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남녀

김태원200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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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과거가 궁금한 심리는 의심이 아닌 관심일 수도
요즘 모 방송 아침 연속극에는 아내의 과거 문제로 고민하는 남성이 나온다. 요조숙녀로 알고 결혼했던 아내의 난잡한 연애사가 속속 들어나면서 충격을 받는 그 남성의 모습을 보면 드라마 속의 얘기라고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다.

남녀들이 만남을 갖게 되면 상대의 이성관계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A씨도 얼마 전 그런 문제로 불쾌한 일을 겪었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30대의 그녀는 친구의 사촌오빠를 소개받았다.

A씨는 30대 중반 치고는 샤프한 매력을 가진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런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무르익으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남자 사귄 게 언제냐?”고 묻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받아들였지만, “그동안 연애 몇 번 해봤냐?”며 비슷한 질문을 재차 하는 그의 태도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물론 두 사람의 만남은 그날로 끝이 났다.

그 남성은 A씨의 남자관계를 캐내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상대의 과거가 궁금하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혹은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좋아할까?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이성관계까지 파고들게 만든 것이다.

과거 없는 상대 바라는 당신은 '양심 불량'
직장 남성 B씨는 결혼까지 생각하는 여자친구로부터 그녀의 과거사를 아주 상세하게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뭐든 숨기고 싶지 않다”는 그녀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혼할 남자에게 자기 과거를 말하는 여자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만큼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B씨는 다 이해하기로 했다.

요즘 같은 자유연애 시대에 과거 없는 상대를 원하는 것 자체가 갈등의 소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사귈수록, 혹은 결혼해서 함께 살수록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더러 듣기 싫은 소리도 듣고, 보기 싫은 모습도 볼텐데, 완벽함이나 순수함을 기대할수록 이런 상황에서 실망감도 크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이치는 다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이 사람 아닌 다른 사람과 연애를 했다면 상대 역시 마찬가지다. 플레이보이일수록 순결한 여성을 좋아하는 심리가 있다지만, 자기는 놀만큼 놀았으면서 상대에게 자신이 첫 남자이기를 바란다는 것은 그야말로 양심 불량이다.

과거는 판도라의 상자, 사랑 견고하다면 문제 안돼
연애는 가끔 사람을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게 만든다. 욕심인 줄 알면서도 지나친 것을 기대하게 되고, 아닌 줄 알면서도 그럴 거라고 믿고 싶게 한다. 상대의 과거만 해도 그렇다. 여기에는 이중적인 심리가 존재한다. 연애가 처음이라고 하면 ‘무슨 하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고, 연애를 많이 해봤다고 하면 ‘나한테는 진심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상대의 과거, 나의 과거에 대해 좀 더 쿨해지자. 상대가 나의 과거를 물으면 의심이 아니라 관심으로 받아들이자. 내 과거를 숨기기가 찜찜하다면 솔직하게 밝히자.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고, 이번만큼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해해주자.

단, 정도가 중요하다. 상대의 연애경험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과거 없는 사람은 상대의 과거를 이해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만 밝히는 것이 좋다.

남녀관계에서 과거는 판도라의 상자와 비슷하다. 열었을 때 슬픔, 질병, 증오, 시기 등 온갖 악이 쏟아졌듯 연인의 과거는 편지 풍파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 판도라의 상자 맨 밑에는 희망이 있었다는 것을. 두 사람의 사랑이 견고하다면 예전에 누굴 만났던 “까짓...” 하고 넘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