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劇 外 _ 변의수

김선미200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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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劇

변의수





나무에 구멍을 내었다

구멍에다 속삭였다 나무판자 속의 눈,

뒤엉킨 그림자!

나무의 구멍에다 속삭였으니,



사각형의 육체 속에

들어 있는 저

표정,

난 딱딱한 육체를 뜯어내어 외출을 한다

판자처럼 뜯겨나간 껍질,

어긋난 생각의 칫수



머리 한켠을 깎았다

빨간 모자가 흘러내린다



꿈을 꾸는 동안 그림자는 줄어든다

나무에 매달려,



비명도 지를 수 없는 사이

대패질이 한 쪽 눈을 깎아버렸다



이 어긋난 머리를 가만 둘 순 없는 것이다



그림자를 가진 나무인형의 댓가!









간호사의 집

변의수





창마다 검은 잎이 붙어 있다 이것은 죽음으로 몰아넣는 고문이다



포르말린으로 변색한 눈, 흰 손등을 드러낸 소년, 검은 꽃잎이 입술을 벌린다 겁에 질린 소년이 계단에 숨는다 검은 시간이 소년의 목을 조인다 검은 기침… 약사는 하얀 가루를 내민다 누가 소년의 등에 침을 뱉었다 꿈틀거렸지만 소년은 잠잠했다 등에서 침이 흘러내리고



소년은 하얀 차에 태워졌다 꿈틀거리는 소년에게 주문을 건다 주사약 같은 말들로 소년은 소독되어지고 검은 창 속으로 소년은 옮겨진다 검은 방에서 딱딱하게 소년은 굳는다



버스에서 소년을 보호하려는 난쟁이 엄마, 나는 그 정경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끝내 그녀가 난쟁이인지 알지 못했다 검은 잎이 비쳐 들어왔다



나는 검은 나뭇잎에게 들키지 않았는지 흠칫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간호사가 주사약을 먹인다 달콤한 약, 나는 알약을 간호사의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책상 위의 운석

변의수





햇살은 유리 위를 움직인다 무성한 나무로 빛나는 사막, 식욕을 찾은 여우처럼 화면 위를 기어다닌다 이것은 그의 사냥의 방식이다 빛의 화학작용, 그가 꿈을 꾸는 침대다



무성한 숫자의 꽃들, 머리를 찌르는 핀처럼 유리 위에서 반짝이다 사라진다 유리 위에 내린 뿌리는 투명하다 시들지 않는 꽃,



그의 눈엔 차양을 쳐 두었다 창 밖의 태양은 따갑다 태양은 유리의 사막 속에서 떠오른다 유리의 사막 뒤로 기운다 그가 가진 태양, 살아 있는 사막, 어쩌면 물방울이나 열매였을지도 모르는 몸, 0이나 1이 아닌 2같은 숫자였는지도 모르는 일, 그는 0과 1의 침대 속에서 깨어나고 0과 1의 숫자 속에서 반짝이다 사라진다 차가운 오아시스의 태양, 그의 눈은 사막의 돌로 반짝인다









컵 속의 낙타

변의수





컵 속의 물은 조용하다 고래도 없다

컵은 예전엔 모래였다 무수한 햇빛의 알갱이

태양이 몸을 띄워 올리던 연못,

컵 속에서 물은 무릎을 고여 앉았다

사막의 낙타처럼,

투명한 몸을 모락모락 들어올리는 햇살,

이제 낙타는 발을 감추어야 하는 것이다

햇빛 속으로









쿠르트 게르시타인에 대한 추모
-영원한 제국을 위하여

변의수





유태인 이주물자로 불리워진 살인가스 찌클론B에 희생된 의붓동생의 복수를 위해 친위장교에 자원, 아우슈비츠를 폭로하나 서방세계는 외면하고 종전되자 그는 프랑스군에 자수하고 스스로 목을 맨다





중얼거리는 해

게으르게 솟아올라

금빛 몸을 흔든다

취한 무리들

입 맞춘다

긴 길 위에 엎드려



바람에 흔들릴 무렵이면 풀잎은 검게 변해 드러눕는다



사람들은 몰려든다

그러나 사라진다

빈 구멍을 빠져나가듯

땅 속으로 우중충한 구름 속으로 어둠 속으로

상부,

잿빛구름 위의

볼 수도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사내가 차를 몰아 질주했다

당국에선 정신이상으로 발표했고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불결한 공기지만 아이를 갖고

웅크릴 집들을 지으며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견딜 수 없는 자들은 살인을 한다. 거리에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나무 뒤,

발 아래,

새의 눈빛 속에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손,



몇은 탈출했다고도 하지만

실종되었다고 믿는 것이 옳다

성공했다면 이곳은 구출될 것이다

차단로 잠금장치 폐쇄회로 모든 시설, 시스템은 파괴 되어져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안전하다



섹스, 음주, 학술, 예술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접근하지 못한다

여기서,

삶에 대한 숙고 논의는 금지되었다



형이상 - 그것은 사이비이거나 마술,

은유와 상징 - 그것은 심적 기만, 유희에 불과한 것

모든 것이 곧, 거짓임이 밝혀질 거라며

맥주를 따르고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세간의 화제가 된 베스트셀러를 이야기했고 여자의 엉덩이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 자리에 없는 친구의 욕을 헤대기 시작했고

음담패설을 지껄이다 일어섰다



종교도 하나의 거래에 불과한 것

화폐를 건네고 안식을 맛보는, 즐기는



하수구에 널려 있는 검은 기름덩이 녹슨 깡통 화학섬유의 쓰레기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알콜에 취하는 것,

사디스트,

전기 철조망에 몸을 던져버리는 일,

신은 십자가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어둠의 혀처럼 누워 있는 포장도로

검은 공기를 뚫고

시간을 지켜 와 닿는 열차,

여인은 아이를 달랬다

여행은 끝났다며



빈번이 묵살 당한 누설,

누구도 믿으려들지 않고

서류철 깊숙이 넣어버렸지만,

어둠 속,

등을 겨누겠지만



드러날 것이다



시간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산 끝,

펼쳐지는 노을

태양의 중얼거림은

잠들지 않는다



수런거리지만

분명한 건

누구도 여기서 한 걸음도 걸어나갈 수 없다는 것

사이렌 소리 울리지 않는

평온한 밤,

모두는 또 다시 이불을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