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차가 없던 우리는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그곳에 도착했고,휴대 전화가 잘 터지지 않을 만큼 깊은 산속에서 둘만 바라볼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카드 값 재촉 전화나 회사 형편, 가족의 질병 등을 걱정하기에는세상과 단절된 곳이었고, 공기만큼이나 머리가 맑게 개인듯한 기분이 들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폭포수 아래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동안하루치 이자가 붙었고 회사 일은 쌓였고 가족 중 누군가는 질병의 고통을 참아야 했다. 숨 쉴 곳이 필요했다. 사랑하는데, 그 많은 고통 서로 견딜 수 있다고 자부했다.같은 아픔으로 시작한 사랑이었기에 서로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했던 사랑이었다. 그 여름 한순간 눈부신 햇살 아래 그 사람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유디트 헤르만의 <여름 별장, 그 후>는 그녀의 첫 번째 단편집으로독일 문학계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을 만큼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있을법한 이야기를 무서우리만큼 날카로운 일상의 통찰로 그려내고 있다.놀랄만한 사실은 이 단편집이 1998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제 좀 정치나 사회 이야기 그만 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고여류 작가에 열광하던 그때에 정말이지 진짜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10년이나 흘렀는데도 '촌스러움(?)'은 찾을 수 없다.10년 전 한국 소설 등 중 대부분 '이건 시대에 어울리지 않아'하고 마는 것과 다르다. 꼭 뭔가에 집착하는 여자가 나와야 하고, 질병이나 불륜이 소재로 등장하는 대신그냥 그런 남자를 만났는데, 그때 기분이 그랬어. 뭐 그랬었지. 아 그렇지 않아. 하면서 다가온다.그 그리고 그녀는. 여름이 지났다.올해 여름은 어딘가로 특별히 여행가지도 않았고, 서울 시내를 맴돌면서 일만 했다.그때 우리는 그 여름을 힘겹게 보내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그가 나를 보는 눈빛은 온전히 나를 향해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추운 겨울날 그가 씁쓸하게 웃었던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이 되었던 것처럼빛나던 그 여름 여행의 추억은 그때가 마지막이 되었다. 사진도 있고 우연히 만나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 사람은 참 낯설다.
누구나 한 번쯤 있을법한 이야기 &lt;여름별장, 그 후&gt;:유디트 헤르만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차가 없던 우리는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그곳에 도착했고,
휴대 전화가 잘 터지지 않을 만큼 깊은 산속에서 둘만 바라볼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카드 값 재촉 전화나 회사 형편, 가족의 질병 등을 걱정하기에는
세상과 단절된 곳이었고, 공기만큼이나 머리가 맑게 개인듯한 기분이 들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폭포수 아래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동안
하루치 이자가 붙었고 회사 일은 쌓였고 가족 중 누군가는 질병의 고통을 참아야 했다.
숨 쉴 곳이 필요했다.
사랑하는데, 그 많은 고통 서로 견딜 수 있다고 자부했다.
같은 아픔으로 시작한 사랑이었기에 서로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했던 사랑이었다.
그 여름 한순간 눈부신 햇살 아래 그 사람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유디트 헤르만의 <여름 별장, 그 후>는 그녀의 첫 번째 단편집으로
독일 문학계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을 만큼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있을법한 이야기를 무서우리만큼 날카로운 일상의 통찰로 그려내고 있다.
놀랄만한 사실은 이 단편집이 1998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제 좀 정치나 사회 이야기 그만 하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고
여류 작가에 열광하던 그때에 정말이지 진짜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10년이나 흘렀는데도 '촌스러움(?)'은 찾을 수 없다.
10년 전 한국 소설 등 중 대부분 '이건 시대에 어울리지 않아'하고 마는 것과 다르다.
꼭 뭔가에 집착하는 여자가 나와야 하고, 질병이나 불륜이 소재로 등장하는 대신
그냥 그런 남자를 만났는데, 그때 기분이 그랬어. 뭐 그랬었지. 아 그렇지 않아. 하면서 다가온다.
그 그리고 그녀는.
여름이 지났다.
올해 여름은 어딘가로 특별히 여행가지도 않았고, 서울 시내를 맴돌면서 일만 했다.
그때 우리는 그 여름을 힘겹게 보내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
그가 나를 보는 눈빛은 온전히 나를 향해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
추운 겨울날 그가 씁쓸하게 웃었던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이 되었던 것처럼
빛나던 그 여름 여행의 추억은 그때가 마지막이 되었다.
사진도 있고 우연히 만나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 사람은 참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