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이해-15

정영록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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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이해-15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오르는 아침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듯 눈엔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곳

내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이 시에서 '강물'은 실재하는 강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 속 어딘가에 있다. 가슴에나 눈에 또는 핏줄 속에 있는 듯도 하고, 어디라고 할 수 없지만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거기에 있는 듯도 하다. 그런데 6행에서 숨어 있다는 것은 마음이 현실의 외부 세계로 물러나 들어옴을 뜻한다. 그 때 나는 평화와 안정, 혼자만의 기쁨을 맛본다. 따라서 강물은 내 마음에만 있는 세계로, 이러한 자기만의 평화와 그윽항 아름다움의 이미지이다. 또 바로 그 내면의 세계가 객관적인 현실의 외부 세계와는 무관한 영랑의 순수 서정의 세계이며 '내 마음'의 세계이다.

 세상 모든사람들이 자신만의 '강물'을 아름답게 간직하기를...

 오늘도 기도를 합니다. 내 마음속의 '강물'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