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눈뜬 소년

박태연200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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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눈뜬 소년

 

 

남자는 하얀 살결의

조그마한 아가씨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하얀 치아, 빨간 입술에서 나오는

잔잔한 말씨를 기억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녀가 지나간 뒤 남은 향기도

아련하기만 합니다.

이토록 그리운데

왜 이리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슴만 답답하고,

모든 것이 희미하고 분명하지 않습니다.

물살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움직이는

마른풀을 보니, 자신의 마음인 듯 여겨집니다.

남자는 왠지 슬퍼집니다.

나는 이렇게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데,

당신은 내 마음을 전혀 모르겠지요.

참 답답한 일입니다.

아가씨를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순간,

남자는 기쁘고 환해지기보다는 어둡고 우울해집니다.

생각 같아서는 아가씨에게 뛰어가 고백하고

사랑을 엊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 떄문입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당당한 척하는 남자는

아마도 진정한 남자가 아닐 겁니다.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부끄럼을 타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고형렬의

'지금 막 사랑에 눈뜬 소년을 위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