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의 소녀 외 _ 테라야마 슈우시

김선미20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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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의 소녀

테라야마 슈우시





1. 소녀는 지평선을 가볍게 허리에 두르고 외출을 한다.
2. 탐정이 찾아와 가족들의 충치에 대하여 상세히 노트한다.
3. 수음상습범(手淫常習犯)인 하녀가 앵무새에게 말을 도둑

   맞고 실어증이 된다.



    그것은
    책을 읽는 고양이 때문이다
    그릇 찬장 속에서
    역사가 눈을 뜬다



4. 말 더듬이 집사(執事)가
   애스키얼그 요리에 대하여 부인과 논의를 하고 있다는 추론
5. 그 방정식은
   엄지손가락+우유x=서양사 개론
6. 아인슈타인이란 이름의 개를 단속하라!
   상상력이 쥐와 수(數)를 다툰다.
7. 발광한 어머니가
   욕조 속에서 예쁜 물소를 기르기 시작한다.
8. 소녀가 잠들면 시계노파(時計老婆)가 깨어나고
   시계노파가 잠들면 소녀가 깨어난다.
9. 복화술사의 인형이 「엉덩이 벗는 법」에 관한 학위논문을 

   쓴다.



    그것은
    책을 읽는 고양이 때문이다
    상상되지 않은 것을
    3개 들어 보라



10. 초라한 이발사는 코를 미워한다.
    5월의 나무줄기에 면도칼을 갈면서
11. 「깨끗한 것은 더럽고 더러운 것은 깨끗해」
    소녀는 결심을 하고 야영(夜泳)을 한다
12. 큰 새가 오는 날은
    탁자의 오래된 작은 상처가 아파온다
13. 세계는 숫자로 되어 있다
    하나가 모자라면 누군가가 보충한다
    나는 언제나 맨발로 걷는다
    언어와 침묵의 사이는 아사세의 강기슭







고추 잠자리

테라야마 슈우시




월요일 여인은 고물상까지 가서 아무 것도 팔지 않고 돌아 왔다
화요일 여인은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수요일 여인은 빨래를 했다 평소 때의 절반 정도의 시간으로
목요일 여인은 왠지 공원 벤치에 혼자 앉아 있었다
금요일 여인은 복덕방 앞에서 멈추어 섰다
툐요일 여인은 레코드 가게 앞에서 니나시몬을 언제까지나 듣고

       있었다
일요일 여인은 혼자 울고 있었다
       떠나온 창가에
       오늘도 고추잠자리 한 마리 찾아와 앉았다






박현서 옮김, 일본현대시선, 청하,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