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옛 몽골 문자 본떴다?

박경진200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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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옛 몽골 문자 본떴다?파스파 문자(왼쪽)와 같은 발음의 훈민정음.해외학자들 "파스파 문자 본떠"

"ㅇ자·받침 등 한글 독창성" 반박

해외의 일부 문자(文字)학자들은 한글이 몽골의 '파스파(八思巴) 문자'를 본뜬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국내 학자들은 지금까지 이 학설에 대해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김정배)이 18~19일 개최하는 '훈민정음과 파스파 문자 국제워크숍'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파스파 문자 관련 고서인 영국도서관 소장 《몽고자운》의 영인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한 이번 워크숍은 오래 전부터 관련 자료를 분석해 온 정광(鄭光) 고려대 명예교수가 본격적인 '반론'을 마련했다.

파스파 문자는 1269년 티베트 출신의 파스파가 원(元)나라 세조(世祖) 쿠빌라이의 명을 받아 만든 문자로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정 교수는 18일 발표할 논문 〈훈민정음 자형(字形)의 독창성〉에서 훈민정음과 파스파 문자를 면밀하게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훈민정음이 파스파 문자로부터 일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음(牙音·어금닛소리), 설음(舌音·혓소리), 순음(脣音·입술소리) 같은 36개의 중국어 자모(字母·한글의 초성)를 기본 틀로 해서 글자를 만들었다는 점 등 유사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 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한글의 자형(字形)은 완전히 독창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파스파 문자와는 다르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파스파 문자가 티베트 문자의 형태를 조금 변형해 만든 것인 반면, 훈민정음은 발음기관의 모습과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를 표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든 글자라는 것이다.

《훈민정음》의 〈제자해(制字解)〉편에는 "아음 ㄱ(기역)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습을 본뜨다" "치음(齒音·잇소리) ㅅ(시옷)은 치아의 모습을 본뜨다" "후음(喉音·목구멍소리) ㅇ(이응)은 목구멍의 모습을 본뜨다"는 등의 글자 창제 원리가 적혀 있지만 외국 학자들은 이를 무시했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또 ▲소리가 나지 않는 'ㅇ'자를 써서 모든 중성자(모음)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파스파 문자에는 없는 종성(받침)이 존재하는 것 역시 훈민정음만의 독창성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가 19일 발표하는 〈훈민정음의 제정과 반포 재고〉는 《해례본 훈민정음》의 완성일인 1446년(세종 28) 9월 상한(양력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한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실록에 의하면 훈민정음의 창제는 1443년(세종 25) 12월(양력 1444년 1월)에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글의 파스파 문자 모방설'의 대표적 학자인 게리 레드야드(Ledyard)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몽골계 학자인 주나스트(照那斯圖)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 등도 참석해 한글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게 된다. (031)709-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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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글의 파스파 문자 모방설'을 반박하고 있는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왼쪽). 오른쪽은 김정배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유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