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면

양석환20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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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슬픔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갑자기 튀어나와 나를 찌르곤 해.

종이에 베인다거나 날카로운 펜에 찔린다거나, 그런 것과 비슷해.

이를테면 책갈피 속에 꽂혀 있는 콘서트 티켓이라거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라거나

늦은 밤, 우리 집 창 밖에 서서

오래오래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가 공유했던 것들을 상기시킬 때,

아픔은 내가 뒤집어쓰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뚫고

단번에 심장에 이르러.

우리는 어쩌자고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함께 나누었을까.

그 순간은 행복했고 모든 추억은 지나고 나면

아름다워지는 거라고는 제발, 말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