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시구 "홍드로"가 사랑받는 이유

이희재2008.11.01
조회8,865
개념시구 "홍드로"가 사랑받는 이유

나는 올해 꼴찌를 한 LG를 사랑하는 팬이고, 때문에 한 지붕에 사는 두산에 대해 조금은 이유없이 싫어하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올해 2위나 한 두산에 약간의 시기심이 드는 것도 사실.

 

하지만 두산의 시구자로 종종 나오는 '홍수아'의 모습은 내가 어느 팀의 팬이든 빙그레 웃음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녀가 시구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까닭은 비단 그녀가 다른 여자 연예인들보다 잘 던져서가 아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여자 연예인들은 야구장에 시구하러 올 때 하이힐을 신고 오거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오는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 와서 되고 말고 던지고 가는데 홍수아는 츄리닝에 가까운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착용하고 온다. 그녀는 시구가 있는 날이면 일찍 구장에 도착해서 꽤 많은 연습을 한다. 졸지에 그녀의 매니저는 홍수아 전담 포수가 되어서 공받는 일을 하곤 한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러한 연습 결과 그녀는 한국시리즈 5차전 시구에서 무려 85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뿌리게 되었다. 직접 던져보면 알겠지만 건장한 남자가 있는 힘껏 던져도 100km는 커녕 90km넘기기도 힘이 든다. 더구나 이번에는 두산 측에서도 힘을 조금 썼는지 홍수아씨 전용 유니폼까지 맞춰주었다. 홍수아씨도 시구 전용 신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시구 중 가장 재미있고 은은한 울림이 있는 시구가 아니었나 싶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스트시즌 그 중에서도 월드시리즈와 같이 의미있는 큰 게임에서는 그 팀과 관련된 역사적인 인물이 나오곤 한다. 예를 들면 보스턴과 템파베이의 챔피언십 6차전에서는 보스턴의 현역 선수인 '커트 실링'이 나와서 공을 던졌다. 그는 현역이지만 이미 명예의 전당 헌액을 거의 모든 사람이 예상하고 있는 불세출의 스타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그의 가치는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두드러졌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숱한 포스트시즌에서 그는 1점대의 믿기지 않는 방어율을 보였으며 2004년에는 수술을 해야하는 오른쪽 발목에서 피가 배어나오는 데에도 말 그대로 '핏빛 투혼'을 발휘 양키스를 꺾고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데 1등 공신이 되었다. 그리고 보스턴은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를 4:0으로 손쉽게 요리했다.

 

나는 우리 나라도 한국시리즈와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이런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 구단의 역사의 산 증인. 보고만 있어도 그 팀의 일원들에게 투쟁심과 열정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레전드급 선수가 나와서 시구하는 모습. 얼마나 멋있는가? (하지만 두산의 레전드라고 볼 수 있는 불사조 '박철순'의 모습을 올해에도 볼 수 없었다.)

 

이야기가 좀 빗나간 것 같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잘 나가는 연예인을 불러서 할 거라면 '홍수아'씨 처럼 열심히 하는 노력하는 자세를 가진 연예인을 시구자로 정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 해 동안 야구를 열심히 해왔던 프로야구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봐 준 관중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의미있는 시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