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전화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랑은 또 다른 마음이지. 그러니까 대화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네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 너한테 편지를 쓰고 싶다는 거야.넌 그냥 잠자코 듣기만 하는 거. 난 그 앞에서 내가 할 말을 다 쏟아내는 거. 근데 그렇게 못해봤으니까. 네 앞에서 난 뱉은 말보단 먹어버린 말이 더 많았으니까. 그래서 편지에다가 실컷 내 마음 다 써서 보내려고도 했었는데 못했지. 그리고 이젠 많이 늦었고 만약 써서 준다 해도 답은 결코 없을 거라는 거 알아. 잘 받았다는 말 한마디,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을 거라는 거. 답을 주지 않을게 뻔한 사람한테, 그런 사람한테 남겨진 말이 많다는 게 어떤건지 겪어본 사람은 알지.살면서 넌 그런 일은 겪지 않길 바래. 이거 생각 밖으로 너무 힘들어.싸우는 것보다 몇 십 배. 상대방한테 욕먹는 것보다 몇 백배. 더 힘들어.답을 주지 않을게 뻔한 사람한테 남겨진 말이 이렇게 많다는 거. 넌 어쩌면 아직도 내가 미련퉁이처럼 너한테 집착하는 모습만을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그때 왜 그랬냐고 너한테 따져 묻는 내 모습. 다시 되돌려 놓자고 성질부리는 내 모습. 내가 뭘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기를 바라는 내 모습. 그런 거.그런 게 지금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이제 너를 향한 원망들은 거의 날아갔다는 거.너를 향한 미움들은 이젠 거의 지워졌다는 거.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어. 다행스럽게. 물론 단 한번만 허락한다면 딱 한번만 물어보고 싶긴 하다.그때 나한테..그때 나한테 왜 그랬냐고.얼마 전에 나.. 나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 [꼭 사랑이 영원해야만 하는 걸까?]그리고 난 나한테 대답했어. [아니, 이걸로도 충분하다고.]그래서 난 오늘 너에게 붙이지 못할 편지를 마음으로 쓴다. 나의 그 시절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햇살같은 웃음 고마웠고,나의 시계, 내 나침반이 되줘서 고마웠고,나의 노래, 나의 말이 되줘서 고마웠다고,추억을 줘서 떨리던 심장을 줘서 고마웠어. 바짝 마른 나무처럼 내 마음 메말라 버리지 않도록 날 울게 해준 것 까지도. 모두 다 고마웠어. {사랑을 말하다} 526
사랑을 말하다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전화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랑은 또 다른 마음이지.
그러니까 대화가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네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 너한테 편지를 쓰고 싶다는 거야.
넌 그냥 잠자코 듣기만 하는 거.
난 그 앞에서 내가 할 말을 다 쏟아내는 거.
근데 그렇게 못해봤으니까.
네 앞에서 난 뱉은 말보단 먹어버린 말이 더 많았으니까.
그래서 편지에다가 실컷 내 마음 다 써서
보내려고도 했었는데 못했지.
그리고 이젠 많이 늦었고 만약 써서 준다 해도
답은 결코 없을 거라는 거 알아.
잘 받았다는 말 한마디,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을 거라는 거.
답을 주지 않을게 뻔한 사람한테,
그런 사람한테 남겨진 말이 많다는 게 어떤건지
겪어본 사람은 알지.
살면서 넌 그런 일은 겪지 않길 바래.
이거 생각 밖으로 너무 힘들어.
싸우는 것보다 몇 십 배.
상대방한테 욕먹는 것보다 몇 백배. 더 힘들어.
답을 주지 않을게 뻔한 사람한테
남겨진 말이 이렇게 많다는 거.
넌 어쩌면 아직도 내가 미련퉁이처럼
너한테 집착하는 모습만을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때 왜 그랬냐고 너한테 따져 묻는 내 모습.
다시 되돌려 놓자고 성질부리는 내 모습.
내가 뭘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기를 바라는 내 모습.
그런 거.
그런 게 지금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 너를 향한 원망들은 거의 날아갔다는 거.
너를 향한 미움들은 이젠 거의 지워졌다는 거.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어.
다행스럽게.
물론 단 한번만 허락한다면 딱 한번만 물어보고 싶긴 하다.
그때 나한테..
그때 나한테 왜 그랬냐고.
얼마 전에 나.. 나한테 이런 질문을 했다.
[꼭 사랑이 영원해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난 나한테 대답했어.
[아니, 이걸로도 충분하다고.]
그래서 난 오늘 너에게 붙이지 못할 편지를 마음으로 쓴다.
나의 그 시절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햇살같은 웃음 고마웠고,
나의 시계, 내 나침반이 되줘서 고마웠고,
나의 노래, 나의 말이 되줘서 고마웠다고,
추억을 줘서 떨리던 심장을 줘서 고마웠어.
바짝 마른 나무처럼 내 마음 메말라 버리지 않도록
날 울게 해준 것 까지도.
모두 다 고마웠어.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