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장생과의 만남 어린 마음이 이리도 무거운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생전 아비라 한번 불러 보지도 못할.. 아비란 자는 문간에 못 박힌듯 서 있는 길이를 홀로 둔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간다. 한참을 망설이다. 대감마님 재촉에 조심조심 한발을 내딛는 길. 대감을 뒤따라 들어선 집안은 집 안에 집이 또 있는 듯 수 많은 방이 끝이 없는 듯 보였다. "여봐라... 내.. 지방에 있는 벗에게 갔다가.. 소일거리 시킬 똘똘한.. 아이하날 .. 데려왔다.. 씻기고.. 묵을 곳을 정해주거라.. " 기대도 안 했지만.. 정녕 못 믿을 것이 사내라 했던가.. 생살 찢어내듯 어미와 떼어내 데려온 지 자식을 어찌 노비로 둔 다 이말인가? 어미곁에서 근근히 살아왔으나, 어미의 품에서 사랑받으며 곱게 커 온 어린 녀석이 애비란 자의 집에 끌려와.. 노비라는 족쇄를 차고 평생을 살게 되었으니... 이 일을 알게 되면.. 그 어미 매향의 가슴이 얼마나 찟어질꼬.. 어미와 떨어져.. 온통.. 두려움 투성이인.. 어린 길인.. 잔뜩 움츠러진.. 작은 어깨를 파르르 떨며.. 생전 처음 보는.. 큰 집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당장이라도.. 땅으로 꺼질듯.. 작은 숨을 토해내며 서있다.. 모든게 낯설고, 두렵기만 하니.. 누구라도 이곳에서 날 좀 데려가 주오.. 울어버리고 싶은걸 억지로 억지로 참고 서 있는데.. "제가 데려가 잘래요.. 예? 그리해도 되죠? 내 동생 삼을 라요.." 그냥 보기에도.. 녀석.. 길이보다.. 서너살 밖엔 더 먹어 보이질 않는데.. 말 폼새며... 단단한.. 체구가.. 여느. 어린 아이 답지 않게 믿음직스러운 데가 있다.. 처음 보는 녀석에게 대뜸 형이 되어주겠다며 다가온 그 녀석.. 길이의 평생의 벗이 되어 줄 장생이다 "이야.. 너.. 참.. 곱게 생겼다. 이름이 뭐니? 난.. 장생이다! 내가 이제부터. 니 형님이다.. 내 곁에 꼬~옥.. 붙어있 음.. 어떤 종놈의 자식도 너한테 함부로 매질하지 못 할테니 걱정말아! 이 집에선 아이들 중 내가 젤 힘이 쌔다구! 형이랑 같이 가자.. " 어린 녀석이.. 존심은 있어서.. 살갑게 구는.. 장생 녀석을.. 한참을 경계하듯 쏘아보며 미동도 않고 서있는 디 .. 그런 길이의 시선에 괜히 무안해졌던지.. 씨익 웃고선.. 무슨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가슴 팍에 꼬옥 안고 서 있는 길이의 보따리를 냅따 빼앗아 들며.. 길이 손을 잡는다. “허헛..그 자식.. 생긴 건 곱디 고운게 승깔있네..” " 놔~요.. 이거. 저도 혼자 들고 갈 수 있어요." 야무지게 그런 장생을 쏘아보며 앞서 걸어가는 공길이. 녀석.. 어린 마음에도 누구에게든 쉬이 보이긴 싫었던 모양이다. 뒷 머릴 한번 쓰윽 긁적이며.. 얼른 공길이 앞으로 뛰어가 제 방으로 들어간 장생이 이불이며 옷가지며 이것저것 형답게 챙겨주는 녀석. 줄 곧.. 냉랭한.. 공길이 녀석을 오히려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연신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 장생일 보면서 어느 새 난생 처음으로 너무 큰 상처를 입어 굳게 닫혀 버렸던 어린 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운명이란 게 있다면.. 이 두 녀석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런지.. 생전 처음 보는 둘 사이가.. 세월의 흐름 만큼의 믿음과 우정과 벗 이상의 사랑의 감정으로 싹트게 되었으니.. 태어나 유일한 벗이였던 어미의 곁을 떠나와 온몸으로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던 공길에게 세상을 떠날 때 까지 함께 할 영원한 벗이 생기게 된것이다. 이렇게.. 녀석들은.. 둘의 인생이 아닌..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어린 길에겐 그곳에서의 하루하루가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선 것 투성이였는데.. 제 몸보다 큰 물동이라도 올려 질라치면 어느 새 달려와 제 어꺠로 받아 짊어지는 장생이 덕에 그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니..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제가 받을 사랑을 타고 난 것일까.. 기방에서 익힌.. 언문이며.,. 노래며.. 그림이며... 지 어미에게 익혀둔.. 재주가.. 왠만한.. 양반 댁.. 애기씨 못지 않았으니.. 길이가.. 자라 날 수록.. 몸에 배어있는.. 그 ..뭐라 말할 수 없는.. 다소곳함과.. 그 아이만의 아름다움은.. 감춰 지기는 커녕 날이 갈 수록 그 향기를 더 해갔는데.. 녀석이.. 분명.. 사내 아이임에도.. 함께.. 살던.. 노비들은.. 녀석을.. 마치.. 계집아이 대하듯... 하게 되었는 데 .. 무슨일 이든.. 조용조용...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해 내면서도.. 야무진 손끝으로.. 척척 해내어 여종들에겐.. 사고나 치는 철부지 다른 여자 아이들보다 훨씬 믿음가고 귀여운 아이였으며, 또래 아이들은 말썽이나 부리고 다녀 되려 성가시기만 한데 녀석은 제 힘이 안돼서 못하는 일이라도 꽤 부리지 않고 형들에게 물어가며 하나라도 배우려 하고, 조용조용 곁에서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을 보곤 사내들도 모두 제 동생 마냥 예뻐했더랬다. 길 잃은 짐승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지 먹을 몫을 떼어놨다 던져 주고 오던 정 많고, 다정한 아이.. 누가 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늙은 할미든..억센 사내들이든.. 집안의 일꾼들은 모두들.. 고운 얼굴마냥 예쁜 짓만 하는 공길이를 지 피붙이 마냥 살갑게 대했는데..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일곱살 어린 나이에 이끌려온 대감 댁 생활도 이젠 익숙해 져가고.. 밤이면 홀로 남아 있을 어미 생각에 눈물 마를 날이 없던 길이도 이젠.. 차츰.. 그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왕의 남자 전편) 우리가 보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 (3)
# 3. 장생과의 만남
어린 마음이 이리도 무거운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생전 아비라 한번 불러 보지도 못할..
아비란 자는 문간에 못 박힌듯 서 있는 길이를
홀로 둔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간다.
한참을 망설이다. 대감마님 재촉에 조심조심
한발을 내딛는 길.
대감을 뒤따라 들어선 집안은 집 안에 집이 또 있는 듯
수 많은 방이 끝이 없는 듯 보였다.
"여봐라... 내.. 지방에 있는 벗에게 갔다가..
소일거리 시킬 똘똘한.. 아이하날 .. 데려왔다..
씻기고.. 묵을 곳을 정해주거라.. "
기대도 안 했지만.. 정녕 못 믿을 것이
사내라 했던가..
생살 찢어내듯 어미와 떼어내 데려온
지 자식을 어찌 노비로 둔 다 이말인가?
어미곁에서 근근히 살아왔으나,
어미의 품에서
사랑받으며 곱게 커 온 어린 녀석이
애비란 자의 집에 끌려와.. 노비라는 족쇄를 차고
평생을 살게 되었으니...
이 일을 알게 되면.. 그 어미 매향의 가슴이
얼마나 찟어질꼬..
어미와 떨어져.. 온통.. 두려움 투성이인.. 어린 길인..
잔뜩 움츠러진.. 작은 어깨를 파르르 떨며..
생전 처음 보는.. 큰 집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당장이라도.. 땅으로 꺼질듯..
작은 숨을 토해내며 서있다..
모든게 낯설고, 두렵기만 하니..
누구라도 이곳에서 날 좀 데려가 주오..
울어버리고 싶은걸 억지로 억지로 참고 서 있는데..
"제가 데려가 잘래요.. 예? 그리해도 되죠?
내 동생 삼을 라요.."
그냥 보기에도.. 녀석.. 길이보다.. 서너살 밖엔
더 먹어 보이질 않는데..
말 폼새며... 단단한.. 체구가.. 여느. 어린 아이 답지 않게
믿음직스러운 데가 있다..
처음 보는 녀석에게 대뜸 형이 되어주겠다며 다가온
그 녀석.. 길이의 평생의 벗이 되어 줄 장생이다
"이야.. 너.. 참.. 곱게 생겼다. 이름이 뭐니?
난.. 장생이다!
내가 이제부터. 니 형님이다..
내 곁에 꼬~옥.. 붙어있 음.. 어떤 종놈의 자식도
너한테 함부로 매질하지 못 할테니 걱정말아!
이 집에선 아이들 중 내가 젤 힘이 쌔다구!
형이랑 같이 가자.. "
어린 녀석이.. 존심은 있어서..
살갑게 구는.. 장생 녀석을.. 한참을 경계하듯 쏘아보며
미동도 않고 서있는 디 ..
그런 길이의 시선에 괜히 무안해졌던지..
씨익 웃고선.. 무슨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가슴 팍에 꼬옥 안고 서 있는 길이의 보따리를
냅따 빼앗아 들며.. 길이 손을 잡는다.
“허헛..그 자식.. 생긴 건 곱디 고운게 승깔있네..”
" 놔~요.. 이거.
저도 혼자 들고 갈 수 있어요."
야무지게 그런 장생을 쏘아보며 앞서 걸어가는
공길이. 녀석.. 어린 마음에도
누구에게든 쉬이 보이긴 싫었던 모양이다.
뒷 머릴 한번 쓰윽 긁적이며..
얼른 공길이 앞으로 뛰어가
제 방으로 들어간 장생이
이불이며 옷가지며 이것저것 형답게 챙겨주는 녀석.
줄 곧.. 냉랭한.. 공길이 녀석을
오히려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연신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 장생일 보면서
어느 새 난생 처음으로 너무 큰 상처를 입어
굳게 닫혀 버렸던 어린 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운명이란 게 있다면.. 이 두 녀석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런지..
생전 처음 보는 둘 사이가..
세월의 흐름 만큼의 믿음과 우정과 벗 이상의 사랑의 감정으로
싹트게 되었으니..
태어나 유일한 벗이였던 어미의 곁을 떠나와
온몸으로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던 공길에게
세상을 떠날 때 까지 함께 할 영원한 벗이 생기게 된것이다.
이렇게.. 녀석들은.. 둘의 인생이 아닌..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어린 길에겐 그곳에서의 하루하루가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선 것 투성이였는데..
제 몸보다 큰 물동이라도 올려 질라치면
어느 새 달려와 제 어꺠로 받아 짊어지는 장생이 덕에
그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니..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제가 받을 사랑을 타고 난 것일까..
기방에서 익힌.. 언문이며.,. 노래며.. 그림이며...
지 어미에게 익혀둔.. 재주가..
왠만한.. 양반 댁.. 애기씨 못지 않았으니..
길이가.. 자라 날 수록..
몸에 배어있는.. 그 ..뭐라 말할 수 없는.. 다소곳함과..
그 아이만의 아름다움은.. 감춰 지기는 커녕
날이 갈 수록 그 향기를 더 해갔는데..
녀석이.. 분명.. 사내 아이임에도.. 함께.. 살던.. 노비들은..
녀석을.. 마치.. 계집아이 대하듯... 하게 되었는 데 ..
무슨일 이든.. 조용조용...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해 내면서도..
야무진 손끝으로.. 척척 해내어
여종들에겐.. 사고나 치는 철부지 다른 여자 아이들보다
훨씬 믿음가고 귀여운 아이였으며,
또래 아이들은 말썽이나 부리고 다녀 되려 성가시기만 한데
녀석은 제 힘이 안돼서 못하는 일이라도
꽤 부리지 않고 형들에게 물어가며 하나라도
배우려 하고, 조용조용 곁에서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을 보곤
사내들도 모두 제 동생 마냥 예뻐했더랬다.
길 잃은 짐승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지 먹을 몫을 떼어놨다 던져 주고 오던
정 많고, 다정한 아이..
누가 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늙은 할미든..억센 사내들이든..
집안의 일꾼들은 모두들.. 고운 얼굴마냥 예쁜 짓만
하는 공길이를 지 피붙이 마냥
살갑게 대했는데..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일곱살 어린 나이에 이끌려온 대감 댁 생활도
이젠 익숙해 져가고.. 밤이면 홀로 남아 있을
어미 생각에 눈물 마를 날이 없던 길이도
이젠.. 차츰.. 그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