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현 산문 "작별"

최영옥200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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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현 산문 "작별"

찰나의 불운을 인생 전체와 총체적으로 연결시켜

확대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버릇이다.

요즘 자주 길을 잃는다.

흔한 일일 것이다.

타지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하지만 그 누구라도 자신을 '누구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행인들이 황급히 풍기고 지나가는 바람냄새를 맡으며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섰다.

집이든 나이트클럽이든 감옥이든 어디든, 모두들 목적지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 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익스큐즈 미'라는 말은, 그러나 그 쪽에서 먼저 했다.

눈을 끔뻑이며 그가 아주 천천히 물어왔다.

 

CAN YOU TELL ME WHERE I AM.

 

세상엔 방향을 잃은 사람들이 보기보다 많다.

왔던 길을 되짚어간대도 내가 지나온 그 길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쩐담.

가지 않을 수 없으니. 조마조마한 생의 불확실성에 의지하여,

나는 돌진한다. 그리고 쓴다.

 

- 정이현 산문 '작별'