 얼굴 뿐만 아니라 몸까지 땀으로 목욕시킨다. 그렇게 당황할 일이 아닌

 

데 너무 긴장을 하고 있었다.

 

J의 아버지가 가르쳐 준 전화번호를 오른손에 가지고 있는 휴대폰속의 번호들과 다시한번 일

 

일이 확인하며 접촉하고 있다.

 

 

'여보세요?'  휴대폰 건너편의 또 다른 휴대폰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 M이라고 합니다.'

 

 

 

'아~ 그때 그 M이구나. 오랜만에 전화를 하네?' '네. 안녕하셨어요?'

 

'그래, 넌 어느 대학에 다니니?' '재수해서 이번에 Y대에 들어갔습니다.'

 

'잘됐네, 우리 H는 이번에도 떨어져서 3수를 해야 되는데'

 

'어디를 썻길래 3수까지 해야돼요?'  '그냥....전문대도 떨어졌단다. 왜그리 공부를 안하는지'

 

'저....' 일본 순사는 갑자기 꽃의 암술에 나비가 앉듯 조심조심 M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 H랑 사귀면서 시간 날 때 마다 공부 좀 가르쳐 주면 안될까?'

 

갑자기 M은 몇년 전 전화 통화의 기억이 대뇌를 통해 생생히 떠 올랐다. 웃음이 났다.

 

순간 연수의 무조건 반사처럼 무의식 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제가 왜요? 전 3수까지 하면서 공부도 못하는 여잔 싫거든요.'

 

'수준에 맞는 남자친구 한번 구해 보시죠'

 

M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바로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전화부스에 꽂아 버렸다.

 

M은 통쾌한 복수를 했다고, 과거 코흘리개의 다짐을 몇년이 흐른 뒤 그대로 갚아줬다고 생각

 

하며 사이코패스의 이중적 웃음과 비웃음이 교차되면서 공중전화박스의 유리창이 웃음 소리의

 

파장으로, 음파에 대한 고체의 매질로 인해 더 빨리 과거의 기억들이 교통사고로 연수의 파괴

 

로 인해 식물인간이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잊어 버리 듯, M은  H에 대한 모든 기억을 순식간에

 

없애버리 듯 유리창은 금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