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나를 유혹하는 여인의 향기?

정희찬200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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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나를 유혹하는 여인의 향기?


얼마 전 이른 아침부터 나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몸부림을 친다. 참고로 나는 핸드폰을 진동 메너?모드로 설정해 놓았다. 어쨌건, 몸부림치는 핸드폰을 들자마자 “포도주 담가 놓았다. 언제 올꺼냐?”라는 낯익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나는 이 여인의 달콤한 유혹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지 머릿속에서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틈새에 세 개의 한자(漢字)가 각자 나타났다가 조합된다.


불(不)+효(孝)+자(子)=불효자. 사실, 나는 어머니에게 불효막심한 아들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불과 30분 정도 남짓한 곳에 어머니가 막내 여동생 내외와 함께 살고 계신다. 그러나 나는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자주 그녀에게 찾아가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나는 그녀와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치마를 붙들고 시장을 쫒아가려다가 여러 차례 혼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180도로 역전?이 되었다.


늙으신 어머니가 술을 좋아하는 아들을 못 마땅히 여기면서도, 자주 찾아오지 않는 아들을  유혹?하기 위해 직접 포도주를 담그는 모습이 눈에 선연하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8년이 되었다. 나는 자식들만 바라보고 적적하실 어머니를 생각해서 몇 해 전에 재혼을 권유했지만, 정작 남자친구를 소개해 드린 적이 없다.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60대 중반의 여자로 키도 큰 편은 아니고 예쁜 편도 아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신자(불교에서 개종)로 말씀도 차분하고 유머가 있는 농담도 잘하시는 분이다.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무릇 남자는 큰 길로 다녀야지, 작은 길로 다니면 못 쓴다.”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엄숙하면서도 낙천적이고 차분하면서도 때로는 활발한 성격을 지녔다. 쑥스럽지만 내가 말을 잘하는 이유도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자주 찾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특별히 나와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나에게는 한 가지 이루지 못한 큰 길(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열심히 돈을 벌면서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런 나의 모습을 어머니는 대견스러워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꿈을 위해 걸어간답시고 경제적 활동도 중단되어 있고, 틈만 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느라 그녀를 자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기념으로 가족들과 함께 서울근교로 가서 산행도 하고 식사도 할 예정이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데, 때마침 떡집에 주문해 놓았던 따끈따끈 생일 떡이 도착했다. 어머니가 올 봄에 시골에서 캐셨다는 쑥을 넣은 쑥설기다. 혹시, 그럴 리가 없겠지만 쑥설기 좋아하는 분들은 오늘 용문산으로 오시면 기꺼이 나눠드리겠다. (순간, 진짜로 많은 분들이 오면 어떻게 하려나 공연한 걱정이 된다.)


오늘 나는 어머니에게 변변한 선물은 없고, 이 글을 작성해서 어머니께 선물로 드릴 계획이다. 더불어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어머니와 단짝이 될 만한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실 분이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남자는 어머니와 비슷한 연령대로 돌아가신 아버님처럼 무뚝뚝한 남자보다 상냥하고 자상한 분이면 좋겠다. 이왕이면 더 솔직히 말해서 데이트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분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혹시 주변에 그런 멋진 젊은 할아버지?가 있으면 꼭 연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저희 가족들이 이 글을 보고 배꼽잡고 웃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즐거워진다.


이젠 어머니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오늘 일요일의 한가한 휴일을 행복하게 보내세요. 저처럼 불효자식되지 말고 부모님께 한통의 안부전화하셔서 모처럼 착한 효자 되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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