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걸어왔어도 쉽게 앉지 못하고 있다 앉자마자 보게 될 꼭 한 사람만큼의 빈자리 다시 일어나 걸어갈까 애초부터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앞만 보고 중얼거릴까 철없이 붉은 물드는 가슴 응석 받아낸다고 온종일을 다 갖다 바치기도 했다 한 걸음 옮겨지면 한 잎새 발자국을 채우고 얼마큼의 낙엽을 만들어내면 겨울잠을 자게 될까 꼭 한 사람만 들어가는 꿈의 문턱 홀로 놀아도 웃을 수 있는 놀이터 일어나자 걸음을 옮겨 낙엽을 흘리자 붉게 붉게 뽑아내고 뽑아내면 쉴 수 있는 내 집이 보일테니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더 아프게 붉어져도 조금만 더 있다가 그 자리에 가장 붉게 낸 낙엽 하나만 놓고 가려고 거기 있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해서 나였다는 것만 기억해주었으면 해서 by 이세협
남겨 둔 낙엽
쉼없이 걸어왔어도
쉽게 앉지 못하고 있다
앉자마자 보게 될
꼭 한 사람만큼의 빈자리
다시 일어나 걸어갈까
애초부터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앞만 보고 중얼거릴까
철없이 붉은 물드는
가슴 응석 받아낸다고
온종일을 다 갖다 바치기도 했다
한 걸음
옮겨지면
한 잎새
발자국을 채우고
얼마큼의 낙엽을 만들어내면
겨울잠을 자게 될까
꼭 한 사람만 들어가는 꿈의 문턱
홀로 놀아도 웃을 수 있는 놀이터
일어나자
걸음을 옮겨 낙엽을 흘리자
붉게 붉게 뽑아내고 뽑아내면
쉴 수 있는 내 집이 보일테니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더 아프게 붉어져도
조금만 더 있다가
그 자리에
가장 붉게 낸 낙엽 하나만
놓고 가려고
거기 있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해서
나였다는 것만
기억해주었으면 해서
by 이세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