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불운을 인생 전체와 총체적으로 연결시켜 확대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버릇이다. 요즘 자주 길을 잃는다. 흔한 일일 것이다. 타지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하지만 그 누구라도 자신을 '누구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행인들이 황급히 풍기고 지나가는 바람냄새를 맡으며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섰다. 집이든 나이트클럽이든 감옥이든 어디든, 모두들 목적지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 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익스큐즈 미'라는 말은, 그러나 그 쪽에서 먼저 했다. 눈을 끔뻑이며 그가 아주 천천히 물어왔다. CAN YOU TELL ME WHERE I AM. 세상엔 방향을 잃은 사람들이 보기보다 많다. 왔던 길을 되짚어간대도 내가 지나온 그 길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쩐담. 가지 않을 수 없으니. 조마조마한 생의 불확실성에 의지하여, 나는 돌진한다. 그리고 쓴다. - 정이현 산문 '작별' 2
- 정이현 산문 "작별"
찰나의 불운을 인생 전체와 총체적으로 연결시켜
확대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버릇이다.
요즘 자주 길을 잃는다.
흔한 일일 것이다.
타지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하지만 그 누구라도 자신을 '누구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행인들이 황급히 풍기고 지나가는 바람냄새를 맡으며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섰다.
집이든 나이트클럽이든 감옥이든 어디든, 모두들 목적지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 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익스큐즈 미'라는 말은, 그러나 그 쪽에서 먼저 했다.
눈을 끔뻑이며 그가 아주 천천히 물어왔다.
CAN YOU TELL ME WHERE I AM.
세상엔 방향을 잃은 사람들이 보기보다 많다.
왔던 길을 되짚어간대도 내가 지나온 그 길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쩐담.
가지 않을 수 없으니. 조마조마한 생의 불확실성에 의지하여,
나는 돌진한다. 그리고 쓴다.
- 정이현 산문 '작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