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하는 남자

김성민2008.11.16
조회47
조깅하는 남자

오늘은 내가 좀 일찍 나왔나 봐요.

아직 그녀가 보이질 않습니다.

요즘 매일 이렇게 아침운동을 하고 있어요.

가볍게 조깅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줄넘기도 하고..

그동안 사실 운동이랑은 높이 담을 쌓고 살았었는데,

그래서 날이 갈수록 배가 나오고 있었는데..

한 달 전쯤에 아버지랑 아침 조깅을 한 번 나왔다가

그 날로 조깅의 단 맛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동네에 내가 콕, 찍어둔 여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 날 조깅하다가 그녀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다음 날부터 이렇게 아버지가 안 나오셔도

혼자 아침 운동을 열심히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안 나오시는 게 더 좋아요.

그래야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가 있죠.

 

그녀는 고맙게도 강아지를 데리고 조깅을 합니다.

강아지 이름이 '콩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말 걸기가 얼마나 좋아요?

강아지만 한 마리 있으면..그녀에게 다가서는 건,

식은 죽 먹기죠.

그래서 동물 병원에 수의사로 있는 친구한테 가서

아주 귀엽고 애교 많은 놈으로

한 놈 부탁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그녀에게 더 예쁘게 보이려고

어제 미용 하러 데리고 가려고 했었는데...

미용사가 차 사고가 나서 오늘은 너무 밀려 있으니까,

주말에 데리고 오라고 하더라구요.

 

좀 춥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상쾌합니다.

오늘은 새로 장만한 트레이닝복까지

쫙~ 빼입고 나왔어요.

그리고 우리 귀여운 '몽실이'도

겨울 코트를 입혀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어...저기 그녀가 오고 있습니다.

역시 고마운 나의 '몽실이'가

'콩이'를 아는 척 하고 짖고 있네요.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네, 좀 추운 것 같아서 콩이를 두고 나오려다가..

다시 들어가서 데리고 나왔거든요.."

“ 저기..이거 우리 몽실이 거 하나 사면서...

콩이 것도 하나 샀는데..

맞나 입혀 보실래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조만간 콩이의 옷이 아니라,

그녀의 옷을 선물하게 될 날이 오겠죠..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어야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천천히 다가서라고,

지금의 그 떨림과 설렘을 오래오래 만끽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