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당신의 건강할 권리

노수미200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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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에는 관심도 없고 기본적인 지식도 없던 내가, 10월 한달동안 3개 노동단체의 인터뷰를 다니며 깨닫고 느낀바

를 몇가지 끄적여보려 한다. 솔직히 이번 학기 '노사관계론' 수강 신청할 때 강의계획서도 제대로 안읽고 막연히 전혀 모르는 분야니까 재밌겠다는 생각에 확 질러버렸다.

 

 4학년 1학기 주제에 '흥미롭다' 는 이유로 수업을 선택하다니 진짜 바보같다. +_+ 그래도 앞으로 취직해서 '노동자가 될' 나와 깊숙히 관련된 실상들을 미리 알게 되었으니 잃은 것 보다 얻은것이 더 많은 건 확실하다. 노동문제에 관련해선 거의 초딩 수준인 나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랜드 일반노조 황명희 목동 분회장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문경빈 조직부장님, 노동건강연대 전수경 팀장님께 감사드린다! 

 

 

 

 

 

첫 번째 인터뷰는 10월 9일 이랜드 일반노조 월드컵 상암점 천막 농성 현장에서 이루어졌다.

노사관계론 수업 팀플 '이랜드 장기파업 노동자 방문보고' 의 자료 조사를 위함이었고 보람이, 가을언니와 동행했다.

 

인터뷰 가기전에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 라는 이랜드 투쟁과 관련된 책을 읽고 갔는데,

한 조합원의 "승리하기 위해 파업 투쟁한 게 아니라, 파업 투쟁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승리한 거예요." 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이랜드 노조 조합원의 대부분은 계산대의 아주머니들이다. 이 아주머니들은 누구인가. 우리들의 어머니 아닌가. 가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어렵게 구한 일자리는 어느새 천막 농성 현장이 되어버렸다. 

 

 

 

 

노동조합과 파업은 노동자들에게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한다. 그녀들에게 파업의 경험은 정말 그런것이었을까?

그녀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 투쟁을 시작하는 과정은 아마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으리라. 구호를 외치는 것이

너무나 어색하고 고객님들을 위한 계산대 앞에 드러눕는 것이 무엇보다 무서웠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인 파업행위가 가능할까요 라는 나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셨던 분회장님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자식새끼 대학 하나 보낼 돈 없어서 겨우 중학생인 아들 붙잡고 고등학교 인문계말고 실업계 가는게 어떠냐 라는 말을 차마 꺼낼 수 없으셨단다. 한 쪽에선 국제중, 특목고에 이어 아이비리그까지 진출할 생각으로 즐거운 비명, 과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지만 이쪽은 이렇다. 그냥 이럴 뿐이다.

 

 

 

 

 

두 번째 인터뷰는 10월 22일 영등포 재래시장 근처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비스 연맹에서 진행되었다.

노사관계론 수업의 개인리포트 작성을 위해 문경빈 조직부장님과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잡은 주제는

"음료 영업시장의 고용관계 분석과 식음료 유통본부 설립" 이었는데, 어쩌면 내가 몸담게 될 분야이기 때문에 나름 굉장히 진지했다는거! 인터뷰 목차 작성만 이틀이나 걸렸다. ㅠ_ㅜ

 

덤핑과 가판으로 얼룩져버린 음료 영업사원들의 일생. 열심히 일할수록 빚이 더 늘어만 가는 모순적인 상황.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롯데칠성 3대 음료 대기업들의 영업사원 수탈은 가히 상상 초월이었다 -_-  

 

 

 

 약도에는 한강 성심병원 바로 옆 건물로 나와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당최 어딘지 찾질 못했다.  약속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어딘지 못찾겠고 발을 동동 구르는 중에 근처 부동산 발견! 얼른 달려가서 물어보니 기아자동차 건물 이라고 하셨다. 이 건물에 노동조합이 무려 3개나 있었다.

 

 다행히도 3분정도 늦게 사무실에 골인했다. 생각보다 넓은 사무실과 벽면마다 가득찬 엄청난 자료들에 깜짝 놀랐다.

회의실로 들어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해주신 문경빈 조직부장님은 올해 서른일곱이신데 11월 1일 결혼하신다고 한다. 체구도 조그마시고 얼굴도 너무 귀엽게 생기셔서 이런 험난한 노동운동에는 안어울려 보이셨는데, 역시나 말씀을 시작하시니 강원도의 거센 억양과 함께 노동운동가 특유의 포스가 팍팍! 나의 편견은 다 사라져버렸다. ㅎㄷㄷ

 

 

 

 

 나 방문하기 바로 전날에, 한나라당 모의원 비서가 내가 요청한 자료를 쏙 빼갔다고 한다. 나쁜녀석..ㅋㅋ 그래서 그거랑 관련된 법원 판결문, 가처분 참고서면 등 전문자료들 위주로 가져왔다. 이것 저것 다 필요할 것 같아서 챙겼는데 다시 학교로 오는길이 완전 고역. ㅠ_ㅜ 너무 무거웠지만 중요한 자료라 혹여나 꾸겨지거나 잃어버리기라도 할까봐 내려놓지도 못하고 완전 껴안고 있었다. 

 

사실 대학 수업의 일개 레포트일 뿐인데, 조직부장님은 내가 논문이라도 쓰는 양 너무나 자세하고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해주셨다. (감동) 자료도 정말 많이 챙겨주시고, 비서가 가져간 자료는 메일로 보내주시고 심지어 점심까지 사주셨다!  수업에 늦을 것 같아서 그냥 갈까 했는데 이미 주문을 해놓으셔서 꾸역꾸역 먹고 커피도 마시고 결국엔 지각했다. ㅠ_ㅜ 빌린 자료 돌려드리러 다시 가야하는데, 그땐 여유롭게 가서 라운딩도 해보고 노동운동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마지막 인터뷰는 10월 29일, 희망제작소의 시민기자로써 '노동건강연대' 의 조수경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기관을 취재할까 고민하다가 이왕이면 최근 인터뷰와 관련해 기사를 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동 관련 NPO를 찾아보았고 뚝섬역에 '노동건강연대' 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의 국가기관인 보건안전청(Health and Safety Executive)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산재사망 중 적어도 70% 이상이 사업주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인한 것이기에, 대다수의 산재사망이 사업주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예방 가능한 것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대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을 거론하며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에 반해, 노동자의 삶의 질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노동건강연대는 더 나쁜 노동환경에서 더 긴 시간을 일하며, 더 많은 질병과 산재사고로 힘들어하는 우리사회의 이웃, 비정규, 영세, 이주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단체이다. 팀장님과 주로 한국에서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일단 나부터 뭐 취업준비생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어떤 기업이든 취직 시켜만 주면 뼈가 부서지도록 일하겠다는 충성심이 엄청나다. =_=

 

기업들은 이러한 충성심을 교묘히 이용하고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것을 심지어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하는 풍토까지 조장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에는 '200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는데, 한국타이어에서 1년에 무려 1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고 한다.

 

 

 

 

10월 한달간 세번의 노동운동가 인터뷰를 통해 '나의 권리는 우리가 찾아야 한다'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노동자 개개인은 너무나 미약하기에 거대 기업에 맞서 싸웠다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티끌모아 태산 이라는 평범한 속담처럼 작은 지식과 연약한 힘 하나하나가 모여 단단한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

  

큰 용기와 결단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어내고 또 협상을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노력하고 계신 이랜드 일반노조 조합원들과 식음료 유통관리 본부 조합원들 그리고 노동건강연대의 선생님들이 자랑스럽다. 앞으로 노동운동은 더 거세질 것이고 전문화 될 것이며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