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 달린 사랑 - 김승희

박명관2008.10.30
조회47

네 발 달린 사랑

 

김승희

 


 

내가 엄마가 되어서

 

너희들의 엄마가 되어서

 

엄마가 되고

 

아직도 어머니가 못 되어서

 

네 발을 가진

 

털투성이 사랑을 가져서

 

날고 싶었는데

 

네 발 달린 포유류

 

기어 다니는 사랑만을 하게 되어서

 

기어 다니는 사랑으로도

 

날 수가 있는지

 

실험을 해보느라고

 

또 유목민이 되어서

 

너희들까지 유랑하게 되어서

 

젖가슴만 아니라면 날 수 있다고

 

젖을 먹이는 포유동물은

 

날 수가 없다고

 

저녁마다 유방을 칼로 도려 파면서

 

그러나 먹여야 할 유방은

 

먹이는 유방으로

 


 

나는 엄마이고 엄마는 인류의 부엌인데

 

네 발 가진 사랑으로

 

털투성이 모욕 받은 몸으로

 

땅을 기어 다닐 수밖에 없어서

 

시를 쓸 때는 냄비 안의 비행기에 앉아서

 

가까운 하늘을 빙빙 날아다니면서

 

트렁크를 질질 끌고

 

국경선을 넘어 날아다니면서

 

너희들을 양팔에 껴안고

 

네 발 달린 사랑으로 휘저으면서

 

사랑의 이름으로

 

꽉 껴안아

 

두 유방의 트렁크에

 

모가지가 끼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네 발 달린 사랑은

 

그런 반성을 못하는 사랑

 

그래서

 

네 발 달린 사랑

 

냄비 안의 비행기는

 

냄비 안의 박쥐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바보 산수

정자에서 네 팔을 벌리고 낮잠을 즐기는

바보 산수

빨래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네 영감이 있는

바보 산수

엿장수를 반기는 즐거운 아이들이 웃는

바보 산수

 

중력의 악마를 뿌리 채 뽑아내려는 듯

질질 끌고 가다가

휘두른 듯이 내려친 자루걸레

그 봉 걸레에 먹을 듬뿍 찍어

병풍 위로 질질 끌고 다니며

불굴의 한 획으로

웃고 달려가는

잇달아 파고들며 웃고 달려가는

달아날수록 웃고 덤벼드는 뭉클뭉클한 천의 산맥을 그런

걸레 수묵

후려치는 봉 걸레

빗자루를 타고 달려가는

웃는 웃음

그 웃음의 산맥을 타고 달려가는

꿈틀대는 웃는 웃음

그 웃음

빗자루가 휘갈기는 그 웃음

바보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