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에 살던 마을의 거리를 걸었다. 그곳은 죽은 마을이다. 집집마다 출입문은 물론 창문도 모두 닫혀 있다. 마을 전체가 침묵 그 자체이다. 나는 철저하게 피폐해져가는 창고가 딸린 목조가옥들이 줄지어 서 있는 구시가지에 이르렀다. 고운 흙먼지가 나는 땅이라서, 맨발로 걷는 촉감이 좋았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긴장이 감돌았다. 내가 돌아섰을 때, 거리의 반대편 끝에 퓨마가 보였다. 베이지색과 황금색이 조화를 이루어 화려한 비단 같은 털을 가진 동물이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눈부셨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불탄다. 집들도 창고들도 불타오르고 나는 그 불타는 거리를 계속 걸어간다. 왜냐하면 퓨마 역시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퓨마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나는 뒤쫓고 있다. 어디에 숨을까? 출구가 없다. 앞에는 불꽃, 뒤에는 이빨. 혹시 거리의 끝쯤에 있을까? 이 거리는 어딘가에서 끝날 것이다. 어느 거리든지 끝이 있고, 어떤 광장으로나 다른 길로 또는 들판으로, 시골로 열려있다. 막다른 골목을 빼고는. 이 거리가 바로 그런 경우, 즉 막다른 골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내 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퓨마의 헐떡거리는 숨결을 느낀다. 나는 감히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다. 발이 땅에 그대로 붙어버린 듯이 꼼짝하지 못한다. 나는 공포에 떨며 퓨마가 내 등을 덮치고, 어깨에서 넓적다리까지 물어뜯고, 머리와 얼굴을 찢어발기게 될 순간을 기다린다. 그러나 퓨마는 나를 지나쳐서, 태연하게 자기가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가고 있다. 퓨마는 길 끝에 있는 아이의 발치에 드러눕는다. 좀 전에는 거기에 아이가 없었는데 지금은 있다. 아이는 자기 발치에 누워 있는 퓨마를 쓰다듬는다. 아이가 내게 말했다. -이 놈은 사납지 않아요. 제 거예요. 두려워하실 것 없어요. 이놈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아요. 고기를 안 먹거든요. 영혼만 먹어요. 더 이상 불꽃은 보이지 않는다. 불씨도 꺼지고 거리는 부드럽고 차가운 재로 변한다. 내가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내 형제야, 그렇지? 넌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난 형이 없어요. 난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요. 나는 영원한 젊음을 지키는 수호신이에요. 어떤 사람이 자기 형제를 기다린다면서 프랭시팔 광장 벤치에 앉아 있어요. 그는 굉장히 늙었어요. 어쩌면 그가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아저씨일지도 몰라요. 나는 프랭시팔 광장의 어느 벤치에서 내 형제를 발견했다. 그는 나를 보자 일어섰다. -넌 너무 늦게 왔어, 서둘러야 되겠어. 우리는 공동묘지로 올라가서 누런 풀밭에 앉았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은 썩었다. 십자가들, 나무들, 덤불들, 꽃들 모두가. 내 형제가 자신의 지팡이로 땅을 건드리자, 하얀 벌레들이 기어나왔다. 내 형제가 말했다. -모두 다 죽은 건 아니야. 이것들은 살아 있어. 벌레들이 우글거렸다. 나는 그것들을 보자마자 구역질이 났다. 내가 말했다. -생각에 깊이 빠지기 시작하면,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 내 형제가 자기 지팡이로 내 턱을 들어올렸다. -생각하지마. 저길 바라보라구!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이 있어? 나는 눈을 들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니, 결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어. 우리는 성채까지 나란히 걸었다. 우리는 성채 아래뜰에서 멈추었다. 내 형제는 담장을 기어올라가 담장 위에 올라갔다. 그는 그곳에서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하늘을 향해, 별을 향해, 이제 막 나타난 달을 향해, 두 팔을 흔들어대면서 춤을 추었다. 검은색 외투를 걸친 바싹 마른 몸체가 춤을 추며 성채를 향해 나아가고, 나는 아래쪽에서 그를 쫓아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안 돼! 그러면 안 돼! 멈춰! 내려와! 떨어지겠어! 그는 내가 있는 곳 위에서 멈추었다. -넌 생각 안 나? 우리는 지붕 위에서 놀았잖아, 그래도 우리는 떨어질까봐 겁낸 적이 없었다구. -그땐 어렸었고, 현기증이란 걸 몰랐었지. 지금은 다르잖아. 어서 내려와! 그가 웃었다. -걱정 마. 난 안 떨어져. 난 날 수가 있거든.나는 밤마다 마을 위로 날아다녀. 그는 두 팔을 치켜들고, 펄쩍 뛰어오르더니, 뜰에 서 있는 내 발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몸을 굽혀 그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의 두개골과 주름진 얼굴을 잡고 울었다. 얼굴이 분해되어, 눈은 사라지고, 내 손에서는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두개골이 부서져서 가는 모래알처럼 뼈들이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달아났다.
****
나는 강으로 내려갔는데, 거기 강둑에 내 형제가 앉아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 -많이 잡았어? -아니. 난 널 기다리고 있었어. 내 형제가 일어나서, 그의 낚시대를 거두었다. -여기에서 물고기가 없어진 지는 오래됐어. 물도 없잖아. 그러고 보니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나는 초록색 덧문이 달린 집 앞에 멈춰섰다. 내 형제가 말했다. -그래, 여기가 우리집이었지. 너는 이 집을 알아보았군. 내가 말했다. -난 알고 있었어. 그러나 여기에는 집이 없었어, 전에는. 그 집은 다른 마을에 있었지. 내 형제가 고쳐 말했다. -다른 세상에. 그런데 지금은 그 집이 여기에 있고, 집은 텅 비어 있어. 우리는 프랭시팔 광장에 도착했다. 서점 문 앞에서, 두 소년이 살림집으로 통하는 층계 위에 앉아 있다. 내 형제가 말했다. - 저 애들은 내 아들들이야. 애들의 어머니는 떠났어. 우리는 커다란 부엌으로 들어갔다. 내 형제는 저녁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먹었다. 내가 말했다. -저 애들은 행복하겠어. 네 아들들 말야. -무척 행복해. 난 아이들을 재워야겠어. 그가 돌아와서 말했다. -내 방으로 가지. 우리는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다. 내 형제는 책꽂이의 책들 뒤에 숨겨놓은 술병을 하나 가져왔다. -이게 전부야. 술병들이 다 비었어. 우리는 마셨다. 내 형제는 빨간 색 식탁보를 어루만졌다. -보다시피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어. 난 모든 걸 간직했어. 이 지긋지긋한 식탁보까지도. 내일, 너는 그 집으로 살러 갈 수 있어. 내가 말했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난 차라리 여기서 네 아들들과 놀겠어. 내 형제가 말했다. -내 아이들은 놀지 않아. -그럼 뭘 하지? -그 아이들은 저 세상으로 건너갈 준비를 하고 있어. 내가 말했다. -나도 저 세상으로 건너가보았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내 형제가 말했다. -발견할 건 아무 것도 없어. 너는 뭘 찾고 있는데? -너. 내가 다시 돌아온 것도 너 때문이야. 내 형제가 웃었다. -나 때문이라고? 넌 잘 알잖아, 나는 단지 꿈일 뿐이라는 걸. 그걸 받아들여야 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아, 어디에도. 나는 추워서 일어났다. -늦었어, 난 돌아가야겠어. -돌아간다구? 어디로? -호텔로. -호텔이라니? 너는 지금 너의 집에 있는 거야. 내가 우리 부모님께 네가 왔다고 말씀드리겠어. 내 형제는 살림집의 다른 방으로 통하는 갈색 문을 가리켰다. -저기에 계셔. 지금 주무시고 계시지. -함께? -당연하지. 내가 말했다. -깨우면 안 돼. 그가 말했다. -왜? 두 분은 너무 오랜만이라서 널 보면 무척 반가워할거야. 나는 문을 향해 뒷걸음질쳤다. -나는, 나는 싫어. 두 분을 다시 뵐 수 없어. 그가 내 팔을 붙잡았다. -너는 싫어도 해야 해. 난, 나는 두 분을 매일 뵙지. 너는단 한번만이라도 두 분을 뵈어야 돼, 단 한번만이라도! 그가 나를 갈색 문 쪽으로 잡아끌었다. 그래서 나는 잡하지 않은 한쪽 손으로, 식탁 위에 있던 꽤 무거운 유리 재떨이를 집어서,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이마가 문에 부딪치면서 그는 쓰러졌고, 그의 머리 언저리와 마룻바닥에 피가 낭자했다. 나는 그 집을 나와, 벤치에 앉았다. 보름달이 텅 빈 광장을 밝혀주고 있었다. 한 노인이 내 앞에 멈춰서더니,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했다. 나는 담배를 주고 불도 붙여주었다. 그는 거기에서,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잠시 후, 그가 물었다. -그래서, 너는 그를 죽였어? 내가 대답했다. -네. 노인이 말했다. -너는 해야 할 짓을 한 거야. 잘 했어. 꼭 해야 할 일을 제때에 하는 사람은 드문 법이지. 내가 말했다. -그가 문을 열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넌 잘 한 거야. 그가 하려는 짓을 못 하게 막은 것은 잘 한 짓이야. 넌 그를 죽여야 했어. 모든 게 다 이치에 맞아야 하듯이.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거기에 없을 걸요. 이치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만약 그가 거기에 영원히 없어야 한다면. 노인이 말했다. -그 반대지. 지금부터, 그는 가는 곳마다 네 옆에 있을거야. 노인은 멀어지더니, 어떤 작은 집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50년 간의 고독 中 _ 아고타 크리스토프
나는 어린 시절에 살던 마을의 거리를 걸었다. 그곳은 죽은 마을이다. 집집마다 출입문은 물론 창문도 모두 닫혀 있다. 마을 전체가 침묵 그 자체이다.
나는 철저하게 피폐해져가는 창고가 딸린 목조가옥들이 줄지어 서 있는 구시가지에 이르렀다. 고운 흙먼지가 나는 땅이라서, 맨발로 걷는 촉감이 좋았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긴장이 감돌았다.
내가 돌아섰을 때, 거리의 반대편 끝에 퓨마가 보였다. 베이지색과 황금색이 조화를 이루어 화려한 비단 같은 털을 가진 동물이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눈부셨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불탄다. 집들도 창고들도 불타오르고 나는 그 불타는 거리를 계속 걸어간다. 왜냐하면 퓨마 역시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퓨마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나는 뒤쫓고 있다.
어디에 숨을까? 출구가 없다. 앞에는 불꽃, 뒤에는 이빨.
혹시 거리의 끝쯤에 있을까?
이 거리는 어딘가에서 끝날 것이다. 어느 거리든지 끝이 있고, 어떤 광장으로나 다른 길로 또는 들판으로, 시골로 열려있다. 막다른 골목을 빼고는. 이 거리가 바로 그런 경우, 즉 막다른 골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내 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퓨마의 헐떡거리는 숨결을 느낀다.
나는 감히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다. 발이 땅에 그대로 붙어버린 듯이 꼼짝하지 못한다. 나는 공포에 떨며 퓨마가 내 등을 덮치고, 어깨에서 넓적다리까지 물어뜯고, 머리와 얼굴을 찢어발기게 될 순간을 기다린다.
그러나 퓨마는 나를 지나쳐서, 태연하게 자기가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가고 있다.
퓨마는 길 끝에 있는 아이의 발치에 드러눕는다. 좀 전에는 거기에 아이가 없었는데 지금은 있다. 아이는 자기 발치에 누워 있는 퓨마를 쓰다듬는다.
아이가 내게 말했다.
-이 놈은 사납지 않아요. 제 거예요. 두려워하실 것 없어요. 이놈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아요. 고기를 안 먹거든요. 영혼만 먹어요.
더 이상 불꽃은 보이지 않는다. 불씨도 꺼지고 거리는 부드럽고 차가운 재로 변한다.
내가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내 형제야, 그렇지? 넌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난 형이 없어요. 난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요. 나는 영원한 젊음을 지키는 수호신이에요. 어떤 사람이 자기 형제를 기다린다면서 프랭시팔 광장 벤치에 앉아 있어요. 그는 굉장히 늙었어요. 어쩌면 그가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아저씨일지도 몰라요.
나는 프랭시팔 광장의 어느 벤치에서 내 형제를 발견했다. 그는 나를 보자 일어섰다.
-넌 너무 늦게 왔어, 서둘러야 되겠어.
우리는 공동묘지로 올라가서 누런 풀밭에 앉았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은 썩었다. 십자가들, 나무들, 덤불들, 꽃들 모두가. 내 형제가 자신의 지팡이로 땅을 건드리자, 하얀 벌레들이 기어나왔다.
내 형제가 말했다.
-모두 다 죽은 건 아니야. 이것들은 살아 있어.
벌레들이 우글거렸다. 나는 그것들을 보자마자 구역질이 났다.
내가 말했다.
-생각에 깊이 빠지기 시작하면, 인생을 사랑할 수 없어.
내 형제가 자기 지팡이로 내 턱을 들어올렸다.
-생각하지마. 저길 바라보라구!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이 있어?
나는 눈을 들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니, 결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어.
우리는 성채까지 나란히 걸었다. 우리는 성채 아래뜰에서 멈추었다. 내 형제는 담장을 기어올라가 담장 위에 올라갔다. 그는 그곳에서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는 하늘을 향해, 별을 향해, 이제 막 나타난 달을 향해, 두 팔을 흔들어대면서 춤을 추었다. 검은색 외투를 걸친 바싹 마른 몸체가 춤을 추며 성채를 향해 나아가고, 나는 아래쪽에서 그를 쫓아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안 돼! 그러면 안 돼! 멈춰! 내려와! 떨어지겠어!
그는 내가 있는 곳 위에서 멈추었다.
-넌 생각 안 나? 우리는 지붕 위에서 놀았잖아, 그래도 우리는 떨어질까봐 겁낸 적이 없었다구.
-그땐 어렸었고, 현기증이란 걸 몰랐었지. 지금은 다르잖아. 어서 내려와!
그가 웃었다.
-걱정 마. 난 안 떨어져. 난 날 수가 있거든.나는 밤마다 마을 위로 날아다녀.
그는 두 팔을 치켜들고, 펄쩍 뛰어오르더니, 뜰에 서 있는 내 발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몸을 굽혀 그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의 두개골과 주름진 얼굴을 잡고 울었다.
얼굴이 분해되어, 눈은 사라지고, 내 손에서는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두개골이 부서져서 가는 모래알처럼 뼈들이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달아났다.
****
나는 강으로 내려갔는데, 거기 강둑에 내 형제가 앉아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
-많이 잡았어?
-아니. 난 널 기다리고 있었어.
내 형제가 일어나서, 그의 낚시대를 거두었다.
-여기에서 물고기가 없어진 지는 오래됐어. 물도 없잖아.
그러고 보니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나는 초록색 덧문이 달린 집 앞에 멈춰섰다. 내 형제가 말했다.
-그래, 여기가 우리집이었지. 너는 이 집을 알아보았군.
내가 말했다.
-난 알고 있었어. 그러나 여기에는 집이 없었어, 전에는. 그 집은 다른 마을에 있었지.
내 형제가 고쳐 말했다.
-다른 세상에. 그런데 지금은 그 집이 여기에 있고, 집은 텅 비어 있어.
우리는 프랭시팔 광장에 도착했다.
서점 문 앞에서, 두 소년이 살림집으로 통하는 층계 위에 앉아 있다.
내 형제가 말했다.
- 저 애들은 내 아들들이야. 애들의 어머니는 떠났어.
우리는 커다란 부엌으로 들어갔다. 내 형제는 저녁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먹었다.
내가 말했다.
-저 애들은 행복하겠어. 네 아들들 말야.
-무척 행복해. 난 아이들을 재워야겠어.
그가 돌아와서 말했다.
-내 방으로 가지.
우리는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다. 내 형제는 책꽂이의 책들 뒤에 숨겨놓은 술병을 하나 가져왔다.
-이게 전부야. 술병들이 다 비었어.
우리는 마셨다. 내 형제는 빨간 색 식탁보를 어루만졌다.
-보다시피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어. 난 모든 걸 간직했어. 이 지긋지긋한 식탁보까지도. 내일, 너는 그 집으로 살러 갈 수 있어.
내가 말했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아. 난 차라리 여기서 네 아들들과 놀겠어.
내 형제가 말했다.
-내 아이들은 놀지 않아.
-그럼 뭘 하지?
-그 아이들은 저 세상으로 건너갈 준비를 하고 있어.
내가 말했다.
-나도 저 세상으로 건너가보았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내 형제가 말했다.
-발견할 건 아무 것도 없어. 너는 뭘 찾고 있는데?
-너. 내가 다시 돌아온 것도 너 때문이야.
내 형제가 웃었다.
-나 때문이라고? 넌 잘 알잖아, 나는 단지 꿈일 뿐이라는 걸. 그걸 받아들여야 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아, 어디에도.
나는 추워서 일어났다.
-늦었어, 난 돌아가야겠어.
-돌아간다구? 어디로?
-호텔로.
-호텔이라니? 너는 지금 너의 집에 있는 거야. 내가 우리 부모님께 네가 왔다고 말씀드리겠어.
내 형제는 살림집의 다른 방으로 통하는 갈색 문을 가리켰다.
-저기에 계셔. 지금 주무시고 계시지.
-함께?
-당연하지.
내가 말했다.
-깨우면 안 돼.
그가 말했다.
-왜? 두 분은 너무 오랜만이라서 널 보면 무척 반가워할거야.
나는 문을 향해 뒷걸음질쳤다.
-나는, 나는 싫어. 두 분을 다시 뵐 수 없어.
그가 내 팔을 붙잡았다.
-너는 싫어도 해야 해. 난, 나는 두 분을 매일 뵙지. 너는단 한번만이라도 두 분을 뵈어야 돼, 단 한번만이라도!
그가 나를 갈색 문 쪽으로 잡아끌었다. 그래서 나는 잡하지 않은 한쪽 손으로, 식탁 위에 있던 꽤 무거운 유리 재떨이를 집어서,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이마가 문에 부딪치면서 그는 쓰러졌고, 그의 머리 언저리와 마룻바닥에 피가 낭자했다.
나는 그 집을 나와, 벤치에 앉았다. 보름달이 텅 빈 광장을 밝혀주고 있었다.
한 노인이 내 앞에 멈춰서더니,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했다. 나는 담배를 주고 불도 붙여주었다.
그는 거기에서, 내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잠시 후, 그가 물었다.
-그래서, 너는 그를 죽였어?
내가 대답했다.
-네.
노인이 말했다.
-너는 해야 할 짓을 한 거야. 잘 했어. 꼭 해야 할 일을 제때에 하는 사람은 드문 법이지.
내가 말했다.
-그가 문을 열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넌 잘 한 거야. 그가 하려는 짓을 못 하게 막은 것은 잘 한 짓이야. 넌 그를 죽여야 했어. 모든 게 다 이치에 맞아야 하듯이.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거기에 없을 걸요. 이치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만약 그가 거기에 영원히 없어야 한다면.
노인이 말했다.
-그 반대지. 지금부터, 그는 가는 곳마다 네 옆에 있을거야.
노인은 멀어지더니, 어떤 작은 집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