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1108토] 정밀하고 합리적인 교원평가 방안을
초ㆍ중ㆍ고교 교원들에 대한 교원평가제가 2010년 3월부터 전국 일선 학교에서 시행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6일 국회에 제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야당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의석수를 감안할 때 본회의 통과는 확정적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사가 학생들을 좀더 잘 가르칠 수 있게 교육능력을 배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이루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와 그 결과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교사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교장과 교감이 학교와 교사들을 제대로 운영ㆍ관리했는지, 교사는 학생들의 인성 및 학습 지도를 잘 했는지를 동료 교사와 학부모ㆍ학생들로부터 평가 받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 시행에 앞서 보완해야 할 사항은 많다.
우선 교육주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정밀한 평가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들여서라도 평가의 생명인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근무평정, 성과급 지급을 위한 평가, 교원평가 등으로 나뉘게 된 평가제도를 어떻게 통폐합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행정 잡무를 줄여 주는 대책도 필요하다. 수업시간을 줄여 충실히 수업 준비를 할 수 있게 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조정해 학생 개개인의 자질과 특성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근무 여건 개선이 병행되고,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을 때 교원평가제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전교조는 교원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명분이 약하다. 경쟁도 하지 않고, 평가도 받지 않으면서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조직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전교조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후속 작업에 적극 참여해 합리적인 평가 방안이 나오도록 조직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1108토] 헌정 질서 훼손한 강만수 장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국회에서 “헌재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재정부 세제실장 등이 헌재를 방문해 정부 쪽 의견을 설명했으며, 가구별 합산과세에 대해선 위헌 결정이 나올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강 장관의 이런 발언대로라면, 이미 위헌 의견을 밝힌 정부가 헌재를 상대로 사실상 로비를 한 것이고, 헌재는 결정 방향을 사전에 누설한 셈이 된다. 헌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파문이 커지자 아니라는 해명이 서둘러 나왔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강 장관은 애초 주심 재판관을 만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가 재판연구관을 만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석연찮다. 해명대로 연구관을 만났다고 해도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실제 결정문 작성에 깊숙이 관여하는 연구관들이 공식 변론과는 별도로 이해관계자를 만났다면 이런저런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심들이 헌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허물어뜨린다.
재정부 쪽이 실제 적극적인 로비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강 장관은 그동안 종부세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밝혀 왔다. 논란이 심한 사안에서 주무 장관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그런 고집스런 ‘소신’ 탓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보는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국회 진상조사 등을 통해 분명히 밝혀야 할 문제들이다.
헌재는 이번 일로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헌재를 마치 로비와 탐색·조종이 가능한 기관으로 여기는 듯한 강 장관의 발언으로, 헌재는 헌법기관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받게 됐다. 당장 오는 13일 종부세 위헌 여부 결정에 대해서부터 불신의 눈길이 쏟아질 수 있다. 이는 헌재에 헌법 수호와 국민 기본권 보장의 마지막 보루 구실을 맡긴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번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까닭도 여기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강 장관의 실언이라고 두둔할 게 아니라, 이번 일이 헌법체제와 법질서를 자신 편의에 맞춰 가볍게 다루려는 정부의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강 장관도 장관으로선 어울리지 않는 처신과 인식으로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동아일보 사설-20081108토] 현실보다 명분만 앞세운 法이 국민 힘들게 한다
정부가 비정규직근로자 보호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도록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 역시 근본 해법은 아니지만 기업 사정이 워낙 어려워 ‘해고 대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법 시행 2년이 되는 내년 7월이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 그 부담 때문에 그 전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부분 해고할 게 분명하다.
고용불안과 불합리한 임금 차별을 고치겠다고 만든 법이지만 이처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일자리 불안은 더 커지고 삶은 후퇴했다. 시행 1년 사이 비정규직 근로자가 갈 수 있는 일자리는 13만 개나 감소했다. 평균임금도 정규직이 11만9000원(6%)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1000원이 줄었다. 1년 이상 계약 근로자 대신 1년 미만 근로자와 시간제(주 36시간 미만 근무) 근로자가 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채용 2년이 지나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바꿔줘야 하는 비정규직 고용을 기피해서다.
성매매금지법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집창촌 여성들도 “일자리를 달라”고 절규한다. 전국 집창촌 여성모임인 한터여성종사자연맹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4년 전 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줄기는커녕 음성화해 더 성장했다”며 “법이 오히려 우리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에도 좋은 법과 나쁜 법이 있다. 아무리 뜻이 좋고 명분이 있어도 그 법 때문에 오히려 국민의 실질적 권리가 침해당하거나 세금이 낭비된다면 그건 나쁜 법이다. 사전에 위헌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 법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학교용지부담금법이 대표적이다. 학교용지 매입비용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내야 한다는 법에 따라 25만여 명이 4500여억 원을 냈는데 이제 그 환급 업무로 전국의 지자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환급금 신청 창구에선 최초 분양자와 현 소유자 간의 ‘권리 시비’가 그치지 않는다. 법을 준수한 대가(代價)가 이런 것이라면 누군들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위헌심판 청구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1989년 425건이었던 것이 지난해 1742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국민의 권리의식이 신장되기도 했지만 국회가 양산한 ‘나쁜 법’들 때문에 힘들어진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조선일보 사설-20081108토] 한(韓)·미(美) 동맹 격상과 아프가니스탄 문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이미 한·미관계가 긴밀하지만 이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를 21세기의 전략 동맹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날 일본 아소 다로 총리와의 통화에선 "경제위기, 북한 핵,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서 긴밀히 연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일본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 이라크 파병 미군을 취임 후 16개월 안에 철군시키는 대신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테러리스트 근절에 미국의 힘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혔었다. 부시 행정부가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숨어서 힘을 키우고 있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 집중하지 않고 잘못된 강박관념 때문에 이라크에서 일을 그르쳤다는 게 오바마 당선자의 논리다.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중심을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척 헤이글 미국 상원 의원은 6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한국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이 보다 넓은 영역에서 국익(國益)을 공유하는 21세기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하려면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헤이글 의원은 차기 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인물이다. 미국은 그간 우리 정부에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의사를 타진해 왔다. 그러나 2007년 7월의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23명 피랍사건 이후 건설·의료 분야를 지원하던 210명 규모의 다산·동의부대를 모두 철수시켰고 국내 여론도 여전히 좋지 않다. 그래서 지난 8월 부시 대통령 방한 때 '비(非)군사적 지원'에 한정키로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4만여명을 비롯해 40개국 7만15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군 지휘권은 미국에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이양됐다. 오바마 당선자는 현재 14만6000여명 규모의 이라크 미군 병력을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이동시키면서 세계 각국의 도움을 얻어 다국적군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접경지역의 테러 활동에 대한 대처에도 다국적군의 주도적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의 국제 안보·경제 질서를 통해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로 성장한 우리 역시 테러나 초(超)국가범죄 등 세계적 현안에 무심(無心)할 수 없으며 '한·미 21세기 글로벌 전략 동맹'이란 말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도 떠안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프가니스탄 지원문제는 한·미 동맹의 미래, 국익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해 나가야 할 사안이다.
[서울신문 사설-20081108토] 美·日·유럽의 마이너스 성장 대비하라
글로벌 금융불안이 실물부문으로 이전되면서 세계 경제가 가파르게 가라앉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유동성 공급과 재정 확대에 이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는 등 내수를 부추기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수정치에서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이 경기침체 기준선을 밑도는 2.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률 동시 위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유럽은 마이너스, 중국은 경기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8.5%의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주요국들의 위기 대응에 발맞추어 달러화·원화 공급 확대, 건설업체와 중소기업 지원 강화, 재정 확대 등 금융 및 실물경제 활성화 대책 외에 기준금리를 지난달 1%포인트, 어제 0.25%포인트 등 1.25%포인트 내렸다.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수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를 견인할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내년도 수정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2∼3년은 성장은 차치하고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고강도대책에만 의존하기보다 장기전에 돌입하는 태세로 전환해야 한다. 실탄을 아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0.25%포인트로 줄인 것도 그런 뜻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기업과 가계도 정부에 무작정 손을 내밀 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과 부채를 줄이는 등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81108토] 잇단 금리인하 신용경색 풀기엔 역부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으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10월9일의 0.25%포인트 인하, 28일의 0.75%포인트 인하에 이어 한달 새 1.25%포인트 내린 것은 시중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붙는 것을 저지하고 가계와 중소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지속적인 금리인하에도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신규자금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의 연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공채 등의 금리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어음(CP) 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의 자금난은 여전하다.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자 자영업자와 가계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달러 유동성의 큰 고비는 넘겼지만 주식과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금융경색이 풀리지 않으니 실물경제 침체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일자리 감소, 실업증가, 가계소득 감소는 소비둔화와 내수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수출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미국은 4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중국의 성장세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3ㆍ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간 유럽과 일본 등의 경제도 언제 회복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선진국 경제가 힘들어지자 개도국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2.2%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돈맥경화 현상을 풀지 못하면 경기는 더욱 침체돼 복합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자금의 경색현상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증시와 부동산 침체로 금융권의 부실이 커지면서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는 탓이 있지만 유동성이 아직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이 은행채 매입 등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공급에 나서야 한다.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게 바람직하다. 물가나 국제금리 수준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금리는 아직도 여유가 있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양성희(문화스포츠부문차장)-20081108토]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은 벤치나 표지판 같은 도시 미관, 건축물에서 넓게는 도시계획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공공디자인을 통해 쇠락하던 지역이 경제적으로 살아나는 경제효과도 주목받는다. 아름다운 공간 자체가 마케팅 요소가 되는 ‘공간마케팅’ 개념도 있다. ‘공간디자인’ ‘공공미술’과도 겹쳐진다. “공공디자인은 도시에 대한 ‘성형수술’을 넘어서 개성 없는 도시에 성격을 부여하는 행위. 하나의 이념이자 태도”라는 말도 있다(권영걸).
공공디자인의 강국은 역시 유럽이다. 최근에는 일본이 급부상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은 도쿄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후반 일명 ‘도시 재생 정책’이 기점이 됐다. 버블 경제의 붕괴와 함께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 정부가 그 타개책으로 ‘도시에 디자인’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2002년 도쿄역 앞 마루노치 빌딩을 시작으로 모리그룹의 롯폰기 힐즈(2003), 오모테산도 힐즈(2006), 미드타운과 신마루노치 빌딩(2007) 등 최첨단 초대형 건축물이 속속 들어섰다. 안도 타다오, 구로사와 기쇼 등 일본의 스타 건축가들이 총동원됐다. 거리와 건축의 표정이 바뀌자 그를 보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축과 관광의 명소로 새롭게 부상하면서 지역경제마저 함께 살아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도쿄의 도시재생이 지나치게 국제화 전략에 치중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상업적 화려함이나 규모 못지않게, 지역의 역사성, 주민과의 소통, 공동체·민간주도에 무엇보다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우리 사회에서도 주요 화두다. 최근 열린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엑스포’에서 ‘공공디자인 대상(공공기관 부문)’을 받은 안양시는 재수 끝에 대도시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주요 문화시설을 15분 안에 연결시켜, 산업도시에서 자족적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한 컨셉트가 호평받았다.
부산 문현동 벽화사업도 눈길을 끌었다. 서민 동네 주민들의 벽화작업으로 동네가 아름다워진 것은 물론 구경 오는 이들마저 생겨 1석2조의 주민 참여형 공공디자인이다. 지자체의 치적에 충실한 과시적인 공공디자인보다 시민의 일상에 밀착한 것이 진정한 공동체 디자인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학순(선임기자)-20081108토] 킹 목사의 꿈
1950년 일본 미야자키 현 동해안의 무인도 고지마에 일본원숭이가 집단서식하고 있었다.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학자들은 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길들이기에 성공했다. 먹이는 밭에서 자란 흙투성이 고구마였다. 어느 날부터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원숭이들이 따라했다. 고구마가 흙이 씹히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무리의 반 수 이상이 씻어 먹기에 이르렀다.
원숭이들은 강물이 마르게 되자 바닷가에 나가 고구마를 씻어 짭짤한 맛까지 즐겼다. 이 같은 집단 행위는 놀랍게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자키 산에 서식하던 원숭이 무리에서도 관찰됐다. 두 곳의 원숭이들 간에는 어떠한 교류도 없었고, 노하우를 전해 준 원숭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 생물학자 이마니시 겐이치는 이 연구 결과에 따라 ‘공진화’(共進化)라는 획기적인 이론을 발표했다. 동물에게는 적자생존이나 생존경쟁의 다위니즘만 있는 게 아니라 협력관계도 존재하며, 개체의 진화가 아니라 함께 진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마니시는 이 공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백한마리째 원숭이>라는 책을 썼다. ‘백한마리째 원숭이’는 경계점을 찾기 위해 편의상 수치화한 것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첫 번째 원숭이’는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존재다. ‘백한마리째 원숭이 현상’은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 수가 일정량에 이르면 그 행동이 집단 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리나 공간을 넘어서까지 확산된다는 사회학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버락 오바마가 사상 첫 흑인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백한마리째 원숭이 현상과 비교해도 좋을 듯하다. 첫 번째 원숭이 역할을 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오바마라는 ‘백한마리째 원숭이’를 탄생시킨 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킹 목사가 1963년 노예해방 100주년을 맞아 포효하듯 토해낸 꿈은 ‘내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었다. 킹 목사의 꿈은 시간이 흘러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흑인들의 피와 눈물로 일궈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양적 변화가 임계점에 이르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법칙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해마다 11월11일이면 유통가에선 '빼빼로데이'라 해서 난리가 난다. 90년대 중반 한 제과업체가 내놓은 초콜릿과자 '빼빼로'가 숫자 11을 연상시킨다 해서 생긴 기념일 아닌 기념일이다. 이날을 앞두고 10~20대는 온통 빼빼로 구입에 매달린다.
빼빼로데이를 본뜬 짝퉁 기념일도 속속 등장했다. 한 남성 패션브랜드는 넥타이가 숫자 1처럼 길쭉하다는 점에 착안,11일을 '넥타이데이'라고 정해놓고 넥타이를 사면 덤으로 1개를 더 준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1% 할인쿠폰데이''1+1 기획전데이'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당장 11월8일은 일본 란제리업체가 만든 '브라데이'다. 11은 브래지어의 끈을,8은 눕혀보면 브래지어 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특정한 날을 기념일로 정하고 관련 상품의 판촉에 나서는 '데이 마케팅'은 '밸런타인데이'(2월14일)에서 비롯됐다. 요즘처럼 팍팍한 일상 속에 작은 활력소로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일본 초콜릿 업계가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한 밸런타인데이가 오히려 국내에서 더 극성인 것을 보면 곱게만 볼 수가 없다. 자의적으로 날짜를 정하고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는 얄팍한 상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들은 데이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려 좋겠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중국산 저가 초콜릿이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품이 대량 유통되는 게 단적인 예다. 국적 불명의 빼빼로 과자를 곰인형과 묶어 4만~5만원에 파는 곳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저런 '데이'가 범람해도 의미있게 이어갈 만한 날도 있다. 11일은 '농민의 날'이자 '가래떡데이'이다. 몇 해 전 안철수연구소가 빼빼로 대신 우리 것을 살리자는 뜻에서 가래떡을 나눠 먹으면서 이런 별칭이 붙었다. 이에 맞춰 농림수산식품부는 전국 주요 떡 매장들과 손잡고 가래떡을 나눠주며 쌀 소비 촉진운동을 펴고 있다.
같은 날을 기념하지만 빼빼로데이와 가래떡데이가 주는 느낌은 천양지차이다. 풍년인데도 오히려 수입이 줄어 걱정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진정성을 결코 반짝 상술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혜정(소설가)-20081108토] '즐기다' 와 '때우다'
얼마 전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스페인 사람들의 식사 습관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스페인 사람들의 점심식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되고, 저녁은 오후 9시부터 먹는다. 또한 정식으로 먹는 그들의 식사량은 놀랄 만큼 많았다. 빵, 와인과 함께 세 가지 코스의 요리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우리 여행단은 아무것도 모르고 스페인 사람들과 똑같이 먹겠다며 정식코스를 주문하였다. 첫 번째 접시가 나오자 사람들은 먹기에 바빴고, 첫 번째 접시를 비우자 다들 배가 부르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연이어 고기로 구성된 두 번째 접시가 나왔다. 결국 우리는 두 번째 접시의 3분의 1도 먹지 못했고, 디저트의 세 번째 접시는 쳐다만 보아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도대체 스페인 사람들은 이 어마어마한 양을 어떻게 다 먹을까 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지인들은 이제 겨우 첫 번째 요리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대화를 하며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우리나라 평일 점심시간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점심시간을 떠올려 보자. 낮 12시가 되면 식당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자리에 앉자마자 급하게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면 대화도 없이 먹기에 급급하며, 식사가 끝나면 소화도 되기 전에 일어난다. 식당에 들어가서 나오는 시간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우리에게 있어 식사는 '즐기는' 것보다 '때우는' 것에 더 가깝다.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 연료를 주입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식사를 하며, 실제로 '오늘 점심은 뭐로 때우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나라에는 즐기는 문화가 없다며 사람들 스스로 아쉬워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식사부터 즐겨보는 건 어떨까? 꼭 비싼 레스토랑에서만 식사를 즐기라는 법은 없다. 음식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먹지 말고, 앞에 앉아 있는 동료의 얼굴을 보며 한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 오늘 김치찌개의 맛은 어떤지 천천히 먹으면서 음미해 보는 것이다. 즐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2008년 11월 8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1108토] 정밀하고 합리적인 교원평가 방안을
초ㆍ중ㆍ고교 교원들에 대한 교원평가제가 2010년 3월부터 전국 일선 학교에서 시행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6일 국회에 제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야당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의석수를 감안할 때 본회의 통과는 확정적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사가 학생들을 좀더 잘 가르칠 수 있게 교육능력을 배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이루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와 그 결과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교사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교장과 교감이 학교와 교사들을 제대로 운영ㆍ관리했는지, 교사는 학생들의 인성 및 학습 지도를 잘 했는지를 동료 교사와 학부모ㆍ학생들로부터 평가 받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 시행에 앞서 보완해야 할 사항은 많다.
우선 교육주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정밀한 평가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들여서라도 평가의 생명인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근무평정, 성과급 지급을 위한 평가, 교원평가 등으로 나뉘게 된 평가제도를 어떻게 통폐합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행정 잡무를 줄여 주는 대책도 필요하다. 수업시간을 줄여 충실히 수업 준비를 할 수 있게 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조정해 학생 개개인의 자질과 특성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근무 여건 개선이 병행되고,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을 때 교원평가제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전교조는 교원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명분이 약하다. 경쟁도 하지 않고, 평가도 받지 않으면서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조직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전교조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후속 작업에 적극 참여해 합리적인 평가 방안이 나오도록 조직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81108토] 헌정 질서 훼손한 강만수 장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국회에서 “헌재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재정부 세제실장 등이 헌재를 방문해 정부 쪽 의견을 설명했으며, 가구별 합산과세에 대해선 위헌 결정이 나올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강 장관의 이런 발언대로라면, 이미 위헌 의견을 밝힌 정부가 헌재를 상대로 사실상 로비를 한 것이고, 헌재는 결정 방향을 사전에 누설한 셈이 된다. 헌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파문이 커지자 아니라는 해명이 서둘러 나왔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강 장관은 애초 주심 재판관을 만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가 재판연구관을 만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석연찮다. 해명대로 연구관을 만났다고 해도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실제 결정문 작성에 깊숙이 관여하는 연구관들이 공식 변론과는 별도로 이해관계자를 만났다면 이런저런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심들이 헌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허물어뜨린다.
재정부 쪽이 실제 적극적인 로비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강 장관은 그동안 종부세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밝혀 왔다. 논란이 심한 사안에서 주무 장관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그런 고집스런 ‘소신’ 탓에 이런 일이 빚어졌다고 보는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국회 진상조사 등을 통해 분명히 밝혀야 할 문제들이다.
헌재는 이번 일로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헌재를 마치 로비와 탐색·조종이 가능한 기관으로 여기는 듯한 강 장관의 발언으로, 헌재는 헌법기관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받게 됐다. 당장 오는 13일 종부세 위헌 여부 결정에 대해서부터 불신의 눈길이 쏟아질 수 있다. 이는 헌재에 헌법 수호와 국민 기본권 보장의 마지막 보루 구실을 맡긴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번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까닭도 여기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강 장관의 실언이라고 두둔할 게 아니라, 이번 일이 헌법체제와 법질서를 자신 편의에 맞춰 가볍게 다루려는 정부의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강 장관도 장관으로선 어울리지 않는 처신과 인식으로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동아일보 사설-20081108토] 현실보다 명분만 앞세운 法이 국민 힘들게 한다
정부가 비정규직근로자 보호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도록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 역시 근본 해법은 아니지만 기업 사정이 워낙 어려워 ‘해고 대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법 시행 2년이 되는 내년 7월이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 그 부담 때문에 그 전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부분 해고할 게 분명하다.
고용불안과 불합리한 임금 차별을 고치겠다고 만든 법이지만 이처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일자리 불안은 더 커지고 삶은 후퇴했다. 시행 1년 사이 비정규직 근로자가 갈 수 있는 일자리는 13만 개나 감소했다. 평균임금도 정규직이 11만9000원(6%)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1000원이 줄었다. 1년 이상 계약 근로자 대신 1년 미만 근로자와 시간제(주 36시간 미만 근무) 근로자가 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채용 2년이 지나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바꿔줘야 하는 비정규직 고용을 기피해서다.
성매매금지법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집창촌 여성들도 “일자리를 달라”고 절규한다. 전국 집창촌 여성모임인 한터여성종사자연맹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4년 전 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줄기는커녕 음성화해 더 성장했다”며 “법이 오히려 우리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에도 좋은 법과 나쁜 법이 있다. 아무리 뜻이 좋고 명분이 있어도 그 법 때문에 오히려 국민의 실질적 권리가 침해당하거나 세금이 낭비된다면 그건 나쁜 법이다. 사전에 위헌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 법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학교용지부담금법이 대표적이다. 학교용지 매입비용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내야 한다는 법에 따라 25만여 명이 4500여억 원을 냈는데 이제 그 환급 업무로 전국의 지자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환급금 신청 창구에선 최초 분양자와 현 소유자 간의 ‘권리 시비’가 그치지 않는다. 법을 준수한 대가(代價)가 이런 것이라면 누군들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위헌심판 청구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1989년 425건이었던 것이 지난해 1742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국민의 권리의식이 신장되기도 했지만 국회가 양산한 ‘나쁜 법’들 때문에 힘들어진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조선일보 사설-20081108토] 한(韓)·미(美) 동맹 격상과 아프가니스탄 문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이미 한·미관계가 긴밀하지만 이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를 21세기의 전략 동맹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날 일본 아소 다로 총리와의 통화에선 "경제위기, 북한 핵,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서 긴밀히 연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일본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 이라크 파병 미군을 취임 후 16개월 안에 철군시키는 대신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테러리스트 근절에 미국의 힘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혔었다. 부시 행정부가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숨어서 힘을 키우고 있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에 집중하지 않고 잘못된 강박관념 때문에 이라크에서 일을 그르쳤다는 게 오바마 당선자의 논리다.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중심을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척 헤이글 미국 상원 의원은 6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한국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이 보다 넓은 영역에서 국익(國益)을 공유하는 21세기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하려면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헤이글 의원은 차기 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인물이다. 미국은 그간 우리 정부에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의사를 타진해 왔다. 그러나 2007년 7월의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23명 피랍사건 이후 건설·의료 분야를 지원하던 210명 규모의 다산·동의부대를 모두 철수시켰고 국내 여론도 여전히 좋지 않다. 그래서 지난 8월 부시 대통령 방한 때 '비(非)군사적 지원'에 한정키로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4만여명을 비롯해 40개국 7만15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군 지휘권은 미국에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이양됐다. 오바마 당선자는 현재 14만6000여명 규모의 이라크 미군 병력을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이동시키면서 세계 각국의 도움을 얻어 다국적군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접경지역의 테러 활동에 대한 대처에도 다국적군의 주도적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의 국제 안보·경제 질서를 통해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로 성장한 우리 역시 테러나 초(超)국가범죄 등 세계적 현안에 무심(無心)할 수 없으며 '한·미 21세기 글로벌 전략 동맹'이란 말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도 떠안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프가니스탄 지원문제는 한·미 동맹의 미래, 국익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해 나가야 할 사안이다.
[서울신문 사설-20081108토] 美·日·유럽의 마이너스 성장 대비하라
글로벌 금융불안이 실물부문으로 이전되면서 세계 경제가 가파르게 가라앉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유동성 공급과 재정 확대에 이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는 등 내수를 부추기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수정치에서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이 경기침체 기준선을 밑도는 2.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률 동시 위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일본, 유럽은 마이너스, 중국은 경기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8.5%의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주요국들의 위기 대응에 발맞추어 달러화·원화 공급 확대, 건설업체와 중소기업 지원 강화, 재정 확대 등 금융 및 실물경제 활성화 대책 외에 기준금리를 지난달 1%포인트, 어제 0.25%포인트 등 1.25%포인트 내렸다.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수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를 견인할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내년도 수정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2∼3년은 성장은 차치하고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고강도대책에만 의존하기보다 장기전에 돌입하는 태세로 전환해야 한다. 실탄을 아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0.25%포인트로 줄인 것도 그런 뜻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기업과 가계도 정부에 무작정 손을 내밀 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과 부채를 줄이는 등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81108토] 잇단 금리인하 신용경색 풀기엔 역부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으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10월9일의 0.25%포인트 인하, 28일의 0.75%포인트 인하에 이어 한달 새 1.25%포인트 내린 것은 시중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붙는 것을 저지하고 가계와 중소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지속적인 금리인하에도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신규자금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의 연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공채 등의 금리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어음(CP) 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으며 기업들의 자금난은 여전하다.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자 자영업자와 가계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달러 유동성의 큰 고비는 넘겼지만 주식과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금융경색이 풀리지 않으니 실물경제 침체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일자리 감소, 실업증가, 가계소득 감소는 소비둔화와 내수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수출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미국은 4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중국의 성장세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3ㆍ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간 유럽과 일본 등의 경제도 언제 회복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선진국 경제가 힘들어지자 개도국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2.2%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돈맥경화 현상을 풀지 못하면 경기는 더욱 침체돼 복합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자금의 경색현상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증시와 부동산 침체로 금융권의 부실이 커지면서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는 탓이 있지만 유동성이 아직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이 은행채 매입 등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공급에 나서야 한다.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게 바람직하다. 물가나 국제금리 수준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금리는 아직도 여유가 있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양성희(문화스포츠부문차장)-20081108토]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은 벤치나 표지판 같은 도시 미관, 건축물에서 넓게는 도시계획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공공디자인을 통해 쇠락하던 지역이 경제적으로 살아나는 경제효과도 주목받는다. 아름다운 공간 자체가 마케팅 요소가 되는 ‘공간마케팅’ 개념도 있다. ‘공간디자인’ ‘공공미술’과도 겹쳐진다. “공공디자인은 도시에 대한 ‘성형수술’을 넘어서 개성 없는 도시에 성격을 부여하는 행위. 하나의 이념이자 태도”라는 말도 있다(권영걸).
공공디자인의 강국은 역시 유럽이다. 최근에는 일본이 급부상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은 도쿄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후반 일명 ‘도시 재생 정책’이 기점이 됐다. 버블 경제의 붕괴와 함께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 정부가 그 타개책으로 ‘도시에 디자인’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2002년 도쿄역 앞 마루노치 빌딩을 시작으로 모리그룹의 롯폰기 힐즈(2003), 오모테산도 힐즈(2006), 미드타운과 신마루노치 빌딩(2007) 등 최첨단 초대형 건축물이 속속 들어섰다. 안도 타다오, 구로사와 기쇼 등 일본의 스타 건축가들이 총동원됐다. 거리와 건축의 표정이 바뀌자 그를 보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축과 관광의 명소로 새롭게 부상하면서 지역경제마저 함께 살아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도쿄의 도시재생이 지나치게 국제화 전략에 치중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상업적 화려함이나 규모 못지않게, 지역의 역사성, 주민과의 소통, 공동체·민간주도에 무엇보다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우리 사회에서도 주요 화두다. 최근 열린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엑스포’에서 ‘공공디자인 대상(공공기관 부문)’을 받은 안양시는 재수 끝에 대도시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주요 문화시설을 15분 안에 연결시켜, 산업도시에서 자족적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한 컨셉트가 호평받았다.
부산 문현동 벽화사업도 눈길을 끌었다. 서민 동네 주민들의 벽화작업으로 동네가 아름다워진 것은 물론 구경 오는 이들마저 생겨 1석2조의 주민 참여형 공공디자인이다. 지자체의 치적에 충실한 과시적인 공공디자인보다 시민의 일상에 밀착한 것이 진정한 공동체 디자인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학순(선임기자)-20081108토] 킹 목사의 꿈
1950년 일본 미야자키 현 동해안의 무인도 고지마에 일본원숭이가 집단서식하고 있었다.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학자들은 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길들이기에 성공했다. 먹이는 밭에서 자란 흙투성이 고구마였다. 어느 날부터 한 원숭이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원숭이들이 따라했다. 고구마가 흙이 씹히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무리의 반 수 이상이 씻어 먹기에 이르렀다.
원숭이들은 강물이 마르게 되자 바닷가에 나가 고구마를 씻어 짭짤한 맛까지 즐겼다. 이 같은 집단 행위는 놀랍게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자키 산에 서식하던 원숭이 무리에서도 관찰됐다. 두 곳의 원숭이들 간에는 어떠한 교류도 없었고, 노하우를 전해 준 원숭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일본 생물학자 이마니시 겐이치는 이 연구 결과에 따라 ‘공진화’(共進化)라는 획기적인 이론을 발표했다. 동물에게는 적자생존이나 생존경쟁의 다위니즘만 있는 게 아니라 협력관계도 존재하며, 개체의 진화가 아니라 함께 진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마니시는 이 공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백한마리째 원숭이>라는 책을 썼다. ‘백한마리째 원숭이’는 경계점을 찾기 위해 편의상 수치화한 것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첫 번째 원숭이’는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존재다. ‘백한마리째 원숭이 현상’은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 수가 일정량에 이르면 그 행동이 집단 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리나 공간을 넘어서까지 확산된다는 사회학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버락 오바마가 사상 첫 흑인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백한마리째 원숭이 현상과 비교해도 좋을 듯하다. 첫 번째 원숭이 역할을 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오바마라는 ‘백한마리째 원숭이’를 탄생시킨 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킹 목사가 1963년 노예해방 100주년을 맞아 포효하듯 토해낸 꿈은 ‘내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었다. 킹 목사의 꿈은 시간이 흘러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흑인들의 피와 눈물로 일궈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양적 변화가 임계점에 이르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법칙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취재여록/김진수(생화경제부기자)-20081108토] 가래떡데이를 아시나요
해마다 11월11일이면 유통가에선 '빼빼로데이'라 해서 난리가 난다. 90년대 중반 한 제과업체가 내놓은 초콜릿과자 '빼빼로'가 숫자 11을 연상시킨다 해서 생긴 기념일 아닌 기념일이다. 이날을 앞두고 10~20대는 온통 빼빼로 구입에 매달린다.
빼빼로데이를 본뜬 짝퉁 기념일도 속속 등장했다. 한 남성 패션브랜드는 넥타이가 숫자 1처럼 길쭉하다는 점에 착안,11일을 '넥타이데이'라고 정해놓고 넥타이를 사면 덤으로 1개를 더 준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1% 할인쿠폰데이''1+1 기획전데이'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당장 11월8일은 일본 란제리업체가 만든 '브라데이'다. 11은 브래지어의 끈을,8은 눕혀보면 브래지어 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특정한 날을 기념일로 정하고 관련 상품의 판촉에 나서는 '데이 마케팅'은 '밸런타인데이'(2월14일)에서 비롯됐다. 요즘처럼 팍팍한 일상 속에 작은 활력소로 여길 만도 하다.
하지만 일본 초콜릿 업계가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한 밸런타인데이가 오히려 국내에서 더 극성인 것을 보면 곱게만 볼 수가 없다. 자의적으로 날짜를 정하고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는 얄팍한 상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들은 데이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려 좋겠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중국산 저가 초콜릿이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품이 대량 유통되는 게 단적인 예다. 국적 불명의 빼빼로 과자를 곰인형과 묶어 4만~5만원에 파는 곳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저런 '데이'가 범람해도 의미있게 이어갈 만한 날도 있다. 11일은 '농민의 날'이자 '가래떡데이'이다. 몇 해 전 안철수연구소가 빼빼로 대신 우리 것을 살리자는 뜻에서 가래떡을 나눠 먹으면서 이런 별칭이 붙었다. 이에 맞춰 농림수산식품부는 전국 주요 떡 매장들과 손잡고 가래떡을 나눠주며 쌀 소비 촉진운동을 펴고 있다.
같은 날을 기념하지만 빼빼로데이와 가래떡데이가 주는 느낌은 천양지차이다. 풍년인데도 오히려 수입이 줄어 걱정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진정성을 결코 반짝 상술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혜정(소설가)-20081108토] '즐기다' 와 '때우다'
얼마 전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스페인 사람들의 식사 습관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스페인 사람들의 점심식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되고, 저녁은 오후 9시부터 먹는다. 또한 정식으로 먹는 그들의 식사량은 놀랄 만큼 많았다. 빵, 와인과 함께 세 가지 코스의 요리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우리 여행단은 아무것도 모르고 스페인 사람들과 똑같이 먹겠다며 정식코스를 주문하였다. 첫 번째 접시가 나오자 사람들은 먹기에 바빴고, 첫 번째 접시를 비우자 다들 배가 부르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연이어 고기로 구성된 두 번째 접시가 나왔다. 결국 우리는 두 번째 접시의 3분의 1도 먹지 못했고, 디저트의 세 번째 접시는 쳐다만 보아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도대체 스페인 사람들은 이 어마어마한 양을 어떻게 다 먹을까 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지인들은 이제 겨우 첫 번째 요리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대화를 하며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우리나라 평일 점심시간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점심시간을 떠올려 보자. 낮 12시가 되면 식당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자리에 앉자마자 급하게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면 대화도 없이 먹기에 급급하며, 식사가 끝나면 소화도 되기 전에 일어난다. 식당에 들어가서 나오는 시간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우리에게 있어 식사는 '즐기는' 것보다 '때우는' 것에 더 가깝다.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 연료를 주입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식사를 하며, 실제로 '오늘 점심은 뭐로 때우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나라에는 즐기는 문화가 없다며 사람들 스스로 아쉬워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식사부터 즐겨보는 건 어떨까? 꼭 비싼 레스토랑에서만 식사를 즐기라는 법은 없다. 음식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먹지 말고, 앞에 앉아 있는 동료의 얼굴을 보며 한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 오늘 김치찌개의 맛은 어떤지 천천히 먹으면서 음미해 보는 것이다. 즐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출처] 2008년 11월 8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작성자 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